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아래 글은 커리어센터 박운영 이사가 한국인사관리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인사관리' 6월호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개인맞춤형 경력관리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우수 인재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리어닥터 IDP라는 기업조직내 경력개발 프로그램 컨설팅 사례도 담겨있습니다.
본론에 앞서 필자가 CDP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소개하는 것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필자는 언론사 경제부 기자 출신의 경력개발 컨설턴트다. 인사.노무 관리, 기업문화 등을 주로 취재하다 전업, 최근 4년간 1천회 이상의 개인 경력개발 및 경력관리 컨설팅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7개월간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경력개발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최근 미국경력개발협회(NCDA)가 인정하는 미국공인경력개발사(CDF-USA)를 국내 최초로 취득했다.
CDP에 대한 관심은 언론계 내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언론사는 부서 이동이 잦다. 차장 승진까지 12-15년을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씩 부서를 바꿔가며 근무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서 이동 과정에서 기자 개인의 경력 개발은 염두의 대상이 아니다. 한 언론사에서는 축구팀이 11명으로 구성된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기자가 체육부 기자로 발령난 일도 있었다. 그 기자는 경제부 부동산 분야에서 수차례 특종을 올리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던 중이었으나 경제부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자신도 흥이 나지 않는 축구 기사를 쓰게 됐다.
취재과정에서 목격한 직장인들의 고뇌도 필자로 하여금 개인 경력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확신을 갖도록 했다. 직장인들은 조직과 개인의 비전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고통스러워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회계
부서로 발령나면 자신의 적성과 관심과 거리가 있음에도 계속 그 직군에서 경력을 쌓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다. 부서 이동이 있더라도 이는 ‘여러 부서를 두루 경험해야 회사 업무 전반을 이해할 수 있다’는 단순한 전환 배치의 의미가 더 많았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것이 CDP다.
개인 맞춤형 CDP로의 진화
경력개발 프로그램은 이제 직장인들에게 연봉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도 떠오르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커리어센터는 최근 직장인 815명을 대상으로 ‘연봉이 낮더라도 이직하고 싶은 회사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경력개발 프로그램의 유무와 질’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0.2%로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업무 과정에서의 회사의 전폭적 지원(17.4%), 동료와의 인간적 관계(9.1%), 높은 복리후생 정책(21.3%) 등을 앞질렀다. 다시 말해 연봉이 다소 낮더라도 경력개발에 이로운 회사라면 이직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할까. 유명 대기업 S사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2001년초 개인맞춤형 CDP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부서장과의 면담, 직군.직무 및 전문성을 감안한 자기계발 프로그램 등을 실시해 개인별로 적합한 경력경로를 설정해 핵심인재로 성장시키겠다는 골자를 가진 이 프로그램은 당시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부서장과의 면담은 사라졌고 직군.직무별 교육 과정 이수 여부를 부서장이 온라인을 통해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직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경력개발에 대해 면담할 부서장들에 대한 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또다른 S사도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인사부에서 멘토와 멘티에게 역할만 일러줬을뿐 실행 프로그램을 제시해주지 않아 직장내 선후배간 인간관계 형성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자신의 경력개발에 현 직장의 조직, 직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이직을 고려한다.
이들이 능력과 실적이 검증된 우수 인재이거나 잠재력이 풍부하다면 조직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에 조직과 구성원간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 속에서의 경력 개발을 지향하는 개인개발계획
(Individual Development Plan)을 CDP의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IDP의 개념과 목적
최근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IDP는 한 조직내에서 개인의 경력 개발 목표를 달성토록 돕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개인 맞춤형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특정 개인의 고유한 경력개발 상황을 제일 우선 고려하도록 모든 프로세스가 짜여진다. 직원과 부서장간, 또 직원과 커리어카운셀러(커리어컨설턴트, 커리어코치 등으로도 불릴 수 있다)간 지속적이고 발달 지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IDP는 모든 구성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고 그들이 조직내 경력개발 목표를 달성토록 돕는데 목적을 둔다. 이 점에서 소수 엘리트 집단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핵심인재 관리기법과는 차이가 있다. 일회성으로 치러질 수 있는 행사도 아니다. 실적에 대한 평가를 하는 자리도 아니며 이 프로그램을 마친다고 해서 승진이나 연봉 인상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교육이나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IDP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장기간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경력경로 및 목표 설정과 액션 플랜 실행의 주체가 개인이기 때문이다. 카운셀러나 부서장은 개인이 IDP 과정을 잘 이수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며 개인의 역량을 분석하고 잠재적 능력을 분출토록 자극하는 입장이 된다. 부서장의 코칭 역량 보유는 개인의 자발적 자기개발 의지만큼이나 필수적인 요소다. 물론 부서장의 코칭 역량 배양과 실행 가능한 IDP의 설계 및 사후 평가는 인사부의 몫이다.
