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으로 사람의 호감을 산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정치가인 디즈레일리는 문학적인 재주도 뛰어나 많은 소설을 썼다.
또 여러 계층의 여성들에게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디즈레일리가 과연 얼마나 여성들에게서
인기가 있었는가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몇명의 여성들이 모여 당시 정치가들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물었다.
"디즈레일리와 그의 라이벌인 글래드스톤 두사람으로부터 동시에 프러포즈를 받았다면 당신들은
어떤 사람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성들은 모두 한결같이 대답했다.
"당연히 디즈레일리죠."
그런데 오직 한사람만이 예외적으로 자기는 글래드스톤을 택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유가 뭐죠?"
"결혼은 글래드스톤과 하고 디즈레일리와는 바람을 피우려고요."
디즈레일리는 단순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유효
적절하게 이용했다. 디즈레일리가 정치가가 될수 있었던 것은 상류계급 미망인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빅토리아여왕의 신임이 두터워서 재상으로서의 지위도 안정적일수 있었다.
그 디즈레일리가 말하는 '여자를 잘 구슬리는' 비결이란 의외로 간단했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다른사람의 말을 보다 열심히 듣는 겁니다."
잘 들어주면 상대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기 위한 첫번째 포인트는 먼저 남의 말을 잘듣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기 주장을 이야기하고 설득하려 들기 이전에, 상대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면서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를 말할수 있도록 하는것이 일을 빠르게 마무리 할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D. 카네기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그의 저서 <사람을 움직인다>를 통해 다른 측면에서 포착해
말한바 있다.
"상대가 뭔가 말하고자 하는것이 아직 남아 있는 한, 이쪽이 무슨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상대방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것은 빠짐없이 이야기하도록 함으로써 이제 더이상 아무런 할말도
남아 있지 않는 상태가 되지 않는 한, 상대방은 그 어떤 설득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카네기가 설명하는 이 '듣기를 잘하는 것'의 메커니즘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듣기를 잘하는것의 효용은 자기를 드러내는, 즉 '자기개방(self-disclosure)'이라고 부르는 심리
메커니즘에 있다. '자기개방'이란 자기 자신의 모든것을 상대방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심리 효과
를 얻게 된다.
1. 통찰 : 자기의 생각이나 문제점을 분명하게 한다.
2. 카타르시스 : 자신의 모든것을 다른사람에게 이야기함으로써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은 누구나 친절하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하는것만으로 자신의 본질에
대해 이해를 높이게 되고 불만이나 고민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 그래서 그동안 꺼려왔던 당신에게
고마워하고 '누구보다도 안심하고 이야기할수 있는 상대', '나의 불만이나 고민을 신중하게 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호의를 갖게된다. 먼저 카운셀러가 되라. 협상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신이나서
이쪽을 향해 자신의 의견이나 조건에 대해 내뱉기 시작하면 그것에 정면으로 대항하지 말아야한다.
일단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자세를 취하고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말하게 하는
것이 좋다.
도중에 "흠, 거기까지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그런데
약간만 더 설명해 주시지 않겠습니다?" 식의 맞장구를 치면서 상대를 부추기면 결국에는 상대가
원하는 모든것을 듣게 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이쪽이 하고자 하는 말이나 조건을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쯤되면
상대는 이미 자기 자신에 대해 '통찰'하고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므로 이쪽에 호의를 갖게된다.
따라서 이쪽의 의견을 쉽게 받아들일수 있는 심리 상태가 형성되므로 협상은 순조롭게 풀려간다.
강조하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구슬리기 위해서는 먼저 잘 들어야한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카운셀러가 되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 잘 듣는 일이란게 만만치가 않다.
'잘 듣는 것' 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일단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갖춘
사람조차 드물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장에는 주장으로 맞서고, 열변에는 현란한 말로 대꾸하는
사람이 많다.
다시 말하면 일방적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사람이 아주 많다. 이러한 상황이 심하면 심할수록
'잘 듣는 것' 의 심리적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자기개방의 5가지 기능
1. 표현 : 때로 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개방의 한 이유다.
2. 자기 명료화 : 상대방과 자신의 감정· 경험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더 큰 이해와 자기 인식을
얻을 수 있다.
3. 사회적 확익 : 상대의 반응을 봄으로써 자신의 견해의 정확성과 적합성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자기개방은 사회적 현실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4. 사회적 통제 : 자신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사회적 통제의 한 수단으로 자신에
관한 정보를 드러내거나 숨길수 있다.
5. 관계 발전 : 개인적인 정보와 비밀을 함께 가는것은 관계를 시작하고 두텁게 만드는등, 친밀
성을 강화한다. 자기개방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것은 관계발전이라고 할수 있다.
글쓴이 : 이종주 / 사람을 읽으면 인생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