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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기분을 조절하는 음식

러․일 전쟁 당시 무지하게 추운 겨울이 계속되었는데 잘싸우던 러시아 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져갔다. 원인을 알아보니 비타민 부족이었다. 한 겨울에 비타민을 구할 수가 없어서라는데 그래서 결국은 일본군에게 패하고 말았다. 일본군이 러시아를 점령하고 난 후 식량창고를 열어 봤더니 콩이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한다. 콩은 식물성 지방이지만 이걸 비타민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었다. 콩을 콩나물로 키우면 지방에서 비타민으로 바뀌는 것을... 이런 음식문화가 없어서 러시아는 비타민의 보고인 콩을 잔뜩 쌓아두고도 전쟁에서 패배했던 것이다. 음식을 제대로 알면 간단한 기분조절은 스스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기분만 잡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전쟁에서 패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는 비타민 C와 불포화지방산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고전적인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복잡한 현대생활에서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가 없을 정도이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활성산소가 발생하고 몸 속의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이 소모된다. 이에 따라 혈관의 노화가 촉진되고 신경이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초조함과 피로가 몰려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비타민 C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대부분의 동물은 비타민 C를 체내에서 합성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인간이나 영장류 그리고 모르모트 등은 피부와 점막의 출혈이 나타나는 괴혈병(壞血病)을 막기 위해 음식물로부터 섭취해야만 한다. 비타민 C의 1일 필요량은 성인 남성의 경우 70㎎으로 다른 비타민에 비해 다소 많은 양이다. 요즘 시중에서 널리 유행하는 비타민 음료나 과립형 또는 정제 비타민 제제 등 의약품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보다는 비타민 C가 함유된 과일이나 야채를 꾸준히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비타민 C 왕'이라고 불리는 딸기는 귤의 1.5배, 사과의 10배에 이르는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다. 딸기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 함량이 80㎎이다. 따라서 대여섯 개만 먹어도 하루 필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 올 여름 무더위로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딸기 다섯 개만 먹어보자.

비타민 C 외에 씹는 맛이 있거나 상큼한 향이 나는 음식도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데 참깨, 들깨, 검은깨, 호도, 잣 등에 많이 들어 있는 불포화 지방산은 스트레스로 경직된 몸을 풀어준다. 정월 대보름에 호도, 잣 등을 깨무는 부럼 풍속은 치아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어쩌면 겨우내 웅크리고 지내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보내고자 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긴장을 풀어주는 달걀 노른자 비빔밥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 위에 달걀 노른자 하나를 떨어뜨리고 간장에 쑥쑥 비벼먹던 어릴 적 별미가 생각난다. 학교에서 시험이 있는 날 아침에 그 밥을 먹고 시험을 보면 유난히 떨리지도 않고 성적도 잘 자왔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밥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에는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달걀 노른자에 많이 함유된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도 신경안정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라고 하니 달걀 노른자를 비빈 쌀밥이 수험생에게 얼마나 좋은 음식인 줄 짐작이 될 것이다.

신경세포들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이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오래 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로토닌이 우울증에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들은 세로토닌이 결핍되었을 것이라는 이론에 따라 현재 쓰이고 있는 항우울제들은 대부분 뇌세포에 대한 세로토닌 공급량을 늘려주는 것들이라는 점에서도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들이 정신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소풍이나 운동회가 있는 날이면 밥 위에 달걀프라이를 얹은 도시락이나 달걀이 반드시 들어가는 김밥을 싸주신 어머니의 정성 또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달걀 노른자에 많이 함유된 트립토판은 우유와 아몬드에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니 신경이 날카로와진 자녀에게는 우유에 곁들인 아몬드 후레이크를, 어른들에게는 달걀노른자 비빔밥을 권해 본다.


정신을 맑게 하는 로즈마리와 비타민 B

로즈마리나 라벤더 같은 허브가 차(茶) 또는 요리의 재료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허브라고 하면 독특한 향기를 지닌 식물을 총칭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보면 마늘과 양파, 깻잎 등도 허브에 속한다고 하겠다. 최근 들어 ‘아로마 요법’이라는 것이 소개되면서 그동안 관상용으로 생각했던 허브들이 본격적인 심리치료용 소재로 활용되면서 저마다 지닌 향기의 효능에 따라 재조명되고 있다. 허브의 대표격이라 할 로즈마리는 머리를 맑게 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고 한다. 로즈마리의 향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며 숙면에도 도움을 주어 특히 수험생들이 먹으면 좋다. 솔잎향과 비슷한 향을 지닌 로즈마리는 그냥 차로 마셔도 좋고 말린 잎을 재료로 넣어 감자구이나 통닭구이 등 여러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비타민 B가 많이 든 음식도 산만한 정신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비타민 B는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육류는 물론 콩이나 잡곡, 현미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잡곡밥이나 현미밥에 허브를 넣어 요리한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 정도면 그냥 먹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은데 정신까지 맑아진다니 금상첨화 아닐까. 참 그런데 정신을 맑게 해주는 음식이라고 해서 술까지 과하게 곁들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무기력할 때는 닭고기와 두릅으로 힘을 얻는다

춘곤증은 주로 봄철에 왠지 모르게 나른해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증상인데 현대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나른하고 자꾸만 처지는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려면 단백질 섭취가 필수이다. 체내에서 필요한 단백질로 합성되려면 아미노산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는데 바로 이 아미노산이 에너지를 내는 효과가 있다. 단백질 식품으로는 각종 육류 또는 콩류, 치즈나 우유가 있는데 닭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나른한 몸에 활력을 주는 육류로는 최고라 하겠다.

