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적으로 잘 짜인 자기소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말로 상처를 주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된다. 직장인인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직장의 누군가로부터 아름답고, 따뜻하며, 배려하는 말을 최근에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반대의 경우로 냉정하고, 차가우며,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들은 적이 훨씬 많지 않은가.
우리의 말들이, 특히 직장에서의 언어가 조금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는 일을 씩씩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은 동료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당연히 누군가의 좋은 말 센스를 기대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달라지는 게 옳다. 긴장 상태에서 자기 보호적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자신감 있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말 한마디에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더 나아가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꼭 업무와 관련된 시간과 공간에서만이 아니다. 직장에서의 비공식적 모임, 예를 들어 조직 내 동호회 활동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등산 동호회나 게임 동호회, 독서 모임 등에 대한 활동을 지원하며 필요하면 비용까지 대주는 회사가 늘고 있는데, 혹시 왜 회사가 사내의 이런 활동에까지 돈을 대주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철저한 계산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조직 내 활동을 통해 인맥을 쌓으면 타부서 간 업무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데 있어 윤활유가 되므로 궁극적으로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기업 전체적 맥락에서 일종의 투자다. 얽히고설킨 조직 내 관계는 언제 어디서 그 영향력을 발휘할지 모르는데, 친목으로 시작한 인간관계가 업무 등에 도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있다. 설령 조직의 비공식 활동이라 해도 우리의 말은 조금은 달라야 한다. ‘말 센스’는 시간과 공간을 구별하여 적절하게 대응하는 감각을 의미하니까. 직장 밖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많다.
과거에 나는 한 포털 업체의 커뮤니티 중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한 적이 있다. 회원 중에 독립영화 감독이 있었는데 같은 회원이었던 작가 지망생과 마라톤을 통해 가까워지면서 훗날 작품을 통해 인연을 이어 나가기도 했다.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회원과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는 회원이 나중에 기업 홍보를 위한 책자를 만드는 회사를 차린 것도 봤다. 직장 밖의 상황이 이러할 정도인데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직장에서야 말조심, 아니 ‘말 센스’를 가다듬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회사에서 등산 동호회에 가입한 적도 있다.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는데 내 또래의 누군가가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영지원팀에서 일합니다. 산에 오르는 게 저의 유일한 취미입니다. 아, 혹시 보고서 만들다가 어려우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제가 팀 내에서는 서류 작성의 달인이라고 불립니다. 업무 중에 보고용 자료 샘플이 필요하면 저에게 연락하십시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확실히 도와드리겠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자기소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를 치밀한 ‘말 센스’로 받아들였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에 보고 혹은 보고서와 무관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각자 부서로 복귀하여 일할 때 서류 작성 중에 어려움이 생기면 이 친구를 찾지 않을까. 그렇게 한두 번 도움을 주고받게 되면 그 누구보다 끈끈한 회사 내 관계로 강화될 것이다. 사실 나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서 작업하다가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그 이후로도 그 친구와 상당 기간 친해졌음은 물론이다.
자신의 능력, 오직 그것만으로 회사에서 승부를 거는 시대는 지났다. 능력이 뛰어난 누군가를 알아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여부가 성장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역량을 과감하게 노출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PR’ 하는 것, ‘말 센스’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음을 기억해 두자.
[출처:네이버포스트 '더굿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