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여성 관리자의 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남녀 간의 직급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외국계 기업은 해외 본사의 제도와 가치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보다는 불평등이 덜한 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뿌리깊은 관행과 조직문화를 쉽게 변화시키기 어렵다. 채용과 승진 등의 인사에서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존재하며, 관리자를 육성하기 위한 훈련 기회에서도 여성을 자연스럽게 배제하기도 하고, 여성 또한 스스로 아직 관리자로서의 경력 추구에 관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여성만이 지닌 그 특유의 힘은 관계 중심적인 조직 사회에서 남성보다 훨씬 큰 괴력을 발휘한다. 점차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기업문화의 흐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앞으로는 남성의 “관리 중심적 리더십”과 여성의 “관계 중심적 리더십”이 결합된 “양성적 리더십”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다가오는 시대에는 직선적이고 수직적인 가치체계를 가진 남성적 사고보다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중심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여성적 가치를 함께 발현할 수 있는 통합적 자질을 지닌 관리자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기업과 사회 모두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힘을 요구하지만, 조직 내 제반 여건이나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이른바 “유리천장(Glass Ceiling)” 속에 갇혀 있다. 가장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은 육아지원 제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탄력 근무 시간제나 재택근무, 육아시설 마련 등 여성 근로자의 모성 보호를 배려하는 제도가 아직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채용, 배치, 승진에 있어서도 여성이 기본 조건과 자질, 역량 등이 남성보다 뛰어나다 하더라도, 기혼 여성의 한계를 이유로 남성이 선택되는 관행은 여전하다. 특히 국내에서 해외 전문 인력을 선발하는 사례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유리천장 위원회 (Glass Ceiling Commission)를 결성, 여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제도적으로 독려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경우 이 유리천장을 깨뜨릴 만한 제반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성별의 구분 없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최고 가치라면, 녹는점이 400~500℃에 달하는 유리를 서서히 녹일 만한 보다 뜨거운 제도적 열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안소윤 컨설턴트 / soyoon@nterw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