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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직장에서 어색함을 없애는 대화법
생각해보면 직장에서 어색한 순간은 참 많다. 전부 다른 연령대와 출신 배경 그리고 업무적으로 얽혀 있는 관계라면 아무리 편한 사이라 하더라도 친구나 가족만큼 마냥 편하게 대할 순 없다. 그래서 직장동료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가끔씩 어색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출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전부 바뀌는 층수가 표시된 숫자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점심시간에 식당에 들어가 휴지 깔고 젓가락, 숟가락 세팅하고 물컵에 물까지 다 따르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한숨 돌리면 그때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출장 중에 팀장님과 단둘이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이라면 무슨 말이라도 꺼내긴 꺼내야 할 것 같은데 섣불리 무슨 주제로 먼저 대화를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때마다 낯을 안 가리고 천연덕스럽게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직급 상관없이 대화를 잘하는 직장동료에게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는지 방법을 물었다. 그가 한 대답은 굉장히 의외의 대답이었다.

'말을 덜하면 돼.'

말 잘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말을 덜 하면 된다니, 처음에는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었다. 상대방이 계속 혼자 신나서 말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말을 잘하는 방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얘기를 듣고 나는 6:3:1의 법칙을 만들었다. 6:3:1의 법칙은 직장에서 어떤 주제로 누군가와 대화한다면 이 중 60%는 듣고 30%는 말하고 10%는 침묵하는 것이다.


*듣기(60%)
취업준비생 시절 자기소개서에 항상 쓰던 장점은 경청이었다. 대다수가 경청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본인이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접에 들어가면 이러한 경청 스킬을 어필하기 위해 주먹을 양 허벅지에 올리고 시선은 말하는 사람 쪽으로 고정한 채 일정한 주기로 고개를 상하로 끄덕거려야 한다고 배웠다.

물론 적극적인 경청의 자세로 면접에서 가점이 될 수 있겠지만 실제 상황에서 활용하기에는 다소 과장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면접장의 의도된 자세가 실제 본인의 모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누구나 경청을 잘한다고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잘 듣는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 경청하는 것이 어려울까? 우선 인간은 본능적으로 표현의 욕구를 지닌다. 이 욕구는 말하기를 통해 해소된다. 말하면서 즐거움을 얻을 순 있으나 들어서 즐거움을 얻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명강의를 들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때 즐거움을 느낄 순 있어도 일상적인 대화에서 경청을 통해 즐거웠다고 느끼는 사람의 거의 없다. 그래서 경청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래도 경청이 중요한 이유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아무 말이나 하고 나면 분명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말로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픈 상처라 할 만큼 말을 할 땐 항상 신중하게 해야 한다. 말하기의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한다. 보고서를 쓸 때 아무리 큰 소리로 내용을 주장해도 근거가 없으면 설득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로 듣고 근거들을 모아 대화의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대화할 때 반절이 넘는 60%를 듣는 데 신경 써야 한다.

경청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경청을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는 이상 쉽게 배우기 힘들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진짜 듣기만 하는 것은 경청이 아니다. 능숙하게 들을 수 있는 스킬을 배우기 위한 노력의 자세가 필요하다. 잘 듣는 방법은 무엇일까? 실제 업무 경험을 통해 배운 실전 리스닝 스킬은 다음과 같다.

● 대화할 땐 상대방의 대각선 방향에 서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정면에서 마주 보거나 옆으로 나란히 대화할 경우 서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 상대방을 뚫어져라 아이컨택을 할 필요는 없다. 눈싸움하는 것이 아니다. 종종 아이컨택을 하며 경청해서 잘 듣는다는 신호만 보내면 된다. 아이컨택이 부담스럽다면 인중이나 미간을 공략하면 된다.
●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는다.
● 말수가 많은 투머치 토커와 대화할 경우 우선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파악이 끝났다면 마침표 지점을 찾는다. 무조건 말을 많이 들어준다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는 생각에 본인이 불쾌할 수 있다. 마침표 지점을 찾아 적절한 순간에 컷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반면에 말수가 적은 사람과 대화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목소리의 톤이나 표정 그리고 제스처를 유심히 살펴보며 대화로 표현되지 않는 정보들도 함께 읽는다.
●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지 않는다. 팔짱을 끼는 것은 상대방에게 경계심을 나타내는 제스처이며 다리를 꼬는 것은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다.
● 상대방이 말하는 중에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
● 기계형 리액션이 아닌 공감형 리액션을 한다. ‘오 진짜?’ ‘아 그래?’보다는 ‘나도 그렇게 느꼈어’라고 공감하면 훨씬 상대방과 훨씬 기분 좋게 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경청을 통해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 중 가장 핵심만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과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아 사전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집중해서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해야 할 말이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일 확률이 훨씬 높다. 듣기만 잘해도 이미 말하기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말하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말하기(30%)
우선 말할 시간을 파악한다. 일반적으로 20초가 넘어가면 상대방의 집중력과 관심은 확 떨어진다. 이 시간보다 오래 얘기해야 할 경우 상대방의 행동을 잘 살핀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본심은 어깨 아래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즉 표정은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나머지 신체에서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행동은 컨트롤이 어렵다. 상대방이 머리카락을 자꾸 만진다거나 시계,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은 대화가 지루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신호를 잘 관찰해 한 번에 40초가 넘지 않는 선에서 말하는 것이 좋다.

