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의 성공 모범 사례로 알려진 두 회사의 CEO와 개별적으로 면담을 하게 됐다.
두 기업 모두 몇 차례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해 왔다.
그 중 한 회사는 창업 이후 납품 대기업의 거래 중단으로 인한 부도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는데,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말했다.
"사업을 하다보면 두 그룹의 세력을 만나게 됩니다.
도와주려는 세력과 방해하려는 세력인데, 전자의 세력이 후자보다 크면 기업은 성장하고
반대가 되면 고전을 하거나 실패하게 됩니다."
기업성장에 있어서 관계자본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 회사는 3년간 1000억 원에 가까운 코스닥 공모자금을 전부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고, 그 결과 기술과 품질의 우수성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게 됐다.
다른 회사 CEO는 "기업이 안정적 성장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번의 성공 사이클을 거쳐야 되는 것 같다"는 일정의 '사이클론'을 제시했다.
첫 단계의 성공은 우연히 주어진다고 봐야 한다.
성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도전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진짜 실력으로 성공했다기보다 성공할 수 있는 길목에서 서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두 번째 성공은 첫 번째보다 더 힘든 도전의 과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경쟁자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선발자의 이점을 누렸지만, 두 번째는 후발자의 위치에서 출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성공하게 되면 기업은 제법 탄탄한 위치에 서게 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상태에서 점진적 성장에 만족할 것인가라는 CEO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도전해서 성공을 해야 안정적 성장단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지속적 도전과 자기혁신을 할 수 있는 기업만이 진정한 성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견해다.
두 기업 CEO의 공통점은 창업 초기부터 세계 일류를 목표로 했으며, 목표 달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믿음과 열망을 유지시켜 왔다는 사실이다.
한 회사는 직원들의 마음을 가다듬고 재기의 열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대형 태극기를 회사벽에 붙이고 세계 시장 1위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다른 회사도 '소니를 능가하는 회사를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단기적 성공에 안주하지 않도록 자신과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공사례가 아니라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의 핵심 동인 중 하나가 개인 또는 집단이 가진 성취욕구와 도전정신이다.
성취 욕구를 바탕으로 성공을 체험하게 되면 욕구는 더욱 강화되고 선순환 사이클을 그리게 된다.
'성취욕구'와 '성공체험'이 바로 지난 40여 년간 한국경제와 기업의 발전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다.
한국은 거듭되는 위기 속에서도 수차례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내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이뤄냈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선순환 사이클에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자에 대한 성과가 불확실하고 오히려 실패사례가 많이 나타나면서 투자의욕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은 투자의욕 고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기업가의 주관적 확신이 투자 의사결정의 중요한 변수가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려는 세력보다 도와주려는 세력이 왕성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국가전략이 나와야 한다.
과거의 성공체험을 미래의 성취욕구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 글쓴이 :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