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일을 택하자니 육아에 문제가 생기고, 육아를 택하자니 경제적 어려움과 자아실현이 문제가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아이 때문에 직장을 포기해야 했던 여성들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녀들을 일컫는 단어가 바로 “경단녀”이다.
기업들은 이들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신입 인력을 뽑는 것보다도 훨씬 더 적은 시간 안에 적응할 수가 있고, 비용 측면에서도 재교육하는데 비용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적인 손실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제기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람에 따라 사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경단녀가 많아지면서 경단녀들의 재취업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이름 대면 다 알만한 대기업에서부터 시간제 공무원과 같은 구조적인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단녀들의 재취업의 문턱을 높기만 하다. 이유가 무엇 일까?
먼저 경단녀를 대상으로 한다는데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경단녀는 단순히 대학을 졸업하고 육아에 전념하다가 사회에 나오겠다는 사회 초년생이 아니라 경력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구직자들이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다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본인의 경력 대비 쉬운 업무를 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취미 정도로 활동한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막연히 주부에서 커리어우면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고 지원하는 분야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좋다.
본 헤드헌터를 통해 실제로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경단녀 A, B, C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경단녀 A는 국내 유명 패션 업체에서 인사고과 A를 받으며 성실히 9년 동안 영업기획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육아로 인한 2년의 공백기 후 재취업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던 중 영어학원 선생님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력이 아깝다고 생각한 헤드헌터의 권유에 따라 신규 브랜드의 영업기획 포지션으로 진행했고 서류를 통과하여 면접을 보았다. 면접 전 프리 미팅 시간에 본 후보자는 이제껏 만나온 후보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긴 파마머리에 스웨터와 청바지 차림은 면접 자라기보다는 동네 마트에 갈 때 입는 옷차림이었다. 나름 신경 썼다고 했겠지만 첫인상에서부터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면접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팀으로부터 피드백이 왔다. “일선에서 너무 멀어진 모양입니다. 업무적인 감도 떨어졌고 굉장히 아줌마스러워요”. 그렇게 경단녀 A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경단녀B는 유명 패션업체에서 인사업무 8년 경력을 가지고 육아로 1년 6개월을 쉰 후 일선으로 나왔다. 헤드헌터가 취업을 권유했을 때는 먼저 중견기업의 산휴 대체직으로 인사팀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계약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기간 종료 날짜에 맞춰 발 빠른 이직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설득 결과 서류 통과와 더불어 면접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산휴 대체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과 연봉 조율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헤드헌터의 입장에서 조언을 했지만 새로운 기회에 대한 불안감에 현재에 만족하고자 한 선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면접을 진행할 수는 없을까요?”라는 문의로 이어졌다. 정규직 전환은 수포로 돌아갔고 마땅하게 갈 곳이 없어지자 뒤늦게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지만 기회는 이미 없어진 후였다.
경단녀C는 11년 동안 기획 업무를 담당하였고 2년간의 육아 휴직 기간이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경단녀라는 한계를 넘어 재취업에 성공하였고 본 헤드헌터와의 인연은 다시 한번 도약을 위해 이직을 결심했을 때였다.
재취업이 가능했던 사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첫 번째로 회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의 워크샵이라던가 종무식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석했다고 한다. “나는 잠시 쉬고 있지만 회사로 언제든지 회사로 돌아올 준비가 되어있다”는 무언의 행동이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업무적인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업무 인수인계뿐 만이 아니라 후임의 질문이라던가 상사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준비해서 답변했고 관련 커뮤니티 모임 등에 요즘 화제 되고 있는 이슈 사항이라던가 몸담고 있던 회사, 그 경쟁사들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세 번째로 인맥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삼 개월에 한 번씩은 안부 인사를 했으며 업무에 관심이 많다는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표했다.
그 결과 본래 다니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다른 회사로 소개를 받았고 업무 성적과 평판조회 결과를 통해 당당히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후 본 헤드헌터가, 연봉은 이전 보다 못하지만 업무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이직을 권유했을 때 과감히 결정했고 옮겨갔다. 워킹맘으로서 상대적을 덜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고려한, 육아와 직장을 양립하고자 하는 선택에 따른 결과였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컨설턴트는 업무로 복귀하고자 하는 경단녀들에게 몇 가지를 조언해주고 싶다.
가장 먼저 내 전문성을 확인해서 적합한 업무분야로의 지원이 기본이다. 단순 근로직이나 시간제로의 취업이 아니라 앞으로도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나의 과거와 미래의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나의 경력을 팔겠습니다, 사십시오”의 마인드지 “제발 저를 뽑아주세요”의 자세가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인재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능력을 이용하겠다지 적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인드는 필요 없다.
무엇이든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난 다시는 일하지 않을 테다”라는 마음이 들더라도 절대 끈을 놓으면 안 된다. 다시 복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면 그때 놓아야지 미리 선을 그어버리면 잡고자 할 때 이미 잡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업무에 대한 관심과 네트워크를 통한 끈은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좋다. 회사 상사, 동료 그리고 친한 헤드헌터를 곁에 두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안부 인사를 전하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는 게 좋다.
연봉과 처우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얼마 받던 사람인데…”라는 마인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낮추라는 말이 아니다. 나의 가치는 공백기를 염두에 둔 연봉에서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성과로 보여주면 되기 때문이다. 복귀 후 가치를 재평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기회를 잡는 것이 우선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다시 일할 용기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든 일인데 한 기업에 불합격했다고 크게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 대학교를 졸업하는 20대들도 보통 50~60개 지원서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력 단절 여성들도 그런 20대의 용기와 열정을 가지고 지원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커리어는 말 그대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졌을 뿐이다.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노력 속에서 후배 엄마들에게는 경단녀라는 꼬리표가 없어지길 바란다.

이재은 컨설턴트 / jel@nterw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