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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억하기보다 잊기가 어렵다

그리스신화에 보면 죽은 영혼들이 맨 마지막에 건너는 망각의 강, 레테가 나온다. 그리하여 영혼들은 이 레테를 지나면서 세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잊고 그 모든 기억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며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산다는 것이다. 비록 신화이지만 이러한 이야기로부터 우리는 '망각'과 '행복'이 직결될 수도 있다는 시사점을 얻게 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나왔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오리건 대학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앤더슨 박사는 실험결과 "사람이 무엇을 기억하려 할 때 보다 잊어버리려 할때 기억과 관련되는 뇌 활동이 더욱더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억하는 일보다 잊어버리는 뇌 활동이 훨씬 힘든 작업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특히 앤더슨 박사는 "다른 사람에 비해 망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존재하며 이는 MRI 영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이는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잊어버려도 될 일들을 적당히 잊을 수 있는 것은 행복을 위한 필수 능력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불행했던 과거에 깊이 천착해 과거의 괴로움이 또 현재에도 이어져 또다른 괴로움을 낳는 그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때는 그 매인 집착 상태에서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세월이 약'이 될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씁쓸한 기억들이 자연스레 잊혀져 가는것 자체가 큰 은총일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건망증'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망각 과정'이 인간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다.



물론 '업은 아이 삼년 찾는다'는 말처럼 주부가 손에 장갑을 끼고 그것을 찾는다든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한 메모장 자체를 자주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건망증은 아무래도 고치는 것이 좋다. 요즘 독도나 위안부 문제처럼 잘못된 과거사를 부정하고 각종 망언을 일삼는 일본 지도자의 행태와 같은 파렴치한 '건망증'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기억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겪은 개인적인 상처나 과거의 실패 등은 잊혀지는 것이 좋으며, 더 나아가 능동적으로 그런 것들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심지어 성서에서는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나아간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지나간 실패뿐만 아니라 과거에 이룬 성공적인 업적에도 매이지 않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이미 얻은 성공에 대하여 집착하기 시작하면 자만하거나 안주하게 돼 더 이상의 성숙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일이었든 그렇지 못한 일이었든 결국 우리는 적절한 망각을 통해 지난 삶을 뒤로하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 지향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