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오늘은 주제는 리더십, 그 중에서도 여성의 리더십인데요. 기업 내에서 여성 임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남성 리더의 수에 비하면 훨씬 적지요?
통계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기업 내 여성 임원의 수를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도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 국내 기업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지요.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여성의 비율이 높기는 하겠지만요.
Q2. 그래도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요?
네, 다행인 것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리더십을 포함하여 여성 인력이 주는 장점을 높게 사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이 많은 기업에 투자하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조직에 비해서 여성이 많은 조직은 열려있고 소통이 잘 되는 기업이기에 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도 판단을 내려도 좋다라는 것이죠. 조직에서 시너지를 내고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다양한 사람들 안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발굴해야 하는데, 여성이 많다는 것은 그런 다양성을 입증한다는 것이죠.
Q3.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여성 파워, 오늘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공한 여성 CEO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성다움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으로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성 리더십을 SRH 리더십이라고 표현하죠. 즉, 감성(Sensiblity), 결단력 (Resolution), 조화(Harmony)입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바로 SRH가 의미하는 바와 동일하다고 생각됩니다.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라고 말하죠.
Q4.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사람 중심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힘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데요. 유명한 여성 CEO들이 여성다움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으로 성공했다고 얘기 드렸는데요, 성공 CEO들이 항상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가족과 일의 조화, 두 번째가 바로 사람인 것 같습니다. 2009년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뽑힌, 펩시의 인드라 누이 회장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의 리더십은 ‘사람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다.’ 라고요. 직원들에게 일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을 항상 하며, 이런 부분이 직원들의 업무 효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Q5. 저라도, 제가 몸담은 회사의 수장이 저에게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고 한다면 더 열심히 회사에 공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인드라 누이 회장은 인도사람이죠.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여성이라는 핸디캡외에 유색인종이라는 단점, 거기다 두딸을 둔 엄마이기까지 합니다. 많은 차별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어서, 사람에 대한 더 큰 배려와 통찰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며, 이를 바탕으로 펩시의 기업 문화를 새로 썼을 겁니다. 인드라 누이 회장이 펩시 CEO가 된 이후 생겨난 기업 문화를 처음에는 많은 기업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지만, 지금은 많은 기업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Q6. 인드라 누이보다 훨씬 먼저 글로벌 기업의 여성 CEO에 올라 유명해진 사람이 있지요?
세계적인 광고회사 오길비앤매더의 CEO 셸리 라자루스입니다. 96년 회장직에 올라 많은 광고계에서 현재까지 굳건히 CEO자리를 지키고 있는 파워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셸리 라자루스 회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2000년, 제가 커리어 컨설턴트가 아니라 광고회사 AE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아서 입니다.
Q7. 직접 만나본 인상은 어땠나요?
참 온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셀리 라자루스 역시 사람을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유명한데요, 물론 광고회사라는 곳이 직원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대표 업종이어서 그만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과도 관련이 있겠으나, 그와 더불어, 라자루스 회장이 신입사원으로 오길비에 입사하여 회장에 오른 배경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8.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면 대체 몇 년을 한 회사에 일을 한 건가요?
1971년에 입사했다고 하니 약 40년을 일한게 되지요. 40년간 일하며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람 중심의 리더십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오길비앤매더의 글로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셸리 라자루스가 쓴 인사말에, 오길비앤매더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오길비가 본인에게 한 말을 적어놓은 것이 있습니다. 번역을 하자면, 자기보다 작은 사람, 즉 못한 사람을 뽑는다면, 그 회사는 소인들로만 이루어진 회사가 될 것이고, 자기보다 큰 사람을 뽑는 회사는, 대인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회사가 될 것이다’라고요. 이 말이 셸리 라자루스가 오길비라는 회사의 문화를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9. 동서를 막론하고,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한 회사의 CEO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큰 화제가 될 만한 일이죠?
그렇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입사해서, 전설적인 창업자 데이비드 오길비와 직접 일을 했을 만큼, 오랜 세월을 오길비앤매더에 몸담은 사람입니다. 여성의 리더십을 흔히 소통에 강하다 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라자루스 회장도 그 부분에 강하다고 평가 받는 것 같습니다. 광고대행사만큼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업종도 없지요.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특히 광고 분야도 논리만으로 설득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셸리 라자루스의 리더십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나 싶네요.
Q10. 역시 집에서는 평범한 어머니인가요?
그렇습니다. 2000년도에 만난 적이 있다고 했는데요, 그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몇 일전 광고주의 CEO가 전화해서 미팅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침 만나자고 하는 날이, 자녀가 학교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머니로써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당히 그 날은 나에게 이러이러한 행사로 너무 중요한 날이고, 다른 날로 바꾸자고 했다고 합니다.
Q11. 다른 구실을 댈 수도 있었을텐데, 당당하네요.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는 얘기지요. 내 가족을 중요하게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광고주를 만족시킬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개인적인 이유가 통용되는 비즈니스 관계가 상당히 놀랍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Q12. 여성의 리더쉽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요, 펩시 회장 인드라 누이와 오길비앤매더의 회장 셸리 라자루스를 중심으로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다시 인드라 누이로 돌아가면, 그녀의 리더십은 ‘감성지능 리더십’이라고 표현된다고 하네요.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직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예를 들면 사내 강연 때도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고 합니다. 이런 리더십을 추구하게 된 비결에, 나만의 것을 찾았더니 어느새 이렇게 돼 있었다고 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부분은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녀구분 없이 리더십을 함양해야 하는 모든 직장인이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13. 역시 직장에서도 나다운 것이 통하는 것인가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만의 스타일을 가져가되,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함께 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질 때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리더십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십 하면 카리스마, 강함 이런 것만을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 같고요, 조직을 이끄는 것이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은 인식했으리라고 봅니다.
Q14. 나다운 것을 포기하면 진정한 자신감도 나오기 어렵겠지요.
맞습니다. 일단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기고 부끄러움이 없을 때, 다른 사람을 이끄는 힘도 생긴다고 봅니다. 여성이 남성들이 쌓아놓은 리더십 패턴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여성다움을 바탕으로 새로운 리더십으로 성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죠.
Q15. 오늘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위 글은 MBN 라디오 브라보마이라이프 - 직장생활백서(2010년 11월 16일)에 기고한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