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진단
궁극적으로, 이 5가지 유혹 중 어떤 것이 당신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인가를 알아내는 최선의 방법은 앞장에서 제시된 모형을 잘 살펴보고 자신이 어떤 유혹에 가장 맞아떨어지는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좋은 방법 한가지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어떤 유혹에 빠져 있다고 하면 가장 불쾌한 느낌이 드는가?” 이런 질문은 분명 비과학적인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최선의 자기진단은 종종 질적 측정에 의존하며 조직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유혹을 찾아내기 위하여 약간 구조화되어 있는 진단기법을 동원하기를 더 좋아한다. 그 중의 하나를 여기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 제시된 질문 몇 가지는 우리의 약점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좀처럼 대답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그러나 이 기법은 당신이 특정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보려고 설계한 것일 뿐, 결코 당신이 그 유혹에 이미 빠져 있느냐 아니냐를 알아내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당신이 직접 찾아내야 할 사항들이다.
유혹 1
실적보다 지위를 선택하기
- 당신은 조직이 목표달성에 실패했을 때 그것을 개인적으로 전문가로서의 실패라고 생각합니까?
- 당신은 때때로, 이 다음엔 어떻게 될까, 내 직업에서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등에 대하여 걱정합니까?
- 만일 당신의 회사가 목표를 훨씬 초과달성 했는데도 당신이 동 업종의 다른 CEO에 비하여 드러난 평판이 훨씬 낮다면 매우 언짢아하겠습까?
원리설명
전문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조직의 성공과 전문가인 개인의 성공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어떤 사람이든 해당직업에서의 성공과 스스로의 자존심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전문가로서의 성공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이것들은 분리해서는 안된다. CEO들은 자신이 이끄는 조직이 실패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조차 스스로의 성과를 정당화하는 일이 너무 잦다.
CEO는 궁극적으로 개인으로서의 성공과 전문가로서의 성공을 결산실적을 통해서 정당화해야만 한다. 이는 결코 다른 ‘인간적인’ 요소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며, 또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수준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도 아니다. 오직 CEO만 이 회사의 실적에 대하여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으며, 이 점이야말로 그 사람에 대한 궁극적인 측정수단이 되어야만 한다.
덧붙여 말할 점은, 경력상 ‘이 다음 지위’에 대해 드러내놓고 우려하는 사람은 첫번째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사람인데, 왜냐하면 이런 경우 그 사람은 현재의 성과가 아니라 자신의 경력추가만을 기준으로 성공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성공한 CEO들은 자신이 현재 맡고 있는 일에만 거의 전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대중으로부터 얼마나 인정 받을까 신경 쓰는 사람은 첫번째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본성상 정당하게 인정 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인간 본성의 아주 위험한 속성이다. 모든 CEO들이, 분명히 언젠가 한 번쯤은,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할 시점에 거의 왕따(?) 당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은 터무니 없는 언론에 늘 게재되곤 하는 인신공격성 기사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던 CEO들이다. 재미있게도 그런 사람들은 그런 언론기사의 내용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실적을 달성한다는 사실로부터 더욱더 큰 개인적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유혹 2
결과규명의 책임보다 인기를 선택하기
- 당신은 스스로를 당신 임원들의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합니까?
- 그들이 당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신 마음도 아주 혼란스러울 정도로 불편해집니까?
- 임원들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 주기 싫을 때가 자주 있습니까? 그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그 부정적인 의견의 강도를 누그러뜨립니까?
- 당신은 자주 그 사람들에게 조직내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하여 터놓고 이야기를 합니까? 예를 들어서 임원과 말할 때는 ‘우리들’ 이라고 하고 다른 직원들을 가리킬 때는 ‘그들’이라고 합니까?
원리설명
CEO가 임원들과의 성공적인 관계를 자신의 개인적 자긍심과 뿌듯한 심정으로부터 분리하여 생각할 수만 있다면, CEO가 임원들을 인간으로서 대우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 이유는 우리들 대부분이 절친한 친구와 의견대립을 일으키는 것을 되도록 피하려 하고 그 친구 중 누구든 한 사람과 갈라서게 되는 것에 대하여 태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절친한 친구가 당신의 임원이라면 조직내의 결과규명책임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당신이 행위 및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기를 조금이라도 주저하면, 불공정성 혹은 편파성이 있다고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임직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질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다.
임원들과 절친하게 지낼 수 있으면서도 편파성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CEO는 종종 쉽사리 그들을 자신의 개인적 ‘스트레스 해소대상’으로 활용 하곤 한다. 모든 경영자들은 조직 내에서 처하는 어려움 (예를 들어서 자신의 일을 사사건건 저지하려 드는 사람)을 호소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CEO는 임원에게 이러한 역할을 기대할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만일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하면 간부그룹 내에서 정치적 술수가 발생하게 되고, 더욱 중요한 것은 팀 내에서 적당히 알아서 침묵하게 되는 집단사고 (groupthink)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각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객관적 이해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CEO가) “이 사람들이 언제쯤이면 내게 질문은 좀 그만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방 헤아릴 수 있을까?” 같은 식으로 내심 투덜거리면서 임원회의를 할 때 종종 나타난다.
