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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내가 원하는것을 얻는 협상 테크닉

한 협상 테이블에서 양방 간에 팽팽한 논의가 오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협상이 쉽게 타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한 사나이가 일어나더니 육중한 재떨이를 들어 유리 탁자의 한가운데를 내리쳤다.

그것을 본 상대편 협상자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그리고 협상은 곧 종결되었다. 물론 탁자를 내리친 사람측이 유리하도록 매듭지어졌다. 협상이 끝난 후, 왜 그랬냐고 누군가 물었다. 그러자 탁자를 깨뜨린 사람이 조용하게 대답했다.

“저 탁자는 1만 달러짜리밖에 되지 않소. 나는 저런 탁자를 일년에 열두 개는 깨뜨립니다. 결국 탁자 하나 깨는 데 9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죠. 난 그 덕에 일년에 100만 달러 가량의 투자 수익을 올리고 있소.”

협상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탁자를 박살내서는 안 될 것이다. 협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 있다면, 수고롭게 재떨이를 던지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
옛날에 말 장수들은 사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진짜로 사고 싶은 말은 절대로 먼저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만일 그렇게 하면 값이 올라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들의 제약이나 약점이 무엇이며, 마감 시효는 언제인지를 안다면 커다란 도움이 된다.

상대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선 위압적이거나, 단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보다는, 혼란스러워 보이고 무방비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일수록 상대는 더욱 쉽게 정보를 제공하고 충고도 해준다. 협상 당사자 이외에 그를 위해서 일하거나, 과거에 그와 거래가 있었던 사람이면 누구에게서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협상 정보 중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정보는 상대측의 마지노선이다. 즉 그 한계를 넘어서면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수준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비틀스 초기에 그들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비틀스의 첫 번째 영화 계약을 위한 협상을 하게 되었다. 상대편인 유나이티드 아티스츠측 협상자는 수익의 25퍼센트까지 지급할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감춘 채 엡스타인에게, 원하는 바를 말해보라고 했다. 당시 거액을 만져보지 못했던 엡스타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7.5퍼센트에서 단 한푼도 깎을 수 없다고 말이다. 영화 <고된 날의 밤(A hard day’s night)>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때 협상으로 비틀스는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협상에서 정보는 현찰과 같다. 요컨대 정보는 곧 승리의 비결이다. 정보가 있어야만, 협상에서 승리하는 계획을 세울 수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계획을 세우는 데 실패한다면, 실패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라고.



원칙에 충실하라
소련이 붕괴되기 전 미국인들이 가장 협상하기 어려워했던 상대는 소련이었다. 이들과 협상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미국인들은 소련인들의 협상 특성을 ‘소비에트 협상 스타일’이라 구분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린 결론은, 도저히 이기기 힘든 상대이므로 그와 같은 장점을 배우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을 손들게 만든 소비에트 협상 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원칙에 충실한다’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일단 원칙을 정하면 이 원칙에서 조금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할지라도 그 내용이 원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용납하지 않았다. 한쪽이 자신의 주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원칙론에 입각하여 주장할 때, 상대의 논리나 합리성은 무릎을 꿇게 된다.

협상에 있어서 원칙에 충실한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다. 원칙에 충실한 상대에게는 원칙을 벗어나는 요구를 할 수 없다고 상대는 생각한다. 그러나 편법에 능하고, 원칙 없이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상대에 대해서는,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무차별적인 요구를 한다.

