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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영 대표] 마흔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들

젊은 직장인이여 “여포와 유비의 차이”를 아는가?


삼국지연의에 보면 유비는 의와 정절의 상징으로, 여포는 배신의 상징으로 대조되고 있다. 여포는 자신을 거둬준 의붓아비인 정원을 배반하고 동탁에게로 갔다가 초선의 미모에 이끌려 동탁을 배신한다. 후에 다시 유비에게 의지하였다가 유비를 배신하고 그의 가업을 뺏는다. 그야말로 배신의 상징이라 할 만 하다.

의와 정절의 상징인 유비는 어떠한가? 유비는 도겸의 후계자로 서주에서 조조에게 맞서 패한 후 원소에게 몸을 의지한 후 원소가 망한 뒤에는 다시 유표에게로 자리를 옮겼다. 그 이후 손권과의 연합으로 조조를 견제하였으나 결국 손권의 형주땅마저 차지하고 만다. 얼핏 보기엔 여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친 것 같은 유비는 그러나 여포와는 반대로 의와 정절의 상징으로서 한 나라를 건설하는 성공까지 이루었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여포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순간마다 감정에 치우진 성급한 결정을 내린 반면 유비는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고 현재를 냉정히 분석하며 심사숙고하였다. 이러한 차이가 바로 여포와 유비를 역사에 다르게 남게 한 이유이다.

필자가 얼마 전 상담한 A씨(39세). A씨는 서울 중위권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대 중반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서부 지역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지역 유명 대학교 MBA 과정까지 마친 그는 귀국 후 유명 대기업으로의 취업이 그리 어렵지 않자 금전적 조건이나 직급 상승의 조건이 보장될 때마다 이직을 시도했다. A씨는 첫 직장 말고도 3군데의 직장을 더 전전했고 또 다시 이직을 노리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내세울 `스펙’이 많았음에도 지금은 평범한 직장조차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인가? 눈치 좋은 독자라면 이미 위의 여포와 유비의 사례에서 그 해답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공을 키우며 때를 기다리자’는 얘기다. 마흔이 되지 않은 젊은 직장인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감정적이며 성급한 의사결정이다. 성취 추구형들은 평생 직장이 없는 만큼 조금이라도 남보다 빨리 몸값을 높이고 조직내 영향력이 큰 자리라면 몸담고 있는 회사를 버린다. 안정 추구형들은 늘 현재의 직장과 업무를 불안하다고 여기고 ‘좀더 오래 해먹을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 곁눈질을 한다. 그렇다 보니 뭔가에 쫓기듯 이직과 전직, 그리고 창업을 시도해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렇다면 젊었을 때 이직이나 전직 혹은 창업을 하지 말고 한 회사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라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우리에겐 익히 알고 있는 유비의 사례가 있지 않은가? 우리가 유비에게 배울 점은 바로 끊임없이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현재에 철저히 충실했던 자세다. 미래에 이룰 자신의 가업과 변신을 마음 깊이 꿈꾸고 준비하면서도 여포와 같이 감정에 휩쓸린 속단을 내리지는 않았으며 다음 단계의 기회가 농익게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릴 줄 알았다. 자칫 자신의 능력이나 미래의 비전만을 믿고 감정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다가는 여포 짝이 났을 게다. 여포가 어디 능력이 없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가?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연령별로 조금 더 세밀히 들여다보자.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은 자신을 재발견하고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시기다. 기회를 창출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의 역량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내가 아이디어가 많은지,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를 잘 하는지, 보고서를 기가 막히게 잘 쓰는지, 숫자가 들어간 분석 업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지, 상사나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이 쉽다든지 등등이 나올 것이다. 약점도 당연히 발견해낼 수 있다. 가령 같은 마케팅 업무를 하더라도 어떤 이는 상품기획이나 가격분석에 강한가 하면 어떤 이는 현장 이벤트에 자신이 있을 수 있다. 학생 때는 도저히 발견하지 못했던 사회인으로서 나 자신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30대 중반 이후 단일 직종 내에서도 구체적이고도 세밀하게 경력을 개발할 방법을 구상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시기는 직장과 사회 생활에서 사회인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를 배우는 시기이다. 연봉이나 업무 조건에 대한 지나친 불만보다는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직장 생활에 임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역할 모델로 삼을 만한 직장 상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또 못 마땅한 상사들은 타산지석으로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나 개인의 색깔을 만들어가면 된다. 상사와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직장을 옮길게 아니라 왜 그 상사와 내가 맞지 않은지 분석해 보고 그 상사와의 차이를 좁히는 것도 향후 자신의 성격과 업무 방식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에 대한 좋은 연습이 될 수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자신의 핵심 역량을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 우선 그 동안 자신이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노트에 쭈욱 써보라. 가령 엑셀을 어떤 누구보다도 잘 사용할 수 있다든가, 외국인들에게 1천만달러어치의 물건을 혼자 팔아봤다든가, 50명 규모의 회사 결산을 혼자 수행할 수 있다든가 등으로 구체적으로 적어보라. 남에게 내세울 만한 경쟁력 있는 역량과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뜯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한 부서 내에서도 업무를 바꿔보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장 영업 실적이 뛰어났지만 수리적인 분석 업무 경험이 없는 영업맨이라면 영업 기획부서 업무를 자진해서 맡아보는 방법이 있다. 30대 후반 이후 관리자의 역할을 할 때 단일 직무 내에서도 경험의 폭이 넓은 사람이 유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직장 내에서 불가능하다면 이직과 전직을 통해 이유있는 변신을 시도해볼 필요도 있다. 이.전직 시도가 주는 또 하나의 장점은 자신의 가진 역량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헤드헌터나 다른 기업의 채용 담당자와 인터뷰를 해보면 70% 정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품성이 어느 정도 인지 깨닫는다는 것이 현업에서 느낀 바다. 휴먼 네트워킹과 관련해서도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에서 새로운 기회의 절반 이상은 인맥을 통해서 온다고 보면 된다. 30대 중반이면 서서히 제2의 인생을 생각해야 할 때인 만큼 이 시기에 쌓아둔 인간관계의 두터움은 남은 인생에 절대적 영향을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30대 후반이나 막 40대에 접어든 직장인들의 경우 이제 관리자급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할 단계이다. 작은 기업이라면 임원급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 리더십 키우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 시기에는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원들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팀내 커뮤니케이션 통로는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면서 리더십의 훈련을 쌓아야 한다. 어려움이 있다고 이를 회피하고 직장을 옮길 경우에는 난국을 해결한 경험을 이력서에 쓸 수가 없다. 이 시기의 직장인에 대한 평판은 그가 이끌었던 팀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그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팀원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지 등을 우선 보게 됨을 명심하라.

물론 연령대와 관계없이 자기 계발 과정에서도 절호의 기회가 온다면 과감한 결정을 통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철저한 노력과 냉정한 상황 분석을 통해 결단을 하라는 뜻이지 일시적인 감정과 조급한 판단에 의존하라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