말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의사전달을 하기 위해서는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핵심만 요약해 어떤 맥락이 중요한지 파악하고 말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짧게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먼저 말해야 한다. 가장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앞에 두고 말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불필요한 비유나 수식을 피하고 상대방이 호응할 만한 키워드나 관심 가질 만한 사례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더욱 좋다. 단순한 것은 항상 사람을 매혹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말하기

잘 듣고 잘 말하더라도 대화가 뚝뚝 끊어지고 어색한 순간이 계속 찾아올 수 있다. 이럴 땐 첫째, 앞서 말한 내용을 재활용하며 꺼져가는 대화의 불씨를 다시 살려본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분명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둘째, 주관식 질문을 던져본다. 예/아니오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질문으로 대답을 유도한다. 특정 주제에 대한 생각과 그 이유, 특정 조건에 대한 행동과 이유에 대해 질문하면 추가적인 대화 주제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색할 때 흔히 쓰이는 주제가 날씨다. “요즘 날씨 너무 춥죠?”라고 질문하면 상대방은 예/아니오 로 대답하고 대화가 끝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날씨 너무 춥죠? 추울 때 즐겨 먹는 음식 있으세요?”라는 식으로 꼬리를 물어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셋째, 본인에 관한 정보부터 드러낸다. 어색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요즘 잘 지내?”다. 이런 추상적인 질문은 분위기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수 있다. 이런 질문에 보통 “별일 없어. 사는 게 다 똑같지” 하는 답변과 함께 대화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친분이 있지 않은 이상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노출하기를 꺼린다. 그래서 상대방의 사적인 질문에 두루뭉술하게 둘러대느라 더 이상한 답변만 들을 수도 있다.

이런 질문을 할 경우에는 본인에 대한 정보를 우선 드러내고 이에 대한 상대방의 경우를 물어보는 것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더욱 유리하다. 앞서 언급했던 날씨를 주제로 예를 들면 “요즘 날씨 너무 춥죠? 저희 집은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빨리 고쳐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개인의 정보를 우선 공개하면서 이에 대한 상대방과의 공통분모를 계속 찾는다. 그렇다고 너무 속속들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상대방이 더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넷째, 칭찬할 구석을 찾아본다. 상대방이 좋고 나쁨을 떠나 존재 자체를 인정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칭찬할 부분을 찾아본다. 칭찬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어떻게 칭찬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이럴 땐 ‘~ 때문에’를 ‘~ 덕분에’로만 바꿔도 훨씬 칭찬하기 쉬워진다. 어색할 땐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들이 훨씬 주제 찾기가 쉽고 대화가 끊어지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 침묵(10%)
모든 시간을 대화로 채울 필요는 없다. 대화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어색한 공기가 싫어 일단 말을 꺼내는 사람들이 있다. 대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대화를 꼬이게 하거나 영양가 없는 대화만 왔다 갔다 하게 만든다. 대화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새로운 대화 주제를 생각할 수 있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침묵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더욱 확실하게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말을 꺼낸 뒤 짧은 침묵을 함께 끼워 넣는다면 상대방은 침묵 다음에 중요한 말을 할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는 훨씬 더 본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


마치며
내성적인 성격으로 낯가림이 심하거나 말주변이 없어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활발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으로 고치려 들며 고쳐지지 않는 사람들은 문제아로 다룬다고 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성격 별로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차이가 있으나 무조건 외향적인 성격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만을 고수하는 것이 문제다.

각자 본인의 성격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있다. 이를 찾고 훈련해야 한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며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엔 두렵고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훈련을 거듭하면 어떠한 어색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나갈 힘이 생길 것이다.


[출처 : 김화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