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변화한 환경 속에서 성장과 발전 모멘텀을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변화한 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해선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하는 데 특히 주목해야 한다. 질적으로 다른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어떤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어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잭 웰치 전 GE 회장과 제프 이멜트 현 회장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잭 웰치가 경영했던 80년대와 90년대 경영환경은 한 마디로 고성장 시대였다. 성장방식은 인수ㆍ합병을 선호했다. '우리는 생활을 향상시키는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는 기업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 공급 능력 확충에 주력했다. 워크아웃(Work-Out), 변화 가속화 과정(CAP), 6시그마 등 대부분 핵심 이니셔티브들이 생산성 향상에 관련되었다. 매니저들은 한 자리에 장기간 근무하기보다는 여러 산업과 업무를 단기간에 순환하는 방식이 고속 승진에 이르는 지름길이었다.
반면 제프 이멜트가 경영하는 21세기 초반 경영 환경은 저성장 시대다.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환경이다. 인수ㆍ합병보다는 기존 사업 성장(Organic Growth)이 주된 성장 방식이 되었다. 린(Lean) 6시그마, NPS(순추천고객지수), 상상력 돌파(Imagination Breakthrough)등 새로 도입된 경영 기법들은 성장을 촉진하는 데 주된 목적을 두었다. 5가지 신가치 특성을 지닌, 이른바 성장 리더(Growth Leader)를 양성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특정 산업 흐름을 꿰뚫는 전문 역량을 지닌 사람들을 차세대 리더십으로 채우고 있다. 기업 슬로건도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로 바꾸어 상상과 창조의 문화로 조직을 변모시키고 있다.
지난 8월, 한국 재계 임원을 대상으로 한 GE크로톤빌 연수프로그램에서 한 참석자가 던진 "웰치 회장과 당신 리더십은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에 이멜트 회장은 "나이가 다르다. 스무살 정도 적다. 그래서 생각도 다르다"라고 가볍지만 의미있는 시작으로 대답한 뒤 "무엇보다 환경이 다르다. 잭의 경영환경과 내 경영환경은 완전히 다르다"며 자신이 차별된 리더십이 지닌 결정적 배경을 얘기했다. "나는 잭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늘 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리더십은 시대에 맞아야 한다. 그 시대에 일어나는 사건에 따라 리더십은 달라진다. 과거를 존중하되 과거에 갇혀서 살면 안 된다."
이멜트 회장 말처럼 두 경영자의 리더십 차이를 분명하게 결정짓는 요인은 다른 경영환경이었다. 즉 경영하는 시대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리더십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우리나라 경영 환경도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 저성장 추세 장기화, 북핵 사태, 고령화 진전, 동북아 경쟁 격화와 한ㆍ미 FTA를 통한 글로벌 개방화 가속 그리고 경제 최우선주의 흐름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또 고용 이동성 증대, 우수인력 확보 난항, 평생 고용 파괴, 정보공급 팽창과 격차 확대 속에서 창의성과 다양성 그리고 민주성이 더욱 확대되는 지력사회로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이전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음에도 혹 우리 리더십은 현상 유지에 머물러 있으며 글로벌 경쟁을 두려워하고 국내시장 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지시와 명령 등 퇴행적 권위에 의존하고 구성원의 열정과 두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게다가 무엇보다 긴요한, 중간 간부의 리더십 개발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럽다.
우리나라 리더들은 변화한 시대 환경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흐름을 주도하는 리더십 개발에 힘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대한 세계 경쟁에서 낙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웰치와 이멜트 사례에서 보듯, 변화한 시대에 성장과 발전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이발휘되어야 가능하다.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정하고 세계적 안목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아이디어와 지혜를 모으는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이 나서야 한다. 창의와 도전을 권장하며, 실행력으로 목표를 달성해 내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이러한 리더십은 기업은 물론 정부, 정당, 지자체, 학교 등 모든 조직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해야 할 때다.
[이채욱 GE코리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