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HRD 행사라는 미국교육훈련개발협회(ASTD: American Society for Training and Development) 연례 컨퍼런스가 최근 시카고에서 열렸다. 미국으로 유학을 온 이상 이 컨퍼런스를 놓칠 수는 없었다. 행사의 규모나 운영 수준에서 HRD 분야 교수들의 학회인 AHRD 컨퍼런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했다. 한국에서도 500여명의 HR 종사자가 참가했다. 수 많은 세션과 전시회가 열렸지만 필자의 이목을 단연 끈 것은 소셜 미디어 컨설턴트인 쉘린 리(Charlene Li)의 기조 강연이었다.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전략컨설팅회사인 모니터를 거쳐 IT 분야 조서분석 기관인 포리스트 리서치의 부사장을 지낸 쉘린 리는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를 비즈니스 컨설팅과 접목시킨 컨설팅펌 앨티미터(Altimeter)그룹의 창업자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비즈니스 블로거라는 평가도 듣는 중국계 여성 컨설턴트다.
그의 기조 강연은 자신이 최근 내놓은 책 “열린 리더십: 소셜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당신의 리더십을 바꿀 수 있는가(Open Leadership: How Social Technology Can Transform the Way You Lead”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수천 명의 청중을 마주한 쉘린 리는 소셜 미디어들이 갖고 있는 개방성과 정보 공유의 철학에 대해 기업 경영자나 임원들이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원할 때 방문을 열어놓고 직원들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소셜 미디어 시대의 개방성에는 적합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페이스북 방문자 수가 야후 방문자 수를 능가한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고 청중에게 되묻기도 했다.
그는 ‘열린 리더십’을 “조직원들의 목표 달성을 위한 영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통제의 필요성을 포기하는 자신감과 겸손”라고 정의했다. 한 마디로 조직원들을 통제하지 않으면서 목표 달성에 몰입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열린 리더십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미국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가 임원과 직원들 사이의, 혹은 직원들 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높여서 결국 직원들의 직무 몰입도를 높인 베스트바이(Best Buy)의 사례가 주목을 끌었다.
여기서 필자는 질문이 생겨났다. 비즈니스 리더가 어떻게 통제, 혹은 콘트롤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쉘린 리는 이와 관련해서 “리더십은 더 이상 경영자나 임원이 차지하고 있는 직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또 리더십은 그들이 갖고 있는 예산의 많고 작음에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명쾌하게 말했다. 조직원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소셜 미디어에 갈수록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자나 임원들이 권위적인 리더십, 상명하복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쉘린 리의 강연은 필자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버츄얼 조직(Virtual Organization)에서의 리더십 실행과 직접적 관련을 갖고 있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도 한창 논문 주제로 인기있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과도 일맥 상통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만큼 1시간의 강연으로 쉘린 리의 열린 리더십에 대한 정확한 내용 이해나 평가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해진 것은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의 확장이 미국 기업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전화보다는 이메일을 선호했던 미국 직장인들이 이제는 소셜 미디어에 커뮤니케이션을 의존하고 있다. 필자가 다니는 학과의 대학원생 종강 파티 공지도 페이스북을 통해 날아올 지경이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의 시대가 열린 것은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고 수평적 문화를 가진 미국 사회의 특성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관심은 한국 상황으로 확장된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나 기성 세대들이 소셜 미디어를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셜 미디어에 커뮤니케이션을 의존하고 있는 세대가 기업의 직원으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인력 구조의 하부를 상당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는 직원들의 직무 몰입과 업무 만족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한 이들에게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억지 존경심을 이끌어 낼 수는 없는 법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트위터의 힘이 드러나지 않았던가. 국내의 기업 경영자나 임원들도 이제 소셜 미디어를 시간 낭비적 도구로 폄하하기 보다는 새로운 조직원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 실천의 도구로 전환시켜 보는 노력이 필요할 때인 듯 하다.
* 위의 글은 박운영 부사장이 HR Insight 2010년 7월호 <글로벌 리포트>에 기고한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