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영의 커리어 석세스> 2. 궁합맞는 직장
* 아래의 글은 박운영 부사장이 아시아경제신문에 기고한 전문으로 경력 상담은 철저한 비밀 준수를 원칙으로 합니다.
이 때문에 칼럼에 소개된 사례는 여러 케이스를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경력 상담을 하다 보면 점집에서 흘러나올법한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점쟁이처럼 알아맞히시네요”, “어머, 소름이 돋네요. 요즘의 제 고민을 털어놓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족집게마냥 먼저 말해주십니까?”
필자는 커리어 컨설팅에서 내담자에 대한 이해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상담 전에 성격유형 검사를 실시하거나 검증된 검사 결과지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검사 결과지와 이력서만 있으면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이 사람이 왜 나를 찾아왔을까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그 짐작의 70-80%는 들어맞는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내담자가 ‘궁합’이 맞는 직장이나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지 여부다.
외국계 기업에서 5년간 일했던 A씨는 지난해 국내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됐다. 연봉과 직급 대우도 좋았다. 그런데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회사 상사와 동료들이 무능력자로 보여요. 이 사람들은 늘 임원 눈치만 보더군요. 참다 못해서 회의에서 임원과 의견이 다르다고 했더니 조직 충성도가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더군요” A씨의 회사는 임원이 퇴근하지 않으면 부서원들이 책상을 지켜야 하는 보수적인 문화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해외 유학생 출신에다 개인 창의성이 강조되는 작은 외국계 기업에서만 일해온 A씨를 채용한 것도 놀라웠고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직장을 옮긴 A씨의 무모함도 탓할 만 했다. 쌍방이 궁합을 보지 않은 것이다.
명문대를 나와 광고대행사 영업기획자(AE)로 근무중인 B씨는 회사 가기가 싫다고 한다. 새로운 광고주를 만날 때마다 참신한 기획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회사 AE로 들어올 때는 기업에 마케팅 전략을 컨설팅해주는 직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대인관계능력, 영업력,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가 더 많더군요. 능력없는 직원으로 분류되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분석력과 계수 감각이 뛰어난 B씨가 기업 기획실로 가지 않고 무한한 창의력과 영업력을 더 요구하는 광고회사 AE의 직업을 선택한 것 역시 자신과 직업간 궁합을 덜 생각한 결과다.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이란 자신과 궁합이 맞는 직장이자 직업이다. 그래야 일도 잘 하게 되는 법이다. 상사나 동료의 평가도 좋을 것이며 승진에도 유리하다. 이런 사람에게 스카우트 제안도 오게 된다. 회사의 기업 문화가 진취적인지, 보수적인지, 또 직속 임원이 실적을 중시하는지 아니면 성실성을 중시하는지에 따라 회사에서 인정받는 인재는 달라지게 된다. 직무별로도 요구되는 인간형이 다르다. 직장인들이여, 지금 당신의 회사, 직업이 자신과 찰떡 궁합인지 따져보라. 경력개발의 출발점이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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