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나와 동년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며 큰 히트를 쳤다.
시청자들은 모두 방송을 보며 과거가 그리웠다고 했다. 그 시절이 그립다고. 70년대 생 모두가, 그리고 80년대생 모두가 그리움을 안고 방송을 보았고 신나했고 즐거워했다. 그 시절이 그립다함은 그 시절의 젊은 자체가 아니라 그때의 열정과 추억일 터.
한국 사회에서의 대학이란 갈수록 더더욱 취업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 현실이다. 큰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큰 회사에 들어가고자 따야하는 자격증에 지나지 않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인문학이 점점 천대를 받는 대한민국. 배우는 학문에는 경중이 없다. 인문 사회학이 더 훌륭하고 지성적인 것도 아니며 기술 관련 학문이 더 우수하고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삶에 대해 배우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인문 사회 학문이라면 그 사회를 어떻게 좀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배우는 과정이 기술 관련 학문일 것이다. 산을 가리키는 손이 덜 중요하지 않고, 그 산 자체가 덜 중요할리도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산을 가리키는 손만 보며 살아간다. 내가 이 손을 뻗어 저기를 가리키기 위해 손가락을 내미는 것인데, 어느 순간 산을 가리키는 것인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자체를 잊는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사십대 오십대를 맞이한다. 아. 이것은 내 손가락일 뿐이었구나... 내가 달려온 길은 산을 향해 가고 있진 않았구나… 어느 순간 나루터에 앉아 멀리만 느껴지는 산을 보며 한숨을 쉰다. 그러나 그것이 또 인생... 늦은 나이는 없을 거다. 산이 저기 있었다는 걸 아는 순간 이미 산에 가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을 테니 말이다.
열정을 쏟았던 시기가 있다. 나만의 산, 나만의 바다를 꿈꾸었던 청춘의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점점 우리 사회는 꿈을 말살시킨다.
산을 오르려 하지 말고, 바다를 꿈꾸지 말라고 한다. 꿈이라는 단어 자체가 몽상가, 이상가적인 말로 들리게끔 만들고 있다.
그렇게 훈련된 세대를 우리는 살아왔고, 점점 더 훈련의 가속도는 빨라져갔다. 훈육이 아니라 훈련을 시키는 시절이다. 교육이 아니라 교과만을 가르치는 시대이다.
그러나 사람이 동물과 다른 바는 반발할 줄 앎에 있다. 잘 따르고 그 가속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달리다가도 내가 달리고 있는 다리를 쳐다볼 줄 알고, 코끝에 느껴지는 바람에 내가 무얼 향해 달리는지 궁금해하는 순간이 온다. 이건 내 삶이 아니다. 진정 원했던 바가 아니다... 라는 후회가 들고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코끝에 느껴지는 바람, 하릴없이 달려가고 있는 두 발을 인지하는 순간이 토토가 같은 트리거를 통해 드러난다.
그때는 즐거웠는데... 그때는 행복했는데... 학창시절 교과만 달달 외우고 있었음에도 무언가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교과만 달달 외워 입성한 사회의 현실이 더 쓰디쓰기 때문이다. 눈감고 귀막고 달려온 길이 어찌보면 허무하기 때문이다.
열정이 아직 가득 남아있는 스스로의 마음을 눈치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은 빅텐트 서울 2013에 참석하여 이렇게 말했다.
"구글은 어떤 분야에 대해서든 인내와 열정을 가진 사람을 좋은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든지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꾸준히 노력하고, 또 성공하고자 해야 합니다. 결국은 인내와 열정,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좋은 인재를 만듭니다"
단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현재의 일을 하고 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행복한지를 자문해보아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일을 하며 행복함을 느낀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또 있겠는가?
열정을 가지라고 충고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열정이 삶의 행복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인생은 짧지 않다. 열정을 쏟아부을 일을 찾을 시간은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다.
학생들에게 스펙 쌓기만 열중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충고는, 직장인들에게도 회사의 네임밸류나 연봉만을 쫓지 말라는 충고로도 치환될 수 있다.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어느 회사에서든 부르짖는다. 창의성을 갖고 살아가기엔 한국의 학교 환경이나 직업 환경이 턱없이 뒷받침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열려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은 돈을 모으는 법, 주식부자 되는 법 등의 책은 갖다 버리고, 가끔은 데이비드 소로우의 “worlden”도 들쳐보고,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도 읽어보자.
잘 발달된 감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작금의 시대에는 똘똘이 스머프의 깐깐한 잔소리보다, 자연이 스머프의 어깨 한번 툭 쳐주는 살가운 인사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토토가를 들으며 뭉클하고 어깨라도 들썩이며 춤추고 싶어졌다면, 매일의 일상에서 열정을 가질 무엇인가를 찾자. 늦은 때는 없다. 열정은 나이에 비례하여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열정이야말로 세상에 태어나서 끊임없이 놓지 말아야 할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은 컨설턴트 / stellar@nterw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