겉으로 표현되는 원칙과 상대의 이해가 걸린 원칙이 일치될 때, 협상은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협상을 잘하는 나라나 기업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언제나 원칙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협력 업체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그대로 지키는 업체의 협상 담당자는 협력 업체와 협상할 때 힘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떳떳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가차없이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칙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 업체의 협상 담당자는 협력 업체와 협상할 때 힘이 없다. 최초에 제시한 제안을 고집할수록, 그리고 그 제안을 뒷받침하기 위한 명백한 자료들이 많을수록 상대방의 기대치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말하지 않는 것을 들어라
협상자들은 보통 필요 이상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말 이외의 방법으로 정보를 계속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정보가 말이나 글로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표정이나 몸짓으로 유출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더구나 몸짓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협상 중에는 말로 하지 않는 정보를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상사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하자. 설명을 시작하는데 상사는 창밖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쳐다보고 있다. 당신은 설명을 계속한다. 상사는 이제 의자에서 몸을 젖히고 손가락으로 삼각형을 만들어서 그 사이로 당신을 바라본다. 얼마 후에는 왼쪽 집게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이런 일련의 반응은 분명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네’라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협상장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신체 언어를 관찰해야 한다. 얼굴과 머리, 팔과 손, 다리와 발, 몸, 이 네 개의 채널에 집중하라. 당신에게 얘기하는 사람의 모든 행동에 신경을 집중한다면 당신은 더 효과적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어떤 문제가 그에게 더 중요하며, 덜 중요한가 하는 것과 같은, 말로 표현하지 않는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
전문적인 협상가들은 상대를 압박하고, 두려움을 가지게 하고, 혹은 의기소침하게 하는 기술이 있다. 협상에 있어서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감정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협상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멜로 드라마를 볼 때처럼 감상에 젖기 위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결코 흥분하는 따위의 감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물론 의도적으로 감정적인 것처럼 보이거나, 상대를 감정에 빠지게 하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상대로 인해 나의 감정이 흔들릴 때가 있다.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간단하다. 비디오를 보다가 전화가 오면, 우리는 줄거리가 지나가는 것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정지 버튼을 누를 뿐이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감정적으로 나오거나 내 감정을 자극할 때, 혹은 자극할 의도는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 그 감정이 온전하게 표출되게 해서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어렵다. 그 때는 잠시 정지 버튼을 눌러라.

예를 들어 ‘밤새 협상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든가, 눈을 감고 턱을 쓰다듬다든가, 정 안 되면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라고 말해라.

특히 압박을 받게 될 때, 정지 버튼을 잘 사용하라.
어떤 협상가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은근히 상대방을 압박하곤 한다. 당신을 어떤 결정으로 몰아넣으려는 사람이 당신이 정지 버튼을 사용하는 것을 막는다면, “나는 당신과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아직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협상을 벌써 매듭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대의 상상력을 유도하라
독방에 한 죄수가 갇혀 있었다. 그는 문이 달려 있는 작은 창을 통해, 통로에서 혼자 지키고 있는 교도관이 한껏 담배를 들이마셨다가 행복하게 내뿜는 모습을 보았다. 담배가 너무도 피우고 싶은 죄수는 오른손으로 문을 정중하게 두드렸다. 그러자 교도관이 투덜거리며 느릿느릿 걸어왔다.

“뭐야?”
“담배 한 개비만 주세요. 부탁입니다.”

교도관은 죄수를 향해 비웃듯 코방귀를 뀌고는 등을 돌렸다. 어림도 없다는 무언의 표시다. 죄수가 원하는 것은 담배 한 개비이고, 교도관은 그런 협상에 동의하지 않으려 했다. 이 상태에서 그 죄수가 과연 담배를 얻어 피울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그 죄수는 이번엔 왼손으로 당당하게 문을 두드렸다. 화가 난 교도관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또 뭐야?”
“제발 30초 이내로 담배 한 개비만 피우게 해주십시오. 만일 피우지 못하게 된다면, 피범벅이 되어 정신을 잃을 때까지 콘크리트 벽에 내 머리를 박을 거요. 바닥에 쓰러진 나를 당국으로 데려가 소생시키면, 당신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진술할 거요. 물론 그들은 내 말을 절대로 믿지 않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참석해야 할 모든 청문회와, 여러 위원회 앞에서 증언해야 할 것을 생각해보세요. 세 통씩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들을 생각해봐요. 당신이 겪어야 할 복잡한 행정 절차들을 생각해보세요. 내게 값싼 담배 한 개비를 안 줘서 이 모든 일을 당하려 합니까? 담배 한 개비만 주면 다시는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 죄수는 교도관의 상상력을 멋지게 유도했다. 그런 상태에서 담배를 안 내줄 교도관이 있을까? 이렇듯이 상대방이 고집하는 협상의 결과가 낳게 될 부정적인 상황을 부각함으로써, 없던 상황도 만들어낼 수 있다. 상대로 하여금 상상하게끔 부추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간의 주도권을 가져라
미국은 월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고 수개월 동안 노력했다. 미국측은 여러 달 동안 직접적인 호소와 중재인을 통한 접촉을 병행하면서, 협상을 이끌어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월맹측은 늘 같은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전쟁을 627년 동안이나 치러 왔다. 앞으로 우리가 128년을 더 싸운다 한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사실 32년 전쟁은 우리에게는 대단히 짧은 것이다.”

