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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영 대표] 목표없는 직장인이 제일 위험

10년만의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는 모양입니다. 어느새 아침 출근길에 맞는 바람은 선선한 기운을 던져줍니다. 가을이 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뭔가 수확을 거둬야 할 것 같고 열매를 따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세상 살이는 왜 이리 고단하고 팍팍한지요. 만나는 사람마다 잘 풀린다는 이는 없고 모두들 고민 덩어리를 안고 계시더군요. 계절의 교차에서 느끼는 기대만큼이나 현실에서 느끼는 낙망도 커지는 듯 합니다.

특히 목표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삶은 더욱 힘듭니다. 목표가 없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행동 유형을 보면 퇴근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 한다는 것입니다. 저녁 시간 대부분을 의미 없이 낭비하죠. 인터넷에 접속해도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산만하게 옮겨 다닐 뿐입니다.

책을 읽어보겠다고 서점을 찾아가도 마땅히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모릅니다. 그의 책장에는 온갖 종류의 책들이 두서없이 꽂혀있기 마련입니다. 인맥 관리를 하라는 얘기를 듣지만 정작 어떤 사람을 만나야 되는지도 모르겠죠. 이 사람 저 사람을 마구 잡이로 만나봅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을 화제로 삼아 채팅을 하면서 밤을 새기도 하지요. 텔레비전도 무계획적으로 보게 됩니다.

목표 없는 직장인, 이 사이트 저 사이트 기웃기웃

서점에 가도 “무슨 책을 읽어야 하지?”

한 구직자에게서 들은 얘기입니다. 며칠 전 텔레비전의 연예 뉴스 프로그램에서 요즘 잘 나간다는 여성 탤런트가 CF 촬영장에 가면서 “(돈을) 긁어 모아야죠”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말이었지만 생활의 시름 속에 젖어있는 그로서는 자신이 왜 그 시간에 그 방송을 보고 있는지 스스로가 무척 한심하고 미워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목표가 있는 사람들의 퇴근 후 삶은 어떨까요? 대기업을 거쳐 인터넷 업체에서 영업부장으로 근무중이었던 Y씨는 지난해 마흔을 넘기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영업으로만 15년간 직장 생활을 했지만 기껏 사귀어둔 거래처 인맥들도 하나 둘씩 직장을 떠나는데다 거래처가 예전처럼 특정 업체와 장기간 거래하지 않으려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Y씨는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기로 하고 시장 조사를 한 결과 부동산 중개업으로 진로를 잡았습니다. 그 이후 1년 동안 그는 퇴근 이후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에 집중했습니다. 직장 업무로 지쳐있었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마냥 쉴 수만 없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3-4시간만 잠을 자면서 시험 공부를 하는 생활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Y씨는 “옛날 고3때도 이번만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목표가 분명해지고 반드시 성취해야겠다는 절박감이 더해지니 시험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마침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기업 영업 경험을 살려 기업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겠다고 하더군요.

“고 3 때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또 다른 P씨. 30대 후반의 그는 대기업과 경영 컨설팅 회사를 거치면서 논리 정연한 화술과 뛰어난 숫자 감각으로 승승 장구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서서히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생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뭔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웰빙 시대에 맞춰 요식업이나 건강식품 대리점도 알아봤지만 얼어붙은 경기로 봐서는 섣불리 진입할 자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P씨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며칠 전 전화를 했지요. 그랬더니 어느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종신보험 설계사 교육을 받고 계시더군요. “박 이사님, 종신보험 설계사가 주변에 넘쳐난다고 생각하시죠? 이 직업에 대한 편견도 있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밤 11시까지 설계사 교육을 받거나 선배 설계사와 함께 영업 현장을 돌고 있답니다. 자정이 돼야 귀가할 수 있지만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견뎌내고 있다고 합니
다.

목표 없는 샐리던트들, “시간 관리 어렵다, 어려워”

시간은 자원입니다.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그러나 인생의 목표, 특히 전환기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에는 시간은 유용한 자원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지금 당장 어제 하루를 되돌아 봅시다. 어제 하루 24시간을 펼쳐놓고 이메일을 읽은 시간, 커피를 마신 시간, 동료와 잡담한 시간도 계산해봅시다. 그리고 퇴근 이후 텔레비전을 본 시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낸 시간 등도 따져봅시다. 의외로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이 많음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정해보십시오. 올 연말까지 내가 이뤄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내년에는, 또 5년 뒤에는 무엇을 해낼 것입니까? 가을의 문턱에서 저와 여러분이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