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흔히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다른 이의 인정을 갈구하는 마음은 때때로 진정한 자아의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덫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행복한 이기주의자’에 소개된 오지라는 남성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낙태, 출산 정책, 중동 전쟁, 워터게이트, 정치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여러 세상사에 관해 나름대로의 주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내놓은 의견에 누군가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때마다 크게 당황하곤 했지요.
그는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일일이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한 번은 장인과 함께 안락사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신이 안락사를 찬성한다는 투로 운을 떼자 장인이 못마땅해 하는 투로 눈썹을 치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눈치 챈 오지는 즉각, 거의 반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수정했지요.
“제 말은 만약 환자가 의식이 확실한 상태에서 안락사를 요구한다면 그 경우에는 괜찮지 않느냐는 거지요.”
그는 장인이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제서야 약간 숨을 돌렸습니다. 그는 직장의 상사와도 안락사에 대해 얘기했는데, 이번에는 맹렬한 반론에 부딪혔습니다.
“어떻게 자네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그것은 인간이 신을 흉내내는 행위라는 걸 모르나?”
오지는 그런 식의 반박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논조를 바꿨지요.
“제 말뜻은 매우 극한 상황에서만큼은, 그러니까 뇌사로 판명된 환자의 경우에는 안락사를 허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거지요.”
마침내 상관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오지는 다시 한번 곤경을 면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형과 함께 있을 때에도 안락사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았는데, 이번에는 즉각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휴…”
오지는 안심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인정받기 위해 입장을 수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지요.
오지는 자신만의 확고한 입장을 갖지 못한 채 사람들 사이에서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렸습니다. 오지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식대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곤 했습니다. 동조를 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도 강렬했던 나머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늘 입장을 바꿨던 것입니다. 오지 자신은 없고 그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말을 결정하는 다른 사람들의 우연한 반응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오지와 같은 모습의 현대인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수준을 넘어서서, 자신의 의견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타인의 인정’을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필요조건으로 삼게 되면, 끝도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에 휘둘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자신의 의견보다 중요시하게 되면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우울해지고 자기 비하와 자책감의 감정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지요.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행동의 바탕에는 바로 이런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자신을 믿지 마라. 먼저 다른 사람에게 확인하라.”
다른 사람의 인정을 얻기 위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어야만 한다면 그 희생의 정도가 너무 큰 것이 아닐까요? 게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인정을 받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기 보다 솔직하게 할말을 다 하고, 뒤끝 없고, 때때로 단도직입적이며, 다른 사람들이 뭐라든 개의치 않는, 원래부터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바램이 전혀 없는 듯 보이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의 우화는 세상사의 그러한 아이러니를 잘 포착해서 보여줍니다.
어미 고양이가 자기 꼬리를 좇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고 물었습니다.
“왜 그토록 네 꼬리를 따라다니는 거냐?”
그러자 새끼 고양이가 말했지요.
“고양이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행복이고, 그 행복은 제 꼬리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꼬리를 따라다니는 거예요. 내가 꼬리를 붙잡으면 행복을 얻게 될 거예요.”
이 말을 들은 어미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얘야, 나도 그런 우주 섭리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단다. 나도 행복이 내 꼬리 안에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내가 꼬리를 따라다닐 때마다 꼬리는 계속 내게서 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바쁘게 일을 하자 꼬리는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오더구나.”
밖에서 인정을 구하기 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인정해 줌으로써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