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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영 대표] 직장인, 창업 실패는 무죄
“사업 실패가 죄인가요? 왜 아무도 제 이력서에 연락을 주지 않는 거죠?”

40대 초반의 A씨는 저와의 전화 통화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최근 5년간 장난감을 중국에서 만들어 국내에 유통시키는 사업을 했는데 결국 적자를 보고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고 자신의 사업 경력을 설명한 A씨는 직접 자초지종을 설명하겠다면서 제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명문대학 공대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국내 유명 전자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연구원으로 입사했지만 아이디어가 많고 기획력이 뛰어난 점이 소문이 나는 덕분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신규 상품 기획 부서로 발탁이 됐다고 합니다. 그가 기획한 상품은 국내 시장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아시는 제품이더군요. 그 공로로 입사 동기 중 가장 빨리 과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다니던 회사도 IMF의 여파로 구조조정을 하게 됐으며 동료들의 잇단 퇴사를 지켜보던 A씨는 이럴 바에는 내가 기획하고 만든 제품을 내 능력으로 팔아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지난 99년 회사를 나오게 됐답니다.

앞선 능력 자신감에 사업 도전
중국 시장의 성장세를 눈여겨보았던 A씨는 장난감 회사에 근무하던 친구와 동업으로 플라스틱 완구를 중국에서 제작해 국내에서 파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년에 1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해도 있었지만 5년간 사업 결과는 엄청난 재고와 적자로 돌아왔답니다. 결국 회사 문을 닫고 취업 전선에 나섰지만 이력서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고 합니다. 헤드헌터들은 자영업을 오래 하신 터라 받아줄 곳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답니다.

최근의 경기 불황을 감안하면 독자 중에 분명 이런 경우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A씨께 드렸던 조언을 바탕으로 사업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가진 분들이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전략 5가지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1. 사업 실패가 죄는 아니다
첫째, 사업 실패는 죄가 아닙니다. 사업 실패가 자신의 마음속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냅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그 흔한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봅시다. 다국적 생활용품 업체인 3M사는 '실패한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우수한 사람'이라는 인재 판별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재취업 과정은 자기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사달라고 설득하는 세일즈 현장입니다.

저는 A씨에게 “그동안 제품 세일즈를 하면서 어떤 마음 가짐을 갖고 있었습니까? 재취업도 똑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상품화해서 고객 앞에 내어놓고 사달라고 마케팅하는 과정입니다. 사업 실패가 인생 실패인양 생각하고 있다면 누가 고객님을 사가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는 면접장에서도 “저는 실패를 바탕으로 배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첫째,… 둘째,… 입니다”는 식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입니다.

2. 공개 채용 정보 공략
둘째, 공개 채용 정보를 공략합시다. 사업에 실패한 분들 중에 헤드헌터를 만나거나 주변 지인들을 찾아가 재취업 알선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경우 명심할 것은 헤드헌터들은 개인의 잠재력 능력보다는 헤드헌팅 고객사의 의뢰사항을 바탕으로 바로 직전까지 유사한 업무를 한 사람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경쟁사에서 동일 업무를 한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는 얘기입니다. 자영업으로 몇 년간 보낸 후보자들은 우선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주변 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이 경우 지인들은 의뢰자가 희망하는 업종과 직종을 정확히 고려하지 않고 우선 어디에서라도 일을 시작하라면서 적합하지 않은 일자리를 추천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지인 스스로가 사업 실패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면 재취업 알선에 적극적이지 않게 된답니다. 그렇다면 공개 채용 시장은 어떨까요? 물론 이력서만 내놓고 기다린다면 아무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공개 채용 정보를 게재한 회사를 직접 방문해서 그 회사의 인사담당자와 경영자를 직접 만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세일즈맨이 되어서 자기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사달라고 설득해보십시오.

3. 외모에서 사업 실패 때를 벗겨라
셋째, 외모에서 사업 실패의 때를 벗겨내야 합니다. 오랫동안 자영업을 하신 분, 특히 화이트컬러들과의 접촉이 적고 재래시장 등지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신 분들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외모가 뭔지를 잊고 지내기 마련입니다. 근사한 넥타이, 드레스셔츠, 양복 등 옷가지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 손톱 관리 등도 예전에 기업에 새로 입사하는 느낌으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4. 실패에서 얻은 경험을 이력서에 쓰라
넷째, 이런 준비가 되더라도 이력서와 경력소개서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실탄 없이 전쟁터에 나서는 꼴입니다. 이력서와 경력소개서를 쓰는 방식도 최근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줄이 많이 쳐진 양식보다는 영문 이력서처럼 텍스트를 많이 넣는 양식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경력소개서 역시 지원하는 기업에 맞춰 준비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A씨는 경력소개서에 사업 실패의 과정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언급하셨더군요. 실패보다는 실패를 통해 본인이 배운 것, 또 사업 과정에서 생긴 인적 네트워크, 산업적 지식 등을 위주로 쓸 필요가 있답니다. 한가지 더 말씀 드리자면 이력서와 경력소개서 외에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 스크랩 북을 만들어보라는 겁니다. 면접장에서 자신의 이력사항, 자격증, 그리고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언론 기사, 입사 이후 자신의 포부 등을 담은 스크랩북을 들고 오신 후보자를 만나게 되면 그 정성에 탄복해서라도 최종 면접까지는 진행하지 않겠습니까?

5. 재취업 어려워도 지치지 말라
다섯째, 재취업 과정이 힘들다고 해서 빨리 지치지 말자는 것입니다. 하루에 두 군데 회사는 방문하고 지인 한 명은 만나겠다는 일정을 짜십시오.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합시다. No, No, No, No,….No란 답변을 99번 듣고 그 다음에야 Yes란 답변이 나오는 과정이 재취업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합시다.

힘들 내시기 바랍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