유혹 3
명쾌함보다 확실함을 선택하기
- 당신은 자기자신이 지적으로 빈틈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습니까?
- 당신은 모든 자료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보다는 더 많은 정보가 획득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까?
- 당신은 회의 중에 세세한 사항에 대하여 논란을 벌이는 것을 즐겨 합니까?
원리설명
지적으로 빈틈이 없다는 것만 가지고는 세 번째의 유혹과 분명히 관련이 없다.그러나 이것이 회의 중에 쓸데없이 사소한 세부사항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형태로 나타날 때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CEO가 자신의 분석력과 지력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이 경영자로서의 성공한 이유가 자신의 지적 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고 자신의 개인적 행동양식과 주로 상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위하여 지나치게 세세한 사항을 가지고 이리저리 따지다가 시간을 다 보낸다.
이런 식의 논란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보다 대국적인 사안을 논의해야 할 그 소중한 시간을 소모해 가면서, 정작 중요한 사안은 회의가 끝날 즈음에야 몇 분 거론하다 마는 정도가 되어 버린다. 더욱 중요한 것은 둘째 이유인데, 전술적 사안에 대하여 지나칠 정도의 분석과 지적 유희에 치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지나치게 빈틈없는 분석가의 역할을 맡지 말아야 할 사람이 조직 내에 딱 한 사람 있다면, 그 사람은 다름 아닌 CEO인 것이다.
유혹 4
생산적 의견충돌보다 조화를 선택하기
- 당신은 회의가 항상 유쾌하고 즐겁기를 바랍니까?
- 당신이 주재하는 회의가 지루할 때가 많습니까?
- 회의 중에 누군가 반론을 제기하면 불쾌합니까?
- 서로 반목하고 있는 임원들을 다독거리나 화해시키곤 합니까?
원리설명
임원들은 참석해야 할 회의가 너무 많다고 한탄하는데, 그 회의 중에는 상무나 전무급 임원이 참가자 명단의 꼭대기에 올라 있는 직원회의도 들어있다. 임원들은 ‘진짜 일’을 하는 데 써야 할 시간을 잦은 회의로 다 소모한다고 불평하곤 한다. 이건 그 회의들이 기대수준만큼 까다롭지 않다는 (다시 말해서, 생산적이지 않다는) 증거다.
생산적인 임원급 회의는 열성적이고 비판적인 토의가 되어야 하므로 당연히 사람을 힘들게 하는 법이다. 즐거운 회의는 – 또 는 좀 더 나쁘게 표현하면, 따분한 회의는 – 공공연하고, 건설적이고, 이념적인 의견대립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라. 모든 회의에는 반드시 의견대립이 있다. 다만 몇몇 경영자들이 회의석상에서 그 의견대립을 슬며시 밑으로 감추어 버린 다음. 조직 내 실무자들로 하여금 실무과정에서 하나하나 다시 봉착하도록 하는 것뿐이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임원들이 어떤 문제를 다룰 때, CEO는 자리를 차분하게 만들어서 잠재적인 토론의 열정을 처음부터 짓누른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그 CEO가 유쾌하고 순탄한 회의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기분 좋은 회의가 몇 번 진행되고 나면, 회의는 타성에 젖게 되고 임원들 사이에서는 그 시간에 진짜로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된다는 탄식이 하나 둘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유혹 5
직원에 대한 신뢰보다 일체의 반론불허를 선택하기
- 당신이 틀렸다고 시인해야 하는 난국에 처한 적이 있습니까?
- 당신의 임원들이 당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을까 봐 두렵습니까?
- 당신은 자신의 최대 약점들을 임원들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애를 씁니까?
원리설명
자기가 틀렸다고 시인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고, 몇몇 사람들은 심지어 그것을 혐오하기까지 한다. 위대한 CEO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자기가 왜 CEO가 되었는지 잘 알며, 똑똑해 보이는 인상(印象) 이 아니라 조직의 실적이 자신의 성공을 측정하는 궁극적인 지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가 틀렸을 때 조금도 창피해 하지 않는다.
실적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의 약점을 공개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약점을 보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것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이점을 머리로는 잘 이해하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CEO는 실수와 약점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투적인 행위만을 추구하는 어리석음을 가끔 범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 CEO가 진짜 약점을 숨기고 있다는 주변의 인식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이 유혹을 이겨내려면 상당한 정도의 두려움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데, 이는 많은 CEO들이 꺼려 하는 부분이다.
당신이 어떤 유혹에 처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면 당신의 임원으로 하여금 위의 여러 질문에 대답하게 해보고 여러분이 직접 내린 대답과 비교해 보아도 된다.
출처 : 패트릭 렌시오니 지음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