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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상황의 리더십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병사들의 마음(人心)을 얻는 일이며 그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여야 한다.
마음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삼국지의 조조, 유비, 손권과 같은 주인공들은 우리 나라 DJ, YS, JP다.
산동(山東)의 조조는 의리, 사천(四川)의 유비는 너그러움, 상해(上海)의 손권은 치밀함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삼국지가 재미있는 것은 지역 감정과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들의 리더십의 차이에서 오는 재미다.
산동성에 가서 조조를 간웅(奸雄)이라고 욕하면 사업이고 무역이고 그 자리에서 끝이다. 호남에 가서 DJ를 욕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지역과 조직원의 특성,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방향에 따라 가변(可變)하는 것이며 고정된 리더십이란 생명력이 없다. 손자는 조직을 끌고 가는 리더의 힘은 다양한 변칙과 파격으로 더욱 커진다고 생각한다.
원칙에 충실하면서 상황에 따른 변칙을 적절히 운용할 때 리더십은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기정론(奇正論)에서 지적하고 있다.

손자가 살던 비슷한 시기에 공자(孔子)는 지도자의 도덕심과 명분의 리더십을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다소 손자와는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백성들을 행정력으로 다스리고 형벌로 끌고 가는 것은 근본적인 리더십이 아니다.
왜냐하면 백성들이 그 법과 행정망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전혀 수치를 못 느끼는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성들을 지도자의 인격과 예의 명분으로 끌고 나가면 백성들 스스로가 자신이 한 부정한 일에 대해서 수치심을 느끼고 선에 이르고자 하는 발심(發心)이 생긴다."

공자가 강조한 지도자의 인격과 명분은 너무도 중요한 리더십이다. 그러나 이 한 가지 원칙만 고집하고 주장했을 때는 다양한 상황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된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리더십은 위기의 상황에서 생존력이 떨어진다.
비슷한 시기의 노자도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 춘추전국시기 제자백가들의 철학은 "리더십학"이라고 보아도 별 무리가 없다. 그는 지도자가 간섭하고 참견하면 할수록 조직의 힘은 약화된다고 생각하였다.
"지도자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강력한 침묵의 카리스마를 통해서 조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간섭하고 체크하는 유위(有爲)의 정치력보다 강제하지 않고 조직원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드는 무위(無爲)의 정치력이 더욱 위대하다. 무위(無爲)란 넋놓고 앉아 있는 리더십이 아니다.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는 지도자의 카리스마다. 스스로가 할 수 있게 만드는 것(自然)이 가장 위대한 리더십이다."
노자의 무위(無爲)의 리더십은 당시 공자의 유위(有爲)의 리더십과 대립하였다. 그러나 둘 다 상황에 대한 유연성은 보이지 않는다. 유위든 무위든 모두 원칙의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손자의 리더십은 역동적이다. 상황을 늘 고려하고 어떤 것이 조직에 이익이 될 것인가를 늘 고민하는 리더십이다.
"조직의 힘은 세(勢)다. 지도자는 조직의 세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것이 가장 우리 조직에 이익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그 고민의 결과에 따라 끊임없이 상황을 저울질 해 나가야 한다.(因利而制權)"

이것이 바로 손자가 말하는 상황의 리더십이다.
손자병법 전체를 꿰뚫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장에서 영원한 원칙은 없다"는 것이다.
원칙(正)과 변칙(奇)은 상황에 따라 언제나 바뀌며, 그 기반은 조직의 생존과 조직원의 평화다. 자신의 원칙과 고집을 지키기 위해서 수만의 병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장렬하게 죽는 명분과 원칙의 리더십이 가장 무능한 리더십이다.
리더는 자신 혼자만의 목숨이 아니다. 조직이라고 하는 생명체를 끌고 가는 기관차다. 냉철하고 정확한 분석과 판단, 무엇이 조직을 위한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외롭고 고독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손자의 장군에 대한 명문이 있다.

"장군은 공격함에 자신의 명예를 구하고자 하지 않는다(進不求名) 후퇴를 함에 패전의 책임을 피하고자 하지도 않는다(退不避罪) 장군은 오직 자신을 믿고 따르는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할 뿐이다(惟民是保)"


출처 : 손자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