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3년 4월 1일 어느 누구도 맡지 않으려 하였던 IBM의 지휘봉을 지고 나서 파악한 한 가지 사실은 성공한 대다수 조직이 경험하는 증상이 IBM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거스너는 IBM의 병을 이른바 '성공에 뒤따르는 병'으로 규정하였다. 수십년 간 성공가도를 달려온 기업이나 조직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유효했던 방식과 전략을 고집하면서 실패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거스너에 따르면, IBM에 부임하고 2년간 그는 일하는 시간의 40퍼센트 이상을 임직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목표를 제시하면서 변화하도록 설득하는 데 보냈다고 한다.
"나는 숨김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임직원들의 자존심, 이겨야겠다는 경쟁의식, 실적을 개선해야겠다는 의지에 호소했습니다."
2. 그의 메시지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시장을 무시한 채 기술과 제품 개발에만 매달리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바꾸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해서 IBM을 성취 지향의 조직 문화로 바꾸었다."
3. 개혁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특히 곳곳에서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경영프로세스를 뜯어고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IBM의 변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승진, 보상, 교육 훈련 등 인사 제도와 인사 담당 조직을 대수술해야 했다. 거스너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사람들의 의식과 경영 프로세스에 녹아 있는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과 전면적은 선포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CEO가 임직원을 모아놓고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하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임직원들이 매일 접하고 일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변하지 않는 이상 실제 행동은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4. 따라서 거스너는 IBM조직 문화 수술은 결국 피를 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떠나거나 그만두게 했습니다."
5."수만 명의 의식과 행동을 변하게 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 임직원들은 모아놓고 연설이나 강연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기업의 기본 가치가 행동 규범, 사시를 만들어 선포하는 것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위에서 정하고 아래로 전파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없다. 변화의 방향과 인센티브를 일치시킴으로써 개인, 부서, 조직, 기업 내에서 변혁의 물꼬가 터져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6. MBA를 마친고 5년 정도 경력이 된 젊은이가 루이스 거스너 회장과 한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그를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 리더가 될 수 있는가를 물었다고 가정해 보자. 거스너 회장에게 단 2분이 주어져 있다고 하면...
1) "MBA를 마치고 꿈에 부풀어 있는 젊은이들의 공통점은 곧바로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착각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리더가 되기 전에 먼저 남다른 사원, 뛰어난 매니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2) 학습 능력이 빠른, 세상을 변화시키는 리더십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거스너 회장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째, 성장하는 분야에 투신하세요.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말한 것처럼, 성장이 더디거나 쇠퇴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에서 뛰어난 전문 경영인들 영입했을 때는 역시 어쩔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날 확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할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적어도 5년간은 자기가 맡은 일에서 '전임자를 포함해 그 누구보다 이 일을 잘 해내고야 말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실천하는 겁니다. 핵심은 일과 능력 개발에 열중하고 누가 누구에게 잘 보여서 성공하더라는 식의 허상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정치적인 수완으로 출세하려 하지 마십시오. 묵묵히 일에서 실력을 쌓으면 반드시 주목받는 때가 오게 마련입니다."
3)"리더는 글자 그대로 남을 이끄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리더가 가져야 할 기본은 솔직하고 신뢰를 주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합니다. 모든 리더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따르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모두가 그 목표에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전력투구할 마음이 생기도록 합니까? 회사 또는 사업부, 부서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습니까? 개인별 평가 결과를 피드백하면서 형식적인 몇마디에 그치지 않고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합니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리더가 될 때, 비로소 그들 역시 리더의 성공을 위해 두 배, 세 배 노력할 것입니다. 리더로서 거듭나고자 한다면 일종의 자기 변혁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공적인 전략 실행의 비밀은 곧 따르는 사람들을 섬김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 출처 : 무굴 판다/ 로비 셸, <세상을 변화시킨 리더들의 힘>, pp.281~2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