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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영 대표] 대학생들 국어실력 엉망

신문·잡지 꾸준히 읽고의사소통 능력 키우도록

얼마 전 한 외국계 기업의 신입사원 면접위원으로 참가했을 때 일이다. 지원서류를 보니 대부분 국내외 명문대 4학년생들이었다. 토익(TOEIC) 950점에서 커트라인이 정해졌다고 했다. 해외연수 경험도 풍부하기에 뛰어난 청년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당신의 장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해 보라’는 질문에 한 학생이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라는 모호한 대답을 하기에 사례를 들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랬더니 “친한 친구가 제게 사람을 잘 사귀는 능력이 있다고 했습니다”라는 들으나마나한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다니.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장황하게 설명해 나중에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너무 짧게만 대답해 질문하는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학생도 있었다.

면접뿐이 아니다. 요즘 기업 인사부 직원들에 따르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맞춤법이 틀린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한다.

상사의 승인을 구하는 과정인 ‘결재’를 ‘결제’로 잘못 쓰는 예나 ‘-로써’와 ‘-로서’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는 봐 넘길 만하다고 한다. 금품을 기꺼이 내어놓을 때 쓰는 ‘쾌척(快擲)’이라는 낱말이 “귀사에 제 이력서를 쾌척하게 돼 영광입니다”로 잘못 쓰인 경우도 있었다.

‘컴(컴퓨터)’, ‘방가방가(반갑습니다)’라는 채팅 용어를 자기소개서에 적는 사례도 봤다.

기업업무의 대부분이 특정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발표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 실행하는 과정인 점을 감안하면, 국어 실력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과연 제대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필자는 우선 신문이나 잡지를 정기구독할 것을 제안한다. 흥미 위주로 흐르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와 달리 기사의 중요도에 따라 배치된 신문에서 중요 기사와 칼럼들을 읽은 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생각하는 힘이 커진다. 또 신문기사 읽기 모임을 만들어 어떤 주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 봤으면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욕설과 비방이 섞인 댓글을 쓰고 읽는 것보다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