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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영 대표] 경력 공백은 재취업 걸림돌
공무원 시험 준비로 생긴 공백 재취업 걸림돌

“공무원 시험 준비에 1년을 투자했으나 결국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해 고심 끝에 다시 민간 기업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내가 다시 공무원 시험을 칠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30대 초반의 H씨는 명문대 상대를 졸업한 후 2년간 몸담았던 중견 기업 인사팀을 떠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으나 고배를 마시고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H씨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원망하는 투의 말로 저와의 면담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다녔던 중견 기업은 무리한 투자와 적자 지속으로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을 해야 했답니다. 인사팀원으로서 감원 계획을 세워야 하는 장본인으로서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감원을 마친 뒤 더 이상의 비전을 보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표를 던진 그는 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공기업 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그러나 공무원 시험과 공기업 취업 전형에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은 원하는 인간형이 다르다”
저는 H씨에게 기업 면접에서 연이어 떨어진 이유를 아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긴 공백기간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더군요. 민간 기업과 공무원 세계는 그 직업이 요구하는 적성이 다르다는 점을 그는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민간 기업은 이익 실현을 위해 뛰는 곳이며 공직 사회는 공익과 국민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서비스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원하는 인간형이 상이할 수 밖에 없죠.

저는 H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해봤습니다. 성격 유형 진단 및 인터뷰 결과 공무원보다는 민간 기업의 관리 부서에 더 적합한 것으로 분석되더군요. 그는 명확한 업무 성과에 대한 목표가 없거나 반복적인 업무가 이어지는 조직을 싫어하는 유형이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을 공산이 크죠. 업무적으로는 영업이나 마케팅 보다는 인사, 법무 등 지원 부서에 관심을 더 표했습니다. 저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그의 이력서에 공백 기간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정리해 기술하라고 조언을 드렸죠.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본인의 업무 능률을 더욱 높인다는 분석에 따라 민간 기업에 지원키로 결심했다는 출사표를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습니
다.

공백기간 합리적 설명, 재취업 성공
H씨는 결국 얼마 전 한 유명 인터넷 기업 인사부에 합격했습니다. 그에게 들어본 바 그 회사의 대표이사는 면접에서 “꿈이 뭐냐”고 물었다고 하더군요. H씨는 “5년 안에 중견 기업의 인사 기획 분야 전문가로 성장해 10년 안에는 부서장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 꿈이며 그때쯤이면 회사에서 제 이직 여부를 무척 걱정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 동안의 공백 기간을 적합하지 않은 목표를 찾아 방황했던 시기로 규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재취업 성공 사례입니다. 경력 공백은 언제나 약점입니다. 그러나 공백 기간에 대한 분명한 자기 논리가 서있다면 이력서와 면접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금 다른 경우를 한번 볼까요. B씨는 무용 전공자입니다. 20대 중반인 그는 미모에다 무용에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으나 중학교 때부터 해온 무용의 세계가 너무 좁아보였다고 합니다. 대학 4학년때 진로를 일반 기업 마케팅 부서로 바꿔 비교적 알려진 인터넷 기업 마케터로 입사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도중 하차한 그는 반년째 진로를 놓고 고민중이었습니다.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수업 과정, 유명 무용수가 되기 위해서 벌여야 하는 치열한 경쟁 등에 질리는 바람에 무용 세계를 쳐다보기도 싫었습니다.”로 B씨는 말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10년간 쌓은 무용 경력 버리고 마케팅 부서 취직 현실은 이상과 달리 3개월만에 퇴직 뒤 방황
무용 분야에서는 이름이 난 대학 출신으로 무용 전문가의 길을 버렸던 과정이 궁금하더군요. 중학교 때부터 10년간 시간과 정력을 투입했던 전공을 포기한다는 것이 B씨로는 너무나도 힘든 결단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가족의 반대도 대단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용단을 내려 기업으로 갔다면 새로운 길에서 성공을 위해 매진해야 하는데 왜 그리 금방 회사를 그만두게 됐는지도 더욱 궁금해지더군요.

10년간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던 B씨로서는 마케팅 부서의 막내로서 새로운 기획안을 도출, 문서를 작성하고 상사들에게 설득을 구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무척 창의적이고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달쯤 지난 시점부터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머리를 굴려야 하고 예쁜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업무에 흥미를 잃어갔습니다. 하루에 3-4시간씩 뛰어다니던 연습실이 자꾸 생각났다고 해요. 업무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게 되자 급기야 사표를 낸 뒤 칩거에 들어갔답니다.

대안없는 경력 공백, 커리어 관리의 독
6개월간의 공백. 다시 무용계로 돌아가려고 해도 용기가 나지 않았겠죠. 무용계를 떠날 때는 언제이며 이제 다시 돌아오려고 하느냐는 경쟁자들의 비아냥거림도 대응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4학년 이후 무용은 외면하고 살았기 때문에 실력에서도 뒤질 것 같았죠. 그 바람에 집 근처 무용 학원에서 하루 1시간씩 어린이 신체 교정용 무용을 가르치면서 반년을 보냈습니다. 이처럼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않은 경력 공백은 경력 관리의 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씨는 현재 자신의 전공이 무용인 점과 그가 마케팅 행위에 관심이 많은 점을 접목시켜보라는 저와 주변 지인들의 조언을 받고 고심 중입니다. 해외 유학 가능성도 타진중이라고 합니다. 국내의 예술 행정이나 예술 마케팅 분야가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그만큼 희귀성이 있는데다 상업 시장을 만들어갈 가능성도 있는 만큼 B씨의 진지한 고민과 대안 도출을 기대해봅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 경력 공백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때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헤어나오느냐 마느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세상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 자기 방어 논리, 그리고 실현 가능한 대안 도출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