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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영 대표] 38선, 사오정을 부르는 세가지 이유

커리어닥터 박운영입니다.

저도 이제 한국에 돌아갈 날을 한달여 앞두고 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반년간 배운 것도 많고 생각한 것도 많지만 막상 요즘처럼 한국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뉴스들을 접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진로를 놓고 고민이 이만저만하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사오정, 오륙도에 이어 제가 출국할때까지만 해도 듣지 못했던 38선이란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는 대학 졸업하고 남자같으면 27, 28살에, 여자는 24, 25살 나이에 취업해서 30년 정도 직장 생활 하고 은퇴하는 것이 공식이지 않았습니까.

이게 어느새 팽팽했던 고무줄이 손가락을 떠날 때처럼, 부풀어오른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마구 줄었습니다. 지난 몇년간의 변화입니다.

직장 생활 10여년만에 퇴출당해 떠도는 부평초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뇌를 생각하면 이게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커리어컨설팅이 주 업무인 저로서도 이런 혁명적 변화의 움직임을 대하면서 제 업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헤드헌터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안정", "보장" 뭐 이런 단어와는 무관한 세상의 흐름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기는 직장인이나 헤드헌터나 커리어컨설턴트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앉아서 죽을 수 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우선 최근의 변화가 왜 생겨났는지 부터 따져봐야할 것 같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처방을 하지요. 오늘은 그 원인에 대한 이야기만 해볼까 합니다. 처방은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 세계적인 흐름을 들고 싶습니다. 세상 탓을 하는 것같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한국은 세계 경제시장에서 10-12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경제강국입니다.

경제규모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역시 경제강대국과 유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얼마전 미국 어느 컨설팅기관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더라도 경제강국의 일자리 감소 현상은 공통적입니다.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일자리가 급속히 줄고 있다는 겁니다. 많은 근로자가 필요한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은 지식과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산업입니다. 서비스업을 과거의 식당, 호텔 뭐 이런 업종으로만 이해하는 분은 요즘 안계시겠죠? 당연히 사람이 적게 필요하지요. 그리고 제조업은 생산설비의 자동화가 멈추지 않는 바퀴같아서 갈수록 사람이 줄어들지요. 게다가 전통적으로 강성 노조를 보유하고 있는 제조업 특성상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긴 어렵습니다.

둘째는 한국의 특수한 사정입니다. 한국 산업은 최근 몇년간 자동차, 반도체, 조선 산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타 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자동차, 반도체, 조선 산업을 들여다 봅시다. 자동차는 현대자동차, 반도체는 삼성전자, 이 두 회사를 빼고 나면 그야말로 "시체"아니겠습니까. 마치 철강산업의 포스코처럼 이들 회사의 일거수 일투족은 가히 국내 경제에서 메카톤급 영향력을 미칩니다. 협력업체들은 이들 두회사 아래로 수직 계열화돼있습니다. 한 회사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이상 인력 이동이란 많지 않지요. 이들 회사 재직자들이 다른 회사로 옮길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신규 일자리가 나겠습니까? 조선산업은 특성상 생산현장의 일자리가 많은 곳이고 본사 인력은 제한된 곳입니다. 생산현장은 노조가 무척강한 곳입니다. 다른 산업은 사람을 더 뽑을 여유가 없습니다.

세째는 중국의 영향입니다. 외환 위기 이후 국내 제조업의 생산 기반은 상당 부분 중국으로 옮겨갔습니다.
얼마전 어느 언론 기사를 보니 중국에서 한국의 새로운 생산시설 이동으로 인해 1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답니다. 임금 격차를 생각하더라도 최소 10만개의 일자리가 한국에서 줄어들었다는 얘기입니다.

대책없는 대졸자 양산으로 빚어지고 있는 청년 실업의 문제, 그리고 커리어센터 독자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고졸자 실업 문제도 심각성은 경력 직장인 문제에 못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최소 단위이자 근본인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의 문제는 당장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실업률만 놓고 보면 유럽 몇나라보다 우리가 높지 않지요.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세요. 타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정열을 다해 몸담았던 조직을 떠난후 당장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신의 경력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불만스럽고도 여러 근무환경이 좋지 않는 곳에서 생계 유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실업은 아니지만 노동의 가치나 질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없지요.

자 그럼 내년에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내년 경기가 다소 좋아질 것이라는 IMF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는 것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이젠 좀 다른 얘기라는 걸 아실 겁니다. 그리고 한국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도 상이한 의견이 있다고 듣습니다. 구조적 산업의 취약성이 극복되지 않는한, 또 새로운 성장동력이 구축되지 않는 한 직장인들의 삶은 내년에도 고단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정쟁에 빠져있는 정치인들이 한없이 미워지는 겨울입니다.

다소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논조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정확히 판단하지 않고서는 처방이 나올 수 없습
니다.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