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취업박람회를 열었습니다. 서울대가 직접 취업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개교 이래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과거 같으면 졸업생 취업을 놓고 그리 고민하지 않았던 서울대도 청년실업 시대의 취업난을 실감하는 모양입니다. 서울대 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보증서가 아닌 시대가 된 것이죠.
지난달 서울대가 밝힌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올 상반기 서울대 졸업생의 순수취업률은 45.1%로 2002년 50.9%, 2003년 46.5%에 이어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대가 지난해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개발을 도와줄 진로.취업센터를 설치하고 해외에서 진로상담을 전공한 박사까지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의 발로였을 것입니다. 이번 취업박람회장을 찾았다가 어느 신문과 인터뷰를 한 서울대생은 “취업 과정에서 서울대를 다닌다고 해서 득을 본 게 전혀 없다는 느낌”이라고까지 말하더군요.
서울대는 누구나 한국에서 '일등'가는 대학으로 인정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전국의 수재들이 몰려들고 집집마다 서울대 입학자를 내면 경사가 생긴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죠. 요즘도 대학 입시철 지방을 가보면 고등학교 정문 위에 내걸린 '서울대 0명 합격'이는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잖습니까. 서울대 입학이 곧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때문이겠지요. 실제 광복 이후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이끌어온 인물의 상당수가 이 대학 출신이기도 하지요. 그런 서울대이니 취업박람회 개최가 뉴스가 될 만도 하겠죠.
중소기업 사장 “다시는 서울대생 안뽑겠다”
그렇다면 서울대가 느끼는 위기감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10여년간 기업 취업 시장과 직장인들의 자기개발 트렌드를 지켜봐 온 저는 서울대의 위기감의 원인으로 최근의 취업난뿐만 아니라 서울대가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서울대 졸업생이나 재학생들이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듭니다.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지만 제 얘기에 공감하는 분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며칠 전 한 중소기업의 사장 P씨를 만난 얘기를 해드리죠. 회사 조직 관리를 놓고 고민을 하던 중 저를 만나게 된 P씨는 “다시는 서울대 졸업자를 안 뽑을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는 지난해 기획실장으로 서울대 출신의 대기업 기획실 출신자를 헤드헌팅사를 통해 영입했고 신입사원으로 서울대 졸업자도 채용했다고 합니다. 이들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한 바람에 실망도 컸다고 합니다. 개인 능력이 어느 정도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또 조직의 신입사원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기획실장은 기획실 직원들이 최고의 능력을 내도록 유도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도 모든 것을 자신의 머리로 스스로 해결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신입사원은 다른 신입사원들과 겉돌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장면도 떠오르는군요. 제가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만난 후보자중에서 상담 과정에서 신발을 벗고 의자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있던 유일한 후보자 역시 서울대 출신이었습니다. 그 후보자에게 정색을 하고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런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자 그 후보자는 “뭐가 이상하세요?”라고 되묻더군요.
수년 전 한 신문이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신입 사원의 출신 대학으로 선호하는 대학이 어디인지를 묻는 조사 결과가 보도돼 화제가 된 적이 있죠. 그때 서울대는 고려대와 연세대에 이어 3위에 랭크됐지만 실제득표율에서는 고대와 연대에 무척 뒤떨어졌습니다. 필자의 모교이기도 한 서울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고려할 때 서울대 재학생이나 서울대를 졸업한 직장인들에게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울대생,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라
우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라는 것입니다. 서울대생들은 어려서부터 암기식 위주의 학습법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사람들입니다. 예비고사와 본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으로 제도가 바뀌어 왔지만 서울대생이 되는 가장 강한 비법은 암기력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어떻습니까? 암기력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변화 무쌍합니다. 암기할 만한 '세상살이 매뉴얼', '직장 성공 매뉴얼'이 없는 것이죠.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순발력있게 해결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생, 대인 관계 능력을 배양하라
둘째로 대인 관계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서울대 사람들은 뛰어난 학습 능력으로 늘 주변으로부터 칭찬만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습 능력 이외의 장점으로 주변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능력은 약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를 꺼려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비즈니스 현장은 자사의 물건과 서비스를 상대방에게 팔아야 하는 영업 현장입니다. 기업 내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동료나 상사에게 전달해 잘 설득해내는 사람이 일 잘 하는 사람으로 통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 다루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죠.
서울대생, 자만심을 버려라
셋째로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는 한국에서는 제일이겠지만 전 세계에서 보면 변방의 대학에 불과합니다. 오늘 신문의 중국발 기사에 보면 서울대는 전 세계 대학 랭킹에서 150위권 밖의 대학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우수 인재들이 서울대 진학보다는 곧바로 해외 유학을 떠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서울대는 더 이상 일류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력서에 'Seoul National University'라는 글자만을 적고 나서 기분 좋아할 시대는 지났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경쟁자와 맞서 싸워야 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승리할 자신만의 무기를 길러야 합니다. 이것은 국립대로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서울대를 다니고 졸업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성공하는 방법이기도 하며 우리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사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