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한다'는 것은 곧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중간관리자들은 여러 가지 사업상의 문제들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 가운데서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그 문제들은 기술이나 인력자원, 시장, 생산, 금융, 마케팅, 사회적ㆍ윤리적인 책임들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하게 도입된 경제학적 논리는 여러 가지 생산요소들을 뚜렷하게 절약해 주는 도구이자 힘이 된다.
경영자의 업무는 재화와 용역을 판매함으로써 사업을 일으키고 운영하는 것이다. 고객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치를 제공하되, 사업적인 면에서 볼 때 적절한 비용이 들어야 한다. 만약 경영자가 경쟁자들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욱 많은 가치를 창조해 낸다면 그 기업은 번창하고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그밖의 나머지 것들은 모두 부수적인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
한 나라의 경제적 건강성과 부는 규모가 작건, 크건 간에 수없이 많은 각각의 기업들이 얼마나 건실하며 부를 잘 이루어 내는가에 달려 있다. 기업이 성공하면 경영자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와 수입과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실패하면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결국 부를 창조하는 것은 기업이지 국가나 정부가 아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드느냐의 여부도 기업에 달려 있다. 우리가 얼마나 잘 사느냐 못 사느냐를 결정하는 것도 바로 기업이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기업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또는 앞으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경영자가 일관되게 내리는 결정이며, 다른 하나는 그러한 결정이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얼마만큼 받아들여지느냐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3가지의 기본축, 곧 비용ㆍ가치ㆍ가격(그림 1-1 참조)으로 이루어진다. '비용'(cost)은 기업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노동자와 원료공급자에게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가치'(value)란 재화와 용역을 구입한 사람이 그것을 구입하지 않은 것보다 생활이 어느 정도 더 나아졌는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가격'(price)은 구입자가 지불하는 돈을 가리킨다. 이러한 것들은 경영자가 날마다 선택해야 하는 사항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요소들이다. 이 3가지 요소들을 무시하면 결국 경영자는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업을 잘하는 경영자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결정을 내린다. 이런 경영자는 자기 기업에서 생산해 낸 것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를, 또한 그것이 고객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주는지를 잘 안다. 그리고 경쟁상품의 비용과 가치ㆍ가격까지도 안다. 반면에 이런 3가지 축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이 3가지 축을 세우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3가지 축을 자기 스스로 세워야 하기 때문이며, 필요로 하는 정보들이 종종 불완전하거나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3가지 축에 대한 지식은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지혜와 경험, 유머 감각, 겸손과 용기, 그리고 운까지 따라주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상황이 같을 때 비용ㆍ가치ㆍ가격,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서로 유기적인 작용을 하는지 정말 잘 아는 경영자라면, 그렇지 않은 경영자보다 훨씬 더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의사결정자들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일련의 경제학적 도구들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그들이 기업의 비용ㆍ가치ㆍ가격, 그리고 이들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안타깝게도 경영자들이 '알고 있는' 경제학적 결정도구들과, '알 필요가 있는' 것, '알 필요가 없는' 것들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점들이 있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 켈빈 경(Lord Kelvin)은 "이론은 측정에서부터 시작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켈빈의 법칙'(Kelvin's Law)으로 알려진 이것 역시 정확한 측정에 기초를 두고 있다. 사람들은 어쩌면 "이론이… 이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영이 측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또는 바꿀 수도 없다.
이 책에 서술되어 있는 10가지 경제학적 도구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의사결정자들은 실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예를 들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그러나 감춰진 비용들을 빠뜨리거나, 마땅히 무시해도 될 침몰원가(sunk costs)를 중요하게 생각할 우려가 있다. 비용-가치-가격 경제학이 가져다 주는 가장 중요한 이점은 의사결정자들이 경영을 하는 데에서 기본적인 데이터들을 유추해 볼 수 있거나, 또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시킨다는 것에 있다. 그러한 과정 없이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출처 : 슐로머 메이틀 著 'CEO 경제학'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