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관을 쓰고도 다음날 훈련에 나서라
힘없는 리더는 종이호랑이다. 그는 누구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힘은 리더십의 핵심에 있다.
리더십에서 사용하는 힘이란 생각 속의 의도를 현실로 데려오는 것이며, 계속 머물게 하는 에너지다.
리더십의 핵심은 결국 그 힘이 어디서 오며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잘못된 리더십은 또한 이 힘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힘은 가장 필요한 것이지만 가장 남용되는 것이기도 했다. 리더십이란 힘을 선용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리더와 추종자 사이의 힘의 상호 작용이다.
나는 힘의 가장 큰 물줄기 중의 하나가 바로 배움에 있다고 믿는다.
'정보와 지식의 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뜻은 정보와 지식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에너지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얻은 기량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배움과 활용에 관련해 그 정신적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장자』의 달생편에 실려 있다.
안연이 어느 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 배의 사공이 노를 젓는데 몸놀림이 가히 신의 경지에 달한 듯 보였다. 안연이 물었다.
"배 젓는 법을 배울 수 있겠는가?" 사공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몇 번 저어 보면 금방 배웁니다.
잠수에 능한 사람은 배 같은 것을 본 적이 없더라도 금방 저을 수 있습니다."
안연은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아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 배를 저을 수 있는 이유는 물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배 젓는 일에만 전념하게 된다.
잠수를 할 수 있으면 배가 뒤집히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는 못이 언덕과 같다. 배가 엎어져도 마치 수레가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여길 뿐이다.
엎어져도, 뒤로 물러나도, 온갖 위험에 닥쳐도 그것들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배우는 사람의 정신적 태도가 배움의 과정과 기량의 활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도와줄 사람도 별로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를 경우,
스스로 실수를 전제로 한 여러 가지 '기업가적 모색과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실험정신이라는 정신적 유연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수영과 잠수의 능력이 배를 잘 저을 수 있도록 훌륭한 정신적 토양을 제공하듯이
실험과 모색을 즐기는 정신적 유연성이 배움의 성과를 극대화한다.
바로 이 자세가 리더로 하여금 단지 한 분야의 기술자를 넘어 배움의 범용성을 터득하도록 도와준다.
즉 기술을 넘어 자신을 믿는 자신감으로 확장되고,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윽고 배움의 본질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경영두뇌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한 매킨지는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도 아니고 가장 큰 회사도 아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스스로 최정예의 리더들을 키워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조직의 특징으로 꼽는다.
톰 피터스 같은 경영 관련 작가를 배출하기도 했고, IBM을 살려낸 루 거스너도 한때 이 회사에 다녔다.
그들은 매킨지 안에서 근무하든 매킨지를 떠나든, 들어올 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떠나는 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조직이다. 이것이 매킨지의 힘이다.
어떤 산업 분야든 훌륭한 인재를 키워낸다는 것은 그 조직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다.
그 훌륭한 인재가 그 조직을 위해 일하든, 나와서 그 조직 밖에서 일하든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로서
사회에 참여하고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기업의 자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정신적 유연성이 사회가 하나의 인재를 키워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때로는 경험이 많은 선배 전문가로부터 배우고, 때로는 홀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보는 이 두 가지 접근법이 상호 보완적으로 한 사람을 전문적인 비즈니스 리더로
만들어가는 기본 방향인 것이다. 훌륭한 인재들은 배움에 있어 대개 이 두 가지의 접근법을 따른다.
- 출처 : 구본형 "사람에게 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