IDP 설계의 예
필자는 발달 심리학자인 수퍼(Super)의 이론에 근거, 경력개발에 대한 구성원들의 성숙도를 높여가는 방법으로 IDP를 설계하는 방안(일명 `커리어닥터 IDP’, Career Doctor는 필자의 개인 브랜드임)을 제안한다.
경력개발 성숙도 제고를 도와줄 조직내 전문 인력으로는 조직내 카운셀러나 코치가 있다면 이들을 활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아직 국내에는 그 수가 많지 않다)를 일정 기간 고용할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은 자신이 처한 현 상황을 진단한 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할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마련, IDP 일지에 실행 여부를 기록하게 된다. 부서장은 6개월마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개인별 장해 요인을 파악하고 목표를 수정하도록 도와주게 된다.
커리어닥터 IDP는 세가지 범주를 기준으로 설계되며 그 범주에 따라 순차적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1) 나는 누구인가(자기 진단) 2)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목표 설정) 3) 목표에는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액
션 플랜).
1. 나는 누구인가
이 단계에서는 개인은 조직 구성원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현 상황을 진단, 자신의 미래를 전망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카운셀러가 개인과 만나 경력개발과 관련한 개인의 흥미를 파악하는 한편 향후 경력 개발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개인 고유의 사회.경제.가정적 요인을 찾아내도록 돕는다.
카운셀러는 개인 흥미도 조사를 위해 1)당신은 현재의 업무에서 진정으로 만족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2) 당신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3)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언제인가 4) 당신의 업무중 가장 재미없는 부분은 무엇이고 왜 그런가 5) 당신은 부서장이 되길 원하는가 아니면 전문성을 쌓은 부서원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등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밖에도 개인이 승진을 희망하는지, 업무 권한을 넓히길 원하는지, 부서 이동을 원하는지, 직무 전환을 생각하는지 등도 반드시 짚어봐야 하는 대목이다. 카운셀러는 또 개인이 유년시절부터 어떤 경로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도 돌이켜보도록 포트폴리오를 작성케 한다. 개인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서 여러 차례의 선택 과정, 다시 말해 고교, 대학 진학이나 직장 선택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해왔는지 스스로를 점검해보고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 MBTI 성격유형 조사, STRONG 직업흥미도 조사도 병행된다.
2.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개인은 카운셀러의 분석과 포트폴리오 작성 과정의 함의점을 바탕으로 단기 목표(향후 1년 이내)와 장기 목표(향후 5년 이내)를 설정하게 된다. 개인은 자기 진단이 끝난 이후 자신의 경력 경로를 설정하기 위해 타 부서의 동료, 상사, 후배 직원들을 대상으로 탐구 및 조사 활동을 펼쳐야 한다. 회사 외부의 네트워크도 활용하고 자료 조사를 통해 자신의 경력 개발 관심 방향을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모색해보게 된다. 변화를 모색하는 개인은 직무 변경, 근무지 변경, 부서 이동 등을 목표에 담을 수 있으며 동일 부서내 계속 근무를 희망할 경우에는 승진이나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삼게 된다.
목표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현 업무에서 쌓은 스킬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카운셀러나 부서장은 개인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경우에는 자기 능력을 확장하는 것을 제어하거나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부서장은 또 개인 맞춤형 경력개발 플랜인 IDP의 의미를 수용, 개인이 자신 소속 부서를 떠나려 한다는데 대한 거부감이나 불쾌감 표현을 자제하고 적극적 협조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경력 개발 프로그램에 실망, 회사를 떠나는 것보다는 훨씬 조직 발전 지향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3.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경력개발의 목표가 설정됐으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를명시하고 도달 방안을 구체화하게 된다. 사내외 교육 프로그램, E러닝, 경력 개발을 지원해줄 인맥 네트워킹, 관련 프로젝트 수행 계획, 대외 활동 등을 실행 예상 기간과 함께 일지에 기록하게 된다. 회사는 직원들의 액션 플랜을 지원하기 위해 사내 인트라넷에 교육 프로그램을 상설화하거나 관련 정보를 게재할 수 있다. 회사는 또 소속 부서장외에 개인이 이동하고자 하는 경로상의 부서장에게도 해당 개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장치를 마련한다. 확정된 실행 계획은 인사부에 전달된다.
IDP 실행
IDP 도입을 위한 워크숍은 직무.직종별로 이뤄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부서장과인사부는 IDP 실행 계획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할때에는 즉시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