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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가계 불황을 이기는 법
‘이웃집 백만장자’의 저자 토머스 스탠리는 부자들의 특징을 딱 세 단어로 요약했다. ‘절약’ ‘절약’ 또 ‘절약’이다. 주변을 돌아보라. 부자 가운데 ‘짠돌이’가 아니거나 적어도 합리적인 소비자가 아닌 이가 있던지. 재산이 100억원대인 어느 부자는 먹다 남은 소주 반 병까지 키핑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불황에서 견뎌내기 위해서라도 소비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일회성으로 지갑을 닫기보다는 이참에 소비구조를 제대로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BMW족이 돼라
돈 아끼고 여유 챙기고, 일거양득

BMW족. BMW를 몰고 다니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버스(Bus)나 지하철(Metro)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Walking)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넘나드는 요즘엔 소득 규모와 상관없이 BMW족이 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일단 비용 절약 면에서 그렇다. 서울메트로는 상계역에서 사당역까지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하루 1만2270원(1500㏄ 소형 승용차 기준)의 비용이 드는 데 반해 지하철 왕복요금은 26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실제 BMW족에게 물어보면 대중교통 이용은 돈 절약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시간까지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M씨가 그렇다. 얼마 전까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자가용으로 직장에 출퇴근하던 M씨는 요즘 주말이 아니면 자동차 열쇠를 쥐지 않는다. 경기도권에 있는 자택에서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직장까지 오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매일 아침 M씨는 출퇴근 짬을 이용해 영어단어를 외우거나 자기개발과 관련한 책을 본다. 그는 “자가용 출퇴근으로 한 달에 20만원가량 들던 비용이 5만원가량으로 대폭 줄어든 데도 소소한 기쁨이 있지만 돈 주고 살 수 없는 삶의 여유를 얻어 즐겁다”고 말했다.

과시비용을 줄이고 줄여라
백화점 대신 동네 슈퍼로 발길

직장인 최형원 씨(26)를 보면 요즘 브라운관에 나오는 모 소형차 광고가 연상된다. 명품백을 종종 들고 다니긴 하지만 꼭 필요한 데 아니면 돈을 쓰지 않는다. 요즘 들어 특히 외식비를 과감하게 줄였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일주일에 최소한 두 번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겼지만 지금은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 그는 “한 달에 외식비로 쓰는 돈을 20만~25만원 정도나 줄였다”고 밝혔다. 집에서 주로 요리를 하게 되자 새로운 습관도 생겼다. 예전엔 스낵이나 식재료를 마트에서 아무 생각 없이 구입했지만 요즘엔 그때그때 먹을 양만 동네 슈퍼에서 구입한다.

이 같은 모습은 일부 여성들에게만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반적인 가계소비가 위축되면서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대형할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2%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은 같은 기간 0.3% 정도 줄었지만 올 들어 처음으로 보인 감소세란 점에서 상황 변화를 추측게 한다.

그러나 짠돌이카페를 운영하는 이대표 씨(33)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아직 주위를 보면 자기 재정 상황을 넘는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경조사에 드는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내놨다. 그는 “축의금은 어차피 서로 주고받게 되는 돈이기에 서로 부담을 최소화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리없이 새는 전기를 막아라
전등만 바꿔도 전기료 뚝

지난 6월 김포 H아파트에 입주했던 주민 정모 씨는 관리비 내역서를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평소 6만원 정도였던 전기료가 17만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뭔가 착오가 있겠거니 관리실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전기구조 자체는 이상 없음’이었다.

“빌트인(Built In) 가구가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부연설명과 함께. 정 씨는 면밀히 분석에 들어갔다. 문제는 새 아파트라고 멋스럽게 설치한 전등과 가전제품들이었다. 정 씨는 전기 소모량이 많은 할로겐램프를 대부분 형광등으로 바꿨다. 당장은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이것만으로도 조명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 또 아무 때나 마구 켜지는 자동감지센서를 테이프로 막아버렸다.

