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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영 대표] 대기업 취업, 고시와 다를 바 없다

커리어닥터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립니다. 경력개발에서 큰 성공 거두세요.
저는 이번에 '2005 대기업 고시를 잡아라(도서출판 이가서)라는 책을 냈습니다.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책의 서문을 옮겨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책을 내면서 -
나는 한때 잘 나가던 기자였다. 자랑 같지만 끈질긴 취재력과 뉴스를 읽어내는 예민한 후각은 어느 기자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대기업은 모두 출입하는 행운도 얻었다.
경험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 현대와 삼성이라는 재계의 양대 공룡 그룹을 출입하며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바로 옆에서 취재할 수 있었던 기업 담당 기자로서의 영광도 있었다. 대우그룹 신화의 주인공 김우중 회장과도 몇 시간 동안 토론을 벌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나는 이런 취재 과정에서 유독 각 기업들과 경영자들이 사람을 어떻게 뽑는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다루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건 아마도 내 기자 생활이 노사 관계 악화의 상징이었던 울산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 취재에서 시작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뜨거운 여름날 조선소 파업 현장을 고물 자건거로 돌아다니면서 취재했다. 그때 나는 왜 사용주와 노동자가 서로에게 구둣발을 날리고 볼트와 너트로 만든 사제 총기까지 동원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후 나는 어떤 기업이 인재를 귀하게 여기거나 인재 양성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취재에 열을 올렸다. 현대가 집안 싸움을 하고 대우가 세계 경영에 실패해 신음하고 있을 때 나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을 방문하고 단언할 수 있었다. '삼성이 이제 확실히 최고가 되겠구나' 하고 말이다. 삼성이 내게 보여준 인재 개발 프로그램은 그들이 한 사람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도대체 어느 정도의 고민을 하고 있는지 느끼게 했다.

5년 전 기자직을 떠난 것도 내가 옆에서 지켜보지만 말고 우리나라에서 인재를 키우는 일에 직접 참여해 보자는 결단 때문이었다. 헤드헌팅 업계에 투신해 고객사들의 인재 경영 현장을 뛰어다녔다. '커리어 컨설팅'
이라는 생소한 영역을 개척해 그간 1천5백여 차례 직장인과 대학생을 만났다. 미국까지 건너가 미국 사람들은 경력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으며 이를 도와주는 전문가는 어떤 사람인지 보고 왔다. 그 덕에 경력개발 컨설팅 분야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이제 뭔가 그 동안 내가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선배들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전수되고 그를 통해 후배들이 선배를 극복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업적을 남기도록 하는 것이 평소 내 소신이다. 사회 발전 역시 이 같은 경험과 지식의 전수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특정 가문이나 학벌, 인맥군만이 정보를 독점해서는 사회 발전을 이뤄 낼 수가 없다. 이런 내 생각의 첫 작품이 이 책이다. 이 책의 출간은 대기업 전문 기자로서, 그리고 30대 그룹중 12개 그룹의 헤드헌팅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헤드헌터로서, 또 그간 1천5백여회 직장인 및 대학생들과 진로 상담을 했던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의무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대상을 대기업, 그것도 4대 그룹만으로 한정한 것은 안정 지향적인 구직 패턴과 4대 그룹 위주의 실물 경제를 반영한 것이다. 또 대기업 입사 시험을 부담스럽게 `고시’라는 낱말로 바꿔본 것은 그만큼 경쟁률이 높
기도 하지만 구직자들에게 최선의 준비를 다해달라는 나의 당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난 이 책을 통해 적게 나마 기업과 청년 구직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증진되기를 바란다. 기업들은 신입 사원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신입 사원을 교육시키는데 너무 많은 돈과 에너지가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으로 일할 기본기를 전혀 배우지 않은 채 상식, 영어 시험만 준비하는 게 고작이라는 불만이다. 도대체 기업들이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또 기업이 진정 원하는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응시자나 대학이나 모두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상아탑 속에 파묻혀만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줄지 않고 있다.

구직자라고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들어갈 만한 대기업들은 소위 유명대학 출신자들만 뽑고 그렇지 않은 대학이나 지방대 출신자들은 들러리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들러리 서고 싶지 않아 아예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같은 4대 그룹에는 원서 조차 내지 않는다고 한다. 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대학 교육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청년 구직자들이 제기하는 내용이다.

대기업에 대한 구직자들의 무지도 문제다. 나는 대학 취업 특강이나 취업 박람회 강연을 마치고 나면 꼭 현장에서 개인 상담을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대학생이나 청년 구직자들이 정말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음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써놓은 자기 소개서
를 읽어보고 나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불만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덧붙여 나는 모든 구직자가 4대 그룹에 입사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4대 그룹 이외의 회사중에서도 비전이 있고 꿈을 키워갈 수 있는 회사가 많다. 언론 고시가 뜬다고 해서 모두가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방법으로 사회 진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실용 서적 한 권으로 이 같은 내 바람이 충족되지는 않겠지만 집을 새로 짓는 기분으로 첫삽을 떴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담으려고 애썼지만 곳곳에 미진한 구석이 많다. 채찍질과 격려를 바란다. 새로운 흐름 소개와 정보가 필요할 경우 증보판도 낼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