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트스쿨의 피터 카펠리교수는 저서 '부품사외'에서 점점 악화되는 채용시장에 대해 날카로운 쓴소리를 한다. 기술과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들은 연차가 올라가면서 '관리자'가 된다. 그런데 경험을 제외하곤 지극히 평범한 지식만으로 무장한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어떤가? 이들은 어떻게 경력 관리를 해야 할까?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경력 관리 계명을 읽고 나서도 근본적인 불안함을 떨치기 어렵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하라
직장인이 된 후 경력 관리란 것을 한다. 그런데 경력 관리를 하는 직장인의 모습 속에 행복은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경력 관리 고민에 꼭 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 하나 빠져 있는 거 같다. 바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이다. 예를 들어, 구조적으로 야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회사 또는 그런 직무에서 자녀들과의 시간을 더 보내기란 쉽지 않다. 즉 일과 일상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찾는 건 어렵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얼마 전 필자가 이직을 도와준 A 팀장은 안정된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계약직을 제안한 회사로 최종 이직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인상적이었다. 바로 딸과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선 계약직과 정규직의 온도 차가 크므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약직이 갖는 상대적인 자유로움을 선택한 용기를 접하고는 사람마다 중요한 가치가 다르다는 평범한 진실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됐다. 결국, 성공이란 것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껴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관점을 이동하라
최근 '감성의 끝에 서라'의 저자인 황인원 대표의 강연을 흥미롭게 들었다. 시인의 감성과 관점이 창의적인 것은 바로 '관점'을 다르게 하기 때문이란 메시지에 매우 공감이 갔다. 이 부분은 경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에게도 해당한다. 취업을 준비할 땐 면접관의 마음과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핵심 가치, 인재상 등을 철두철미하게 살핀다. 하지만 입사하고 그 회사가 익숙한 공간이 되고 나면, 내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쓸모있는 인재'인지 곰곰이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다. 사실 현재 몸담은 회사에서 '핵심 인재'로 분류됐다고 해서 이직 시장에서 매력적인 인재일지는 알 수 없다. 특히 한국에서 교육받은 대부분 직장인은 '자신감'을 객관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려서부터 등수가 매겨지고, 목표 등수에 들지 못하면 실패 혹은 그 등수에 들면 성공이라는 등식이 각인돼 무한히 우쭐하거나 한없이 소심해지는 사고방식이 심연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의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헤드헌터 같은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타이밍을 미리 계획하라
경력 관리를 위해 때론 졸업이 필요할 때도 있다. 분명한 건, 이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타이밍'이란 것이다. 실제로 타이밍이 꼬여서 경력 관리가 엉킨 후보자를 꽤 많이 만난다. 심지어 6년 동안 다섯 번을 이직한 사람을 만나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적도 있다. 사람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대표적인 시가가 바로 승진과 관련된 시점이다. 그것도 승진이 안 됐을 때. 그런데 인기 많은 사람을 친구로 사귀고 싶은 심리처럼, 현재의 직장에서 인정받아 승진한 그 시점이 동시에 다른 기업에서도 호감을 느끼는 때라는 것을 직장인들은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이직의 타이밍은 '블링크'란 책에 나온 것처럼 찰나의 직관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며, 미리 계획해서 내가 가장 좋은 모습으로 자신감이 가득할 때 움직여야 승산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