행정수도 위헌 파문으로 세상은 어수선하지만 하늘은 어찌 저리도 청명한지요. 다가온 미국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우리 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대자연의 아름다운 변화 속에서 잠시 세상사를 잊어보기도 합니다.
갑자기 뚱딴지처럼 자연 타령, 계절 타령이냐구요? 사실 지난 주말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부산으로 1박2일의 워크숍을 다녀온 덕분에 대자연으로 오늘 얘기를 시작한 것 같군요. 아직도 부산의 푸른 바다와 광안대교의 위용, 파도치는 오륙도가 바로 눈앞에 있는 듯 합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 속의 부산행이 여러 면에서 큰 결단이었지만 커뮤니케이션 스킬 향상 및 조직 응집력 제고라는 목표에는 어느 정도 근접했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회사나 가을이면 워크숍이나 단합대회를 가지요. 그때마다 프로그램 구성을 놓고 고민이 많습니다. 회의실에서 토론해야 할 주제를 야외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운동과 음주가무만으로 `진탕 마시고 놀고 오는’ 프로그램으로 나중엔 공허해지는 사례도 보게 됩니다.
워크숍 후 사내 갈등 심화, 퇴직 사원도
실제로 제가 아는 한 중소기업의 사장 C씨는 “워크숍 가기가 두렵습니다. 워크숍에서 뭔가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나면 그 자리에서 말싸움이 벌어지는가 하면 그 이후에 퇴사하는 직원들이 생깁니다. 오히려 단합이 깨어지는 것 같더군요. 등산 프로그램도 등반 도중 하차하는 직원들의 정신력을 놓고 불협화음이 생기더군요.”라면서 단체 프로그램 운영의 어려움을 제게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한 컨설팅 회사는 워크숍 술자리에서 한 컨설턴트가 취중에 자신이 경쟁사에 중요한 정보를 유출시킨 사실을 털어놓는 바람에 술자리가 중단된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의 경우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저희 역시 둘째 날에는 백사장에서 줄다리기, 2인3각, 포도알 멀리뱉기, 신문지위에 올라서기 등 다소 유치한 단체 게임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워크숍 성패, 프로그램에 달렸다
하지만 첫날은 사뭇 진지한 프로그램의 연속이었죠. 그 하일라이트는 CF찍기 게임이었습니다. `에스키모
에게 비키니 수영복 팔기’, `헬스클럽 매니저에게 아이스크림 자판기 팔기’, `하와이 사람에게 눈썰매 팔기’ 등 세일즈와 마케팅이 쉽지 않은 다양한 상황 중 한 가지를 골라 조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CF를 구성해보라는 것이죠.
비키니 수영복의 화려한 디자인이 부부간의 애정도를 높여 줄 것이라는 인포머셜 형식의 CF를 선보인 팀도 있었죠. 급조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남자 사원의 모습에 포복절도하기도 하지요. 헬스클럽 매니저에게 아이스크림 자판기 부업으로 돈을 벌어보라고 유혹하는 `투잡스족’ CF도 나왔습니다. 웰빙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오히려 살도 빠지고 운동 효과가 높아진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각 구성원들의 숨겨진 재능과 끼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었다고 봅니다. 평소 말이 많지 않고 내성적으로만 보였던 직원이 화려한 몸짓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빠뜨리는 재주가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서로 다른 사업부나 팀에 소속된 직원들로 조를 짜서 워크숍을 오기 전부터 전 조원들이 CF에 출연할 수 있도록 콘티를 함께 짜고 연습을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겠죠. 그 과정에서 평소 말을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던 직원들 사이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는 점도 큰 효과이겠지요.
또 한가지는 `진범을 찾아라’라는 게임이었습니다. 한 강력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될만한 단서가 적힌 카드를 조원들에게 나눠줍니다. 물론 한 사람이 가진 단서는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카드를 나눈 후 대화로 서로가 가진 단서를 종합해 범인을 찾아내도록 하는 게임이죠. 가장 먼저 범인을 찾아내고 그 추리 과정이 정확한 조에게 상을 주면 됩니다.
저희 회사는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 소설에서 한 사건을 골라 게임을 만들었답니다. 이 게임 역시 직원들간의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 조직 활성도를 높이는데 목적이 있답니다. 회의 석상에서 똑같이 들었음에도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으며 그로 인한 혼선과 에너지 낭비가 얼마나 큽니까. 이 게임을 하다보면 자신이 상대방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이며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스스로 알게 된답니다.
워크숍의 성패는 프로그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성원 모두를 참여시켜 잠재능력과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어떻게 워크숍이나 단합대회를 진행하셨는지요? 이 가을을 맞아 기억에 남은 워크숍을 다녀온 직장인들이 계시다면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