조류독감의 여파로 아직도 불경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국의 양계농가와 많은 조기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몽땅 쏟아부어 제2의 인생을 걸고 있는 전국의 치킨점들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닭고기를 많이 먹어주면 그들도 우리도 함께 활력을 얻을 수 있겠다. 무기력한 몸에 활력을 주는데는 단백질 섭취와 더불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음식도 효과가 있는데 그 대표적 음식이 바로 두릅이다. 두릅은 주로 4월 경 새순을 따서 데쳐먹는데 요즘은 재배기술과 저장기술이 발달해 사철내내 두릅을 구할 수 있다. 새순을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을 ‘두릅초회’라 하고 두릅을 재료로 볶음밥, 산적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해 육류섭취를 꺼리는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화났을 때는 매운 고추가 특효

화가 나면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는데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뇌의 교감신경을 자극해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생성을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든다. 캡사이신의 효능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광범위하게 진행중이다. 일본의 젊은 여성은 김치를 다이어트 식품으로 여기는데 김치가 체중을 줄여주는 것은 고춧가루의 매운 맛 성분, 즉 캡사이신이 체지방의 연소를 돕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신경통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하며 고추의 비타민 A는 호흡기 계통의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면역력을 증진시켜, 질병의 회복을 빠르게 하며 비타민 C가 귤의 2~3배나 함유되어 있다고 하니 고추를 먹으면 기분만이 아니라 건강도 좋아질 것이다.

‘이에이에 그말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심고 뒷밭에는 고추심어, 고추당추 맵다해도 시집살이 더맵더라’는 시집살이를 어려움을 노래한 민요를 들여다 보면 앞밭이 아니라 시어머니 눈길이 잘 안닿는 뒷밭에다 고추를 심어 화가 치밀 때마다 남몰래 고추를 씹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 아닐까. 오늘날 젊은 여성들이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매운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으로 크고 작은 화를 푸는 수단으로 삼고 있음도 며느리가 뒷밭의 고추를 씹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한다. 이처럼 화가 날 때 특효인 고추는 위장이 약한 사람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 점막을 상하게 해 더 열받을 수 있으므로 체질에 따라 적당히 먹는 것이 좋겠다.


우울할 때는 초콜릿과 오렌지쥬스를

우울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나 엽산의 부족을 큰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엽산을 만들어주는 음식이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체내에 엽산을 만들어주는 대표적 음식이 오렌지주스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오렌지주스중 수입품의 경우 대부분 농축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다시 희석시킨 ‘농축원액 100%’ 오렌지인데 엽산 성분에 변화는 없을지 모르나 재배과정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건강한 식품은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 그것도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마시는 오렌지쥬스라면 아무래도 우리 땅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오렌지를 직접 갈아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렌지쥬스 외에도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는 음식은 초콜릿인데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마그네슘과 기분을 좋게 해주는 엔도르핀이 들어 있어서 짧은 시간에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에는 당분이 많아 살이 찐다고 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초콜릿에서 칼로리가 높아 살이 찌는것은 당분이 아니라 지방인데 이는 전체 초콜릿의 20%에 불과하다. 초콜릿의 지방인 카카오버터는 다른 포화지방들(버터나 동물성지방등)과는 달리 혈중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체내 흡수율이 60%로 낮아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어렵다.

초콜릿은 지방분해 효소인 리파아제의 활성을 낮추는 기능이 있어 우리 몸에 흡수되는 지방의 양을 낮춰주므로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초콜릿을 먹는다고 해서 비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식사전에 초콜릿을 먹으면 오히려 단맛이 식욕을 억제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우울할 때는 오렌지쥬스 한 잔과 초콜릿으로 가볍게 한 끼 식사를 대신하면 어떨까.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한 마늘과 양파

불면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면부족은 아무런 병도 없는데 잠들기 힘들며 잠을 자려 하면 더욱 정신이 또렷또렷해져서 무엇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샘솟듯이 떠올라 온밤을 새우는 때도 자주 있게 된다. 눈이 피로하거나 머리가 아프고 잠을 자지 못할 때 관자놀이 부위에 마늘을 붙이면 침을 놓는 것 못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직경 5~10mm 크기의 생마늘을 얇게 저며 이 조각을 대고 반창고를 붙인다. 하루 일과가 끝난 뒤 한 시간 정도 붙이고 있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날 머리가 개운해지고 눈의 피로가 해소된다.

양파도 불면증에 아주 좋기 때문에 링 모양으로 썰어서 머리 맡에 펼쳐 놓기만 해도 호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어 불면증을 고칠 수 있으며 양파를 잘게 썰어서 그릇에 담아 머리 곁에 놓고 자면 양파 특유의 냄새가 신경을 안정시켜 주므로 잠이 잘 오게 한다. 이처럼 때로는 먹지 않고 몸에 붙이거나 곁에 두고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도 있으니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그래도 음식보다는 사랑이 먼저다

과학자들이 토끼들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수개월에 걸쳐 콜레스테롤이 높은 먹이를 주고 실험을 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몇몇 토끼들이 있었다. 학자들은 이 토끼들이 왜 나쁜 식습관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의아했다. 추적한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토끼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매일 토끼들을 관찰하고 내용을 기록하는 한 연구원이 애정이 가는 몇 마리를 우리에서 꺼내 쓰다듬고 귀여워해주고 놀아 주었다는 것이다.

똑같이 해로운 먹이를 먹었어도 사랑과 관심을 받은 토끼는 자신이 먹은 나쁜 먹이의 영향을 덜 받았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이 먹는 음식에 나름대로 기분을 조절하는 성분이 있다 하더라도 역시 중요한 것은 음식 그 자체보다는 그 사람이 받는 사랑과 관심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기분에 따라 적절한 음식을 먹으며 주위의 사랑을 받는 것, 이보다 더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 어디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