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의 하루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조직 내에서 상사의 명령이나 지시, 팀원들 간의 회의, 고객과의 미팅 등 모든 업무에서 대화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화술이 필수적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훌륭한 성과를 올려 사내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며, 경쟁자들보다 빨리 승진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사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부하직원을 잘 리드하여 비즈니스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비즈니스 화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유머러스한 감각으로 상대방을 사로잡는 화술이 인기인 듯하다. 하지만 유머만으로 감동을 자아내고 본격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그들만이 이해하고 통용되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말이 비즈니스의 전부는 아니다. 이메일이나 팩스와 같은 소리 없는 대화도 있다. 하지만 업무의 성과를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이익으로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기에 비즈니스맨은 자신의 진심과 비전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실제로 앞서가는 비즈니스맨들은 군더더기 없는 말과 정곡을 찌르는 비유, 상황에 걸맞는 조크에 능하다. 그들은 결코 달변이 아니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또 어떤 자리에서도 거침없이 말할 수 있고, 상관이나 부하를 대하는 방법이 자연스러우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열정적으로 자신을 알린다.
좋은 화술이란 그처럼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중재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언어표현이다. 좋은 화술의 기준은 목표를 잘 달성하느냐 못하느냐에 있다. 아무리 말을 잘 하더라도 성과가 없다면 그저 허풍선이에 불과하다. 반대로 대화로써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으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이루어낸다면 남보다 빨리 정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화술은 이런 관점에서 자신의 말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말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하여 당신은 내부에서는 조직의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 외부에서는 회사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말은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 말을 가장 잘했던 사람이라면 서슴없이 루즈벨트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탁월한 화술로 절망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에게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1920년대 말 미국을 강타했던 대공황은 어마어마한 재난이었다. 하루 아침에 주가가 폭락하자 뉴욕의 주식시장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미국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어 1천만 명이 넘는 실업자들이 생겨났으며 부랑자들이 곳곳을 횡행했다.
이런 암울한 사회환경 속에서 1932년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한 루즈벨트는 이렇게 주장했다.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원조하는 것은 자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구제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경쟁자 후버를 제치고 미국 32대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취임사에서 시름에 빠진 국민들을 향해 외쳤다.
"미국의 힘에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이러한 루즈벨트의 강한 희망의 메시지에 힘입어 미국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한번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가 쉬 사그라들지 않자 루즈벨트는 당시까지 금기시되어 있던 케인즈의 경제논리를 미국시장에 과감히 도입했다. 정부가 시장경제에 적극 개입하는 뉴딜정책을 통해 노동시장을 창출하여 실업자를 구제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뉴딜정책이란 혼란을 초래한 자유방임적인 경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국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혼합 경제정책이었다. 루즈벨트는 이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정부를 믿지 못하고 은행에서 돈을 빼내가기에 바빴던 국민들을 설득했다.
"이제는 여러분의 돈을 은행에 보관하는 것이 집안에 두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그 말을 들은 국민들은 그 날부터 돈을 인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금하기 위해 은행 창구 앞에 줄을 섰다. 루즈벨트의 애끓는 호소와 합리적인 설득이 좌절과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미국인들의 불안과 염려를 낙관과 희망으로 바꾸어놓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즈벨트의 정책은 시행과정에서 숱한 난관에 부딪쳤다. 실업자들을 위해 실시한 직장알선프로그램도 엉성했고 중도에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어찌 되었든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심리적으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그가 바라는 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수시로 국민들에게 말했다.
"용감하고 끈기있게 뭔가를 시도하십시오. 만약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하십시오.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얼마나 미래를 낙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항상 파이프를 물고 앉아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그를 보고 한 기자가 물었다.
"대통령께서는 걱정스럽거나 초조할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십니까?"
"휘파람을 붑니다."
"제가 알기에 대통령께서 휘파람을 분다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당연하지요. 나는 여태 휘파람을 불어본 적이 없으니까."
이러한 루즈벨트의 유머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어려운 나라의 현실에 직면해 지도자로서 어찌 초조하거나 걱정스러운 적이 없겠는가. 하지만 그는 그런 문제로 휘파람 따윈 불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었다.
루즈벨트는 재임 말기 독일의 도발로 유럽 전역이 전화에 휩싸이고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는 위기상황 속에서 분투하는 영국을 지원하며 미국 전체를 군수공장으로 가동시켜 제국주의의 확산을 막아냈다. 그리하여 불황을 극복함과 동시에 미국을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거듭나게 했다.
실로 루즈벨트가 행한 연설 한마디 한마디는 그 자신의 인격과 의지와 희망 그 자체였으며 마침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은 한 나라를 일으켜세울 만한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