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공간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상점 주인, 레스토랑 주인, 치과 의사, 부동산 업자들은 대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자기 가게나 자기 병원 앞에다가 버젓이 자기 차를 세워놓는 것이다. 그 작은 주차 공간은 곧 돈이 들어오는 공간이라는 것을 아는 걸까 모르는 걸가?
'지갑을 열 고객'의 주차 공간을 빼앗으면 매출이 떨어진다. 거기엔 어떤 변명도 필요 없다. 어떤 합리화도 통하지 않는다. 공용 주차장에 유료로 주차를 하는 한이 있어도 내 가게 앞에 내차를 대 놓아선 안 된다. 그 공간에 주차를 하게 될 100명 중 단 한 명이라도 당신과 사업을 트게 된다면 당신의 확실한 승리다. 주차 공간이 고객이 아닌 다른 이의 편의를 위해 사용되는 바람에 어떤 고객이 당신 가게를 그냥 지나친다면 그건 당신의 명백한 패배이다.
큰 회사들도 종종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큰 회사들은 가장 주차하기 편한 장소를 자기 회사 임원들을 위해 남겨놓는다. 하지만 임원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회사 건물 뒤에 주차해야 한다. 가장 편리한 공간은 그 임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고객들을 위한 장소로 남겨두는 것이 맞다.
대도시 중심가에 14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은행이 있었다. 은행 옆에는 보도를 사이에 두고 6층짜리 주차 건물이 있었다. 그 주차 건물은 은행의 고위 간부나 고객들이 주로 사용했다. 인도는 그 주차 건물의 2층과 이어져 있었다. 따라서 1층에 주차한 사람들은 널찍한 계단을 이용해서 한 층만 더 지상으로 올라오면 되었다. 하지만 3층에서 6층에 주차한 사람들은 느리고 좁고 냄새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침침하고 지저분한 계단을 내려와야만 했다.
이 덜커덩 거리는 엘리베이터를 아무도 보수할 생각을 안 하고 흉측한 계단이 이토록 관리가 안 되었던 이유는 은행의 고위 간부들이 한 번도 이 위층 주차장을 이용하지도, 들어가 보지도, 검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은행의 관리 목록 1순위에 들어가는 VIP고객 중에는 부유한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투자가가 있었다. 이 개발업자는 9,000만 달러를 대출하고 싶었고 은행 또한 이 짭짤한 거래를 성사시켜 이에 수반되는 여러 서비스 요금과 이자를 얻고 은행의 신용도를 높이고 싶었다.
은행 측 변호사와 회계사가 총동원되는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마침 고객이 일찍 도착했는데 적당한 주차 공간이 없어 1층부터 6층까지를 헤매고 다녀야 했다. 가까스로 옥상인 6층에 올라가니 몇 개의 공간이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때마침 소나기가 퍼부었다. 그 고객은 빗속을 터벅터벅 걸어 후줄근해진 기분으로 가까스로 엘리베이터를 찾아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에는 너덜거리는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엘리버에터 일시 고장, 옆 계단을 이용하시오.'
물론 계단으로 6층을 내려오는 일은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나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빈병과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벽에는 낙서가 가득한 계단에서 이 동네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와인을 마시는지, 요즘에는 어떤 담배가 유행인지, 금세 알아낼 수 있을 정도라면 문제가 다르다
은행 지점장은 이 거물 고객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오늘 정말 비가 많이 오는군요. 당연히 저희 은행 주차장에 주차하셨겠죠."
'흠 ----- 이 사람 뭘 몰라도 정말 모르는군.'
고객은 속으로 부아가 치밀었다.
회의는 그럭저럭 잘 진행 되었다. 하지만 고객은 이미 이 기분 나쁜 은행의 돈이 다른 사람의 돈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안 뒤였다. 그때 지점장이 말했다.
"그리고 저희만의 자랑이 있습니다. 아마 고객님에게도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저희 은행은 실력을 갖춘 부동산 전문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이 건설한 최신식 콘도미니엄이나 상가 같은 건축물의 디자인과 마케닝에 능한 전문가들이죠. 저희 은행에서는 이 정도로 많은 금액을 대출하시는 분들에 한해 저희의 인재 중 한 명을 파견해서 이번 프로젝트의 승인 과정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승인 과정이라고요?"
그 고객이 중간에 말을 막았다.
"그렇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필요한 디자인 전문가와 상가 입주자의 승인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파견하는 거죠."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고객이 말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50만 달러 상당의 콘도를 사려고 합니다. 그 사람은 언제 처음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될까요? 콘도를 봤을 때? 빌딩 로비, 주차 공간, 아니면 광고를 보고?"
"글쎄요."
은행장이 말했다.
"사실 요즘에는 누가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겠습니까? 일단 차를 타고 들어오면서부터가 아닐까 싶은데요. 고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제 차가 있는 곳까지 저를 데려다 주시겠습니까?"
고객이 말했다.
"아마 고객의 구입 과정에 관해서 조금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제 의견을 들으실수도 있을 겁니다."
한때 그곳에 당당하게 버티고 있던 은행은 이제 없어졌다. 하지만 그 부동산 개발업자는 오늘날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고객은 사장 자리에 주차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당신의 카운터에 되도록 가깝게 주차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당신은 그냥 쏟아지는 빗속에 주차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당신이 비를 오게 하는 사람, 즉 레인 메이커(rainmaker:성장 및 비전에 대해 뾰족한 해법이 없어 보이는 답답한 조직, 또는 회사에서 뛰어난 기획력으로 이익을 창출해 내는 사람-옮긴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출처: 제프리J.폭스 'CEO의 저녁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