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전 세계 경기 침체로 경제 전반의 위기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는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다양한 문제들을 한 번에 풀 수 있는 “마술 탄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외부에서의 우수한 인재의 영입이 새로운 “만병통치약(Snake oil)”은 아닐까라는 질문에 대한 유혹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혁신과 창의성을 갖춘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인사 패러다임과 채용 방식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력 채용에 대한 기업 내 당사자들(Stakeholders) 간의 다양한 시각(同床異夢)이 존재하고 그 간극은 여전히 줄여지지 않고 있다.
사례: 신사업기획팀장을 채용하는 K사의 선택은?
“인터뷰 하루 전 그것도 회장님 최종 면접을 앞두고 펑크를 내면 어쩌자는 겁니까?”
K사 인사팀 P 과장은 무책임한 지원자 M 차장의 태도에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수 십 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1, 2차 인터뷰는 물론 경력 조회(Reference check)를 통해 최종 면접 대상자(Final list)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그 중 겨우 CSO(Chief Strategy Officer)인 L 부사장의 결재를 받은 적임자로 생각했던 M 차장이 면접 전날 그만 지원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최고 경영진의 최대 관심사항인 K 프로젝트 2.0을 담당할 신사업기획팀의 팀장을 뽑지 못하여 사업 자체가 지지 부진하다며 주간 임원회의에서의 지적에 대해 모든 책임은 인사담당자의 책임인 듯 그야말로 인사팀은 몇 달 째 가시방석이다. 사내에서는 적임자가 없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공개 채용, 경쟁사에서의 스카우트 그리고 서치펌을 통한 추천을 받아 몇 번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지만 매번 담당 임원 인터뷰에서 떨어지거나 최고 경영진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사업의 방향성 마저 위태롭게 된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경영자(Top Management)
경력직 채용은 만병통치(Snake oil); 사람 관리, 인재경영
월요일 아침 임원 회의를 주관하였던 K사 O 회장의 심기가 영 마땅치 않다. 작년 암 수술 이후 체력은 회복되지 않고 무엇보다 외부 컨설팅 자문을 받아 야심 차게 계획하였던 K 프로젝트 2.0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이 원인일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의뢰하였던 외부 컨설팅 결과나 30여 년 간 K사를 세우고 성장시켰던 본인의 철학은 “위기 극복과 성장 동력은 결국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인재 확보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으로 2세 상속을 통한 후계 경영체계 확보보다는 작년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을 위해 자신과 K사와의 고락을 같이 하였던 임원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위 최고의 학벌과 글로벌 컨설팅 펌 출신의 L 부사장을 CSO로 영입하였으나 신규 사업 추진은 물론 기존 임직원과의 소통도 원활한 거 같지가 않아 L 부사장의 영입에 대한 사내 우려가 많다.
그러나 O 회장은 “기업 경영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사람 관리, 인재경영”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 이유로 “기업 경영의 중요한 능력들이 모두 사람에게 내재화되어 있으며, 실행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며, 이에, 훌륭한 인재를 모으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조직의 발전을 이루는 “인재경영”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많은 반대를 불구하고 핵심 인재를 영입해도 도무지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전문 경영인 승계라는 본인의 결정이 옳았던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인사담당자
“인사를 위한 인사” or “Troubleshooter”
유력한 후보자였던 지원자 M 차장의 중도 포기라는 P 과장의 보고를 받고 인사팀 B 부장은 당장이라고 P 과장에게 M 차장 집이건 회사로 가서 설득해서 잡아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눌러 참는다. 인사담당자의 역할인 직장 생활에서의 “금전, 일, 사람 관계”를 어떻게 적절히 운용하여 최고 경영진을 비롯한 내부고객을 만족시키느냐라는 물음에 20여 년간 줄곧 인사통이라고 자부했던 B 부장 역시 조직 내의 벽은 물론 본인의 한계를 느끼곤 했다.
