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미도 일을 맡겼는데 실적은 영 형편없어"라는 말을 상사가 종종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연 이런 경우에도 진정으로 부하를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의 신뢰는 '내가 기대한 만큼 따라 줄 것이다'라는 상사의 입장만을 염두에 둔 생각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뢰라고는 볼 수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부하를 신뢰한다는 것은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부하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고 믿는 것이다. 즉, 진정한 신뢰는 좀더 근본적이고 절대적이다.
상사의 기대대로 움직여주면 신뢰하고, 움직여주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표면적, 조건적인 신뢰에 불과하다. 그런 조건부 신뢰는 조작주의에 물든 상사가 종종 사용하는 상투적인 방법이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신뢰라는 당근을 줄게"라는 식은 앞서 말한 '사람은 당근과 채찍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다'는 X이론에 기초한 인간관이며 그것은 부하를 진실로 신뢰하는 것이 아니다. 상사게 부하에게 "자네를 신뢰하네"라고 말했다면, 끝까지 그 부하를 믿고 신뢰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한편, "그는 실수 연발이라서 신뢰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상사도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데, 신뢰라는 것은 본래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할까, 말까라는 의미의 문제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상사가 X이론을 취할 것인가, Y이론을 취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Y이론을 취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상사의 말은 "그가 아무리 실수 연발이라도 난 그를 신뢰해"라고 고쳐야 한다. 즉, 부하의 행동 및 그 행동이 초래한 결과물과 부하의 본질이나 인간성을 따로 구분해서 파악해야 한다.
"그는 실수 연발이라서 신뢰할 수 없어"라는 말투는 '실수'라는 부하의 행동의 결과와 '신뢰할 수 없다'는 부하의 본질을 하나로 결부시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면에 "그가 아무리 실수 연발이라도 난 그를 신뢰해"라는 말투는 결과와 본질을 엄격하게 따로 떼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하의 겉으로 드러나는 외면과 안에 잠재된 내면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상사가 부하를 진정으로 신뢰하는데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