가전제품 사용도 줄였다. 정 씨는 “음식물 건조기와 냉온수기 사용을 자제했더니 하루 4KW가 줄더라”고 전했다. 전력소비구조를 바꿨더니 하루 20KW 이상 나오던 전력소모량이 13KW로 줄었다. 월 전기료도 17만원에서 6만원으로 현격히 낮출 수 있었다.

이처럼 조금만 신경 쓰면 에너지 낭비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팁을 몇 가지 전한다. 새로 가전제품을 구입할 일이 있다면 디자인도 좋지만 에너지소비효율 등급부터 따져보는 게 순서다. 텔레비전 등 리모컨을 사용하는 제품은 아예 코드를 빼둬야 대기전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냉장고도 공간을 차지한다고 벽 쪽으로 확 밀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적어도 10센티미터는 떼어 놓아야 열을 잘 내보내 효율성이 높아진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 소모량은 미국과 일본의 2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스탠더드에 견줘도 과소비 중이라는 얘기다.

통신비를 따져봐라
인터넷전화·광랜 결합상품 알뜰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는 인구가 늘었다.

회사원 유주현 씨(30)는 이동전화를 쓸 일이 많다. 그의 평소 이동통신요금은 1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불황을 맞아 통신비 리모델링에 나서 요금을 확 줄였다. 비결은 통화하는 대신 문자를 보내는 것. 그것도 전화기 문자전송 기능 대신 무료거나 저렴한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한다.

“업무 때문에 와이브로를 이용해 서울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데요. 덕분에 언제든지 컴퓨터를 켜고 문자를 보내지요. KTH 파란닷컴, KTF 매직엔 등을 이용하면 무료 문자를 400건 가까이 보낼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켜기 어려울 땐 관공서나 우체국, 도서관 등에서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그는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메신저도 전화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통신비를 3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통신비는 국내 교통비, 사교육비와 함께 3대 ‘소비 괴물’로 꼽힌다. 지난 2분기 한국인의 소비를 조사해보니 식료품 다음으로 교통, 통신, 교육비가 뒤를 이었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 소비지출에서 이동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달했다. 이는 미국(1.6%)보다 3.4배나 높고 일본보다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통신비를 줄이지 않고서는 소비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비도 절약할 수 있는 여지가 꽤 있다. 요즘 인터넷과 이동통신, 전화를 묶어서 파는 결합상품이 한창 인기다. 일반전화보다 인터넷전화가 30% 이상 쌀 뿐 아니라 결합상품 자체가 저렴하게 나와 고려해볼 만하다. 장기계약을 하면 통신사들은 할인율을 높인다. 단골고객에겐 가격을 깎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동전화의 경우 가입된 상품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도 있다. 자신의 통화 성향에 맞는 요금제를 택하면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마지막 팁 하나 더. 가능하면 청구서는 이메일로 돌려놓고 은행 자동납부를 신청하자. 통화요금의 1%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써라
생각 없이 쓰는 돈 막아

직장인 김현수 씨(26)는 얼마 전 지갑에 가득했던 신용카드를 모두 없앴다. 대신 결제계좌 잔액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그는 “정해진 한도 안에서 지출을 통제해 충동구매를 최소화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카드사마다 포인트다, 할인혜택이다 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카드영수증은 빚 명세서와 같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씨는 “체크카드로 한 달 소비금액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재테크할 수 있는 여유 금액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이는 일부 사람들의 움직임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체크카드의 발행 건수는 올 상반기 183만4000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129만2000건에 비해 42%나 증가했다. 이용금액도 올 상반기 67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1.9% 많아진 것으로 조사된다. 우리나라 짠돌이의 대표격인 이대표 씨도 “되도록 현금을 쓰는 게 현명하지만 신용카드를 만들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용한도부터 정해야 한다”면서 “체크카드가 그나마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