하지만 월맹측 역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하는 압력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미국의 대통령 선거 바로 전에 파리에서 평화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미국측 협상 대표는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리츠 호텔에 일주일 단위로 계산을 치르기로 하고 방을 얻었다. 그런데 월맹측은 파리 외곽에 있는 빌라 한 채를 2년 반 동안의 대여 계약을 맺고 세를 냈다. 결과적으로 미국측은 협상 결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협상이 소비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는 바로 시간이다. 어떤 식으로든 협상이 결렬되지 않고 마무리되어야 할 경우나, 한 번 협상하는 데 많은 비용이 소모될 경우, 시간은 매우 중요한 협상 요소가 된다. 이럴 때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법이다. 어떤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양보 행위나 해결 움직임은 바로 마감 직전에 이루어진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자신이 가진 협상 시간에 대해 절대로 노출해서는 안 된다. 그건 칼자루를 상대에게 넘겨주고 ‘어서 치쇼!’라고 부추기는 것과 같다. 다급한 행동은 이익이 확실히 보장되어 있을 때에만 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쉽고 빠르게 최선의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오로지 천천히 그리고 참을성 있게 행동할 때만, 원하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전화 협상에서 승리하라
전화 협상은 얼굴을 맞대고 하는 협상보다 힘들다. 의사 소통의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대면해서 펼치는 많은 협상 테크닉이 전화 상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전화 협상의 큰 특징은, 서로 상대방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느슨해져서 협상을 망칠 수도 있다. 따라서 전화 협상에서도 태도를 바르게 해야 한다.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깊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얼굴에 미소를 지어라.

전화 협상을 시작할 때는 직접 만났을 때처럼, 첫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전화가 처음 연결될 때가 중요한데, ‘여보세요’라는 형식적인 인사를 할 것이 아니라, ‘안녕하세요’나 ‘전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호감을 사도록 한다.

무엇보다 의사 전달을 분명히 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말을 해야, 상대가 오해 없이 판단할 수 있다. 대면할 때는 창문을 쳐다보거나 다음 생각에 잠겨 있어도 문제가 안 되지만, 전화 상에서는 상대가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없기 때문에, 잠시 딴 생각을 하게 되면 상대는 당신과 연락이 끊겼거나, 당신이 혼란스러워 한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말은 적당한 속도로 하되, 중얼거리지 말고 또박또박 해야 한다. 그리고 ‘음, 어’ 등의 말은 삼가라. 이런 말들로 잠깐의 침묵을 채울 수는 있지만, 차라리 잠깐 동안의 침묵이 더 좋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협상에 직면한다. 그런데 수많은 협상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협상이 있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과 하는 협상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목표를 종종 낮게 잡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높은 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에고는 게으르고, 판에 박혀 있으며, 좀처럼 지지 않는 능수능란한 협상자다.

‘나’ 자신과 벌이는 협상에서 삶의 높은 가치관과 원대한 목표에 대해 합의를 끌어낸다면, 우리는 미래의 삶에서 부딪힐 수많은 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출처 : 조원기 (참고 도서 : 허브 코헨 '협상의 법칙' , 마이클 C. 도날슨 '비즈니스 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