현재 회사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는 K 프로젝트에 대한 최고 경영진의 관심과 기대에 못지않게 최근 영입 된 경력직에 대한 처우 및 직급에 내부 반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사부장의 입장으로서는 이번 신사업기획팀장의 채용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의 수준을 넘어서 신규 채용 인원과 기존 인원 간의 치킨게임(Game of chicken)의 양상으로 번질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P 부장 역시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 상 외부 전문가의 영입과 통상 임금&직급 체계를 뛰어넘는 유인책은 필요하나 인사의 기준과 원칙의 절대 명제인 1) 적절한 인재의 채용(Right person) 2) 적절한 직무와 역할(Right Role & Responsibility) 3) 적절한 평가보상체계(Right evaluation and compensation)의 심각한 파격은 결국 지속적인 조직의 성장(Sustainable development)에 족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사담당자 역할은 내부 이해당사자(Stakeholder) 간의 이해 상충을 해결하고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문제 해결자(Troubleshooter)라고 P 과장을 다독이면서 보다 유연성과 창의성 그리고 다양성을 가지고 사업 팀장 채용할 것을 독려한다.
현업
“회사에 도움이 되는 슈퍼맨”
M 차장의 중도 포기 보고에 L 부사장은 그만 허탈감에 빠졌다. MBA 동문이라는 학연과 전 직장 후배라는 인연을 가지고 본인의 오른팔을 뽑는다는 억울한 소리에도 M 차장의 역량과 자질을 믿고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채용을 진행하였던 자신이었다. 그러나 본인에게 사전 아무런 얘기도 없이 중도 포기한 M 차장을 생각하면 흔히 컨설팅펌 출신 지원자들의 빠른 이해타산의 문제인지 아니면 개인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공정한 시장평가보다는 조직의 시스템만을 강조하는 기업의 문제인지 본인 역시 혼란스럽다.
L 부사장 본인 역시 K사의 입사에 대해 처음부터 호의적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최고의 학벌과 Big3의 파트너였던 자신에게 K사는 처우나 직급이나 무엇 하나 Best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Client였던 O 회장과의 업무사의 맺어진 관계였지만 그의 비전과 철학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O 회장의 경영철학은 경영 서적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진정한 경영자의 면모였다. 더욱이, O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계로의 기업 발전 청사진에 L 부사장이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면 그동안 본인이 당연시하였던 처우나 직급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입사부터 본인이 생각했던 모습은 입사 후 첫 임원회의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L 부사장의 역량을 믿고 발탁하였던 O 회장과는 달리 K사 임직원에게 이제 갓 40대 중반의 CSO는 점령군의 모습이었던 것 같았다. 이러한 내부 반발로 인해 처음 CSO와 COO(Chief Operation Officer)의 겸직 약속과는 달리 사내 전략 및 신사업기획 총괄 임원으로 직무가 축소된 것이다.
본인 입사 이후 첫 작품이랄 수 있는 중장기 회사 발전 프로젝트인 “K 프로젝트 2.0”을 구상 한 후 이를 기획하고 실행할 팀원을 찾았으나 아쉽게도 내부 인재 풀은 분명 한계가 있었고 이에, 다른 임원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부 경력직 채용을 결재받아 진행하였던 것이었으나 번번이 처우나 직급 그리고 회사의 인지도 때문인지 적임자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L 부사장은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줄곧 본인이 경영 컨설팅 Client에게 강조하였던 “향후 기업 경영의 환경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the War for Talents)은 물론 그 핵심 인재를 통한 가치 창조(valuation through talents의 시대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즉, 구태의연하지만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살리는 시대”라는 명제 하에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고급 인적 자원의 발굴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실현할 핵심 인재 유지로 귀결된다고 L 부사장은 굳게 믿고 있다. 이에 회사는 인력(Manpower)이 아닌 무한한 투자로 인적 자원(Human Resource)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경력 채용을 위해
앞서 사례를 둔 K사의 사례는 오늘날 경력직 채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례의 일부분이다. 결국 모든 기업들은 전략적 채용 계획의 운영과 실행을 통해 기업의 이익 창출이라는 궁극적인 대의를 실현할 수 있다.
*전략적 채용 계획: “어떤 인재를(Who), 언제(When) 그리고 얼마나(How many)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출발점이자 핵심은 결국 신규 인력 확보 및 인재 유지를 위한 핵심인재의 확보 및 유지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의 인재경영의 전략적 방향이 “인재 확보”에서 “인재 활용” 쪽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우수한 능력의 인재를 확보 및 유지하는데 집중하였다. 그러나 입사한 인재가 조직에 진정으로 기여할 때에 인재 확보의 의미가 살아난다. 따라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war for talents)에서 인재를 통한 가치 창출(talents for value creation) 방향으로 인재 경영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직무 별/ 업종별 경력직 채용에 따라 다른 접근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추연집 컨설턴트 / chu@nterw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