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장애를 판정해 법적 보상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맥브라이드 장애등급이 좋은 사례다. 한쪽 눈을 실명하면 25%의 노동력 상실로 인정된다.
그러나 양쪽 눈을 모두 실명하면 85%의 노동력 상실이다. 과학적으로도 8백50냥은 족히 된다는 뜻이다. 실제 눈 하나만을 위해 안과란 진료과목이 존재하며 12쌍의 뇌신경 가운데 가장 굵은 것도 시(視)신경이다. 눈의 건강을 배려할 수 있는 생활수칙 네가지를 선정해 소개한다.
멀리 보기를 반복하라
많은 사람의 상식과 달리 눈은 멀리 있는 것을 볼 때보다 가까이 있는 것을 볼 때 훨씬 힘이 많이 든다.
가까이 있는 물체를 보려면 모양근이란 안구 속의 근육이 잔뜩 수축해 수정체를 볼록하게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멀리 있는 것을 볼 땐 모양근이 느긋하게 이완된다. 눈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가능하면 멀리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확 트인 초원에 사는 몽골인의 시력이 좋은 이유는 멀리 보기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문제는 현대인의 생활환경이 갈수록 TV와 컴퓨터 모니터 등 가까이 있는 것을 보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안이 찾아오는 연령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30대 후반부터 눈이 침침하고 신문이나 책을 읽지 못해 돋보기 안경을 써야 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30분에 한번은 작업 도중 먼 곳을 응시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TV를 많이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것은 절반은 옳고 절반은 틀리다.
인간의 시력은 안구의 앞뒤 길이로 결정된다. 앞뒤 길이가 길면 근시가 되는 것이지 TV를 오래 본다고 근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TV를 오래 보면 눈의 피로를 가져온다. 눈의 피로는 쉬면 다시 좋아진다는 점에서 근시와 다르다.
TV를 볼 경우 가능하면 멀리서 시청하는 것이 좋다. 이 점에서 화면이 큰 TV가 눈에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녹색이 좋다
눈의 건강을 위해 가장 권장되는 색깔은 녹색이다. 인간의 눈은 녹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행간이나 여백에 작은 글씨를 쓰려면 녹색 볼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파란색은 좋지 않다.
색깔을 감지하는 망막의 원추세포 중 파란색을 담당하는 4백50㎜의 단파장세포가 가장 적게 분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란색은 가장 탐지하기 어려운 색깔이며 녹색을 보는데 비해 10배나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수술실 의사들의 가운이 초록 일색인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녹색은 빨간색 혈액과 보색관계를 이뤄 눈의 피로를 덜어줄 뿐더러 피가 튀어 묻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숲이나 나무를 바라볼 때 눈이 편안해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는 데엔 파랑이나 녹색을, 가라앉은 마음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빨강이나 노란색을 주목하는 것이 좋다. 빨강이나 노랑 등 긴 파장의 색깔은 뇌를 흥분시킨다.
조명에 신경쓰자
직접 조명보다는 간접 조명이, 형광등보다는 백열전구(자연 빛에 가까움)가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중요한 것은 시야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조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라면 자신의 왼쪽에, 왼손잡이라면 자신의 오른쪽에 조명기구를 두는 것이 좋다.
조명기구는 가능하면 갓을 달아 빛이 직접 눈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방의 불은 끄고 책상만 환하게 비추거나 TV를 볼 때 방 안을 어둡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명암 차이가 클 경우 망막에서 밝을 때 색깔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와 어두울 때 명암을 구분하는 간상세포가 교대로 작동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물이 좋다
생간(肝)에 야맹증을 방지하는 비타민A가 풍부해 눈에 좋다는 이유로 일부러 생간을 수험생에게 먹이는 부모가 있다. 그러나 이는 못먹고 살던 과거의 이야기다. 굳이 생간을 먹일 필요는 없다.
눈에 좋다는 영양제도 있으나 이것을 복용한다고 눈이 좋아진다는 증거는 없다.
신체 전반의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눈도 덩달아 좋아진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만 물은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몸에 수분이 충분해야 눈을 보호할 수 있는 눈물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실제 미국안과학회는 눈의 건강을 위해 하루 여덟잔의 물을 마실 것을 권유하고 있다.
가습기로 실내 습도를 충분히 유지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