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Black Death)은 14세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구 감소를 일으킨 역사적인 전염병입니다. 주로 박쥐와 너구리 같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야생 동물 감염병이며, 주로 쥐를 통해 전파되었다고 여겨집니다. 흑사병은 엄청난 사망률을 유발하여 당시 유럽의 인구의 약 30%에서 60%가 사망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습니다.
흑사병이 인류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습니다. 그 영향은 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인구 감소로 인해 농업 및 생산 기반의 사회 구조가 변화하게 되었고, 이는 중세 시대 후기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또한, 이는 노동자의 권리와 지위에 대한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중세 유럽 사회의 종교적, 정치적 관행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한마디로 흑사병을 계기로 중세 서유럽 봉건제는 무너졌지만 그 폐허 위에 근대 국가들이 태동하였고, 서유럽은 경제적, 정치적 부흥과 평창의 시대를 열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흑사병으로 인하여 산업혁명이 태동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위와 같이 흑사병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출산율 저하로 인하여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 인구소멸에 더하여 국가 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기회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대체적으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구가 줄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걱정거리만은 아니지만 작년 말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꼴찌이며 심지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0.7명)보다 아이를 낳지 않을 정도로 감속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저출산은 고령화를 가져오고 고령화는 생산력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인구가 빨리 줄면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산업구조의 붕괴, 국가재정의 불균형, 제도의 미스매치 등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국가별 적정인구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국가의 적정인구는 해당 국가의 자원, 경제구조, 환경 상태, 인프라 및 사회적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현재 적정인구를 유지하고 있는 걸까요?
단순한 수치인 인구밀도로면 본다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511명/km²)이며 서울인구밀도는 15,699명/ km²가 될 정도로 과밀지역입니다.
필자는 한 해에 백만 이상의 출생아가 있던 제2차 베이비붐 세대로서 학창시절에는 좁은 교실에 60~70명이 주입식 교육을 받았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취업난을 겪었으며, 결혼해서 가정을 이룰 때는 주택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하였으며, 현재에는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종용 받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곧 다가올 미래에는 국민연금 고갈, 사회복지비용 증가로 인하여 노후 생활의 불안이 예상되는 세대입니다.
한마디로 과잉 인구에 따른 부작용을 직접 경험한 세대입니다.
이미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의 미래는 결정된 부분으로 바꿀 수 있는 변수가 거의 없이 확정적입니다. 한반도 미래인구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20년 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3천657만명(2023년)에서 2천717만명(2044년)으로 940만명이 줄어들며 2050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천891만명으로 전체인구의 40%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앞서 흑사병 사례에서 살펴 봤듯이 급격한 사회 구조 변화에 대한 불안감만 키울 것이 아니고 철저한 대책을 세우고 그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20~30년 동안은 기술혁신, 사회 구조 변화, 환경 변화 등 아직까지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많은 변화와 도전이 예상됩니다
AI, 로봇, 바이오 및 실버테크 등으로 핵심 산업 재편, 고령화 및 이민에 따른 사회 구조 변화,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먹거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위험과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구감소가 오히려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어쩌면 시대의 변화일 수 있습니다. 인구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과 행복의 질을 모두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적은 인원이 누릴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해 질 것이며 환경 또한 쾌적하게 될 것입니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새로운 가치와 모델을 창출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서승원 컨설턴트 / ssw@nterw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