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헤드헌터 17人이 전하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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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것이다. 밤을 새며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신규 사업 검토를 위해 해외 출장에 올랐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임원 인사에서 밀려나자 따르던 부하 직원들까지는 자신을 멀리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아, 이젠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떠났다. 낡은 승용차를 끌고 전국을 보름 이상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전국 곳곳에 참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공장을 두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아, 저런 회사에서 내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곳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O씨는 상경하자마자 지인들의 인맥을 동원해 중소 제조업체 경영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제조업 기획 경험을 살만한 곳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서 말이다. 그러던 중 어느 중소 제조업체의 임원을 찾던 필자를 만났던 것이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분석을 마친 그는 "이 정도면 자신이 있다"며 대표이사와의 인터뷰를 희망했고 대표이사 역시 그의 오랜 경험을 높이 샀다. 대표이사의 적극적이면서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성품도 O씨를 당겼다. O씨는 현재 그 중소 업체의 기획에서 내부 관리, 생산관리 등을 모두 맡는 COO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가 회사 경영의 한 축을 맡고 나서부터 회사의 매출이 급성장한 것은 행운이기도 했지만 철저한 기획력과 조직 관리 역량이 발휘됐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더욱이 O씨가 대기업 근무 중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영어와 일어 실력이 이 중소기업의 해외 거래처 확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회사를 옮긴 경우도 있지만 한 회사 안에서 여러 직종을 스스로 자원하면서 기획 전문가로서의 눈을 키운 경우도 있다. 모 전자회사의 전략기획부장인 C씨는 입사 시절 총무부로 배치됐다가 2년 만에 스스로 경영기획실 근무를 자원해 옮겼다. 이후에도 경영 기획실에서 신규 사업을 기획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사업 영업팀으로 이동했으며 그 신규 사업을 좀더 이해하고자 생산관리팀으로 자원했다. 사내에서는 공장 근무를 자원한 C씨의 행로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회사 전반의 경영과 업계 사정을 제대로 아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업, 마케팅, 생산 등을 두루 알아야 한다는 지론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의 사내 이동을 허용해준 회사의 배려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자 했던 개인의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특히 한 회사에서 최고 임원직에 오르지 못할 경우에는 이처럼 여러 직종을 옮겨 다닌 것은 무척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도 필자가 알기에는 C씨는 내년 초 임원승진 영순위다. 이런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기획 분야라고 해서 반드시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이직의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던 사람들에게 역시 성공 이직의 선물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