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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마음을 움직이는 최면 커뮤니케이션

영업이나 사업, 교육, 혹은 종교의 전도 같은 영역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잠재의식의 조작 테크닉을 습득해 무의식 중에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매일 마음을 조작당하고 있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광고를 보았다. 물 없이 자동차에 뿌리기만 하면 간단히 차체를 청소할 수 있는 상품의 선전이었다. 그 광고 자체가 딱히 흥미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선전 마지막에 "흔들어 사용하세요." 하는 내레이션에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고 말았다.

이것은 최면요법 세계에서 더블 바인드(double bind)(이중 구속)라고 부르는 테크닉이다(therapeutic double bind, Ericksonian double bind라고도 한다).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이 최면을 공부했는지 심리유도를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경험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아무튼 잠재의식의 작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실로 교묘한 선전 광고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심리유도를 눈치채지 못한다. 이 광고를 보는 시청자들은 별 생각 없이 '음, 흔들어서 사용하는 거구나.' 하고 넘긴다. 그런데 '흔들어서 사용한다'라는 말에는 '이미 그 상품을 구입했다'고 하는 전제 조건이 감춰져 있다. 흔들어 사용하려면 우선 그 상품이 있어야 한다. 당연한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의식의 장벽을 빠져 나가 버린다.

직접적으로 "사 주세요." 하고 말하면 '그냥 물로 하지 뭐.', '그런 거 필요 없어.' 하고 머리 속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이미 구입했다는 전제에서 말하면 판단하는 데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즉 이미 그 상품을 구입했다는 개념이 잠재의식 속에 직접 심어져 버린다. 따라서 자동차 용품을 사러 갔을 때 이 상품이 눈에 띄면 바로 집어들 가능성이 높다.

내친 김에 한 가지 더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승용차 선전인데, 선전 첫머리에 "쾌감!" 하고 말하고, 한 템포 늦게 차의 상품명이 화면에 흐른다. 이것은 경악법이라고 부르는 최면 테크닉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쾌감이라는 말에는 성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갑자기 "쾌감!" 하고 말하면 귀가 번쩍 뜨인다. 그 마음의 허점을 노려 상품명을 툭 던진다. 그렇게 하면 머리로 판단하기 전에 잠재의식에 상품명이 박혀 버린다.

최면요법에서도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을 사용해 상대를 순간적으로 방심하게 만들어 암시를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방법을 시도 때도 없이 쓰면 "저 사람 저질이야." 하는 소리를 듣게 되므로 가끔씩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들 모든 예에 공통되는 것이 있다면, 머리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에 메시지를 보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잠재의식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왜 표면적 의식, 즉 현재의식顯在意識이 아닌 잠재의식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까.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은 의식이 아닌 잠재의식에 말을 건다


최면요법이 다른 심리 요법과 크게 다른 점은 잠재의식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정하고 그것에 직접 접근해 간다는 것이다.

잠재의식은 우리가 보통 의식하고 있는 부분 아래에 조용히 존재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의식하는 부분(현재의식)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밑에는 95%의 잠재의식(무의식)이라는 세계가 있다. 이 비율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우리가 항상 의식하고 있는 부분, 즉 머리로 생각하는 부분은 마음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아침에 출근할 때 지하철 역까지 걷는 것은 머리로 생각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매일 아침 반복하는 일이므로 잠재의식에 새겨져 있으며, 별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역까지 도착한다. 잠재의식이 그렇게 이끄는 것이다. 이 경우는 편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꾸로 난처할 때도 있다.
우리는 조금 부끄럽거나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그런데 '빨개지지 마라, 빨개지지 마라.' 하고 생각할수록 더 빨개진다. 아침 출근 때에 불쾌한 일이 있으면 그 날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다. 머리로는 이미 끝난 일이니까 잊자고 생각해도 부아가 치민다.

또 사람들 앞에서 무엇을 발표할 때면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린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듣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목소리가 떨린다.

이처럼 우리는 보통 머리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잠재의식의 제어를 받으며 생활한다. 잠재의식에 축적된 경험이나 유형에 따라서 좌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잠재의식에 새겨진 유형은 머리로는 도저히 해제할 수 없다.

거꾸로 사람은 잠재의식에 명령을 보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명령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텔레비전의 선전 광고 등에서는 당연히 잠재의식의 원리를 이용한다.

생각해 보면 잠재의식의 원리를 모른 채 정보화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세뇌'라는 것도 꼭 신흥 종교나 자기 개발 세미나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늘 행해지고 있다. '나는 결코 조작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니까 잠재의식이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영업이나 사업, 교육, 혹은 종교의 전도 같은 영역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이러한 잠재의식의 조작 테크닉을 습득해 무의식 중에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발췌출처 : 이시이 히로유키 著 '마음을 움직이는 최면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