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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Insight 2013년 11월호] 대놓고 우대할 수 없는 핵심인재,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가
Career Management - 직장인의 커리어 관리
 
HR Insight
2013년 11월호

엔터웨이 파트너스 컨설턴트 윤상호 이사

한 대기업 오너 3세가 미국 등 해외를 돌며 우수 인재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노력으로 20여 명의 인재를 발굴해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미래를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됐던 그들은 2년 후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이들을 회사의 조직문화에 흡수시키면서 기업이 목표로 하는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 시키는 일 또한 어려운 과제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붙잡아 놓을 수 있을까?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인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83개국 기업체 임원 4,7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서 2015년까지 해결해야 할 HR분야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핵심인재관리'를 꼽았다. BCG는 "핵심인재는 점점 더 희귀한 자원이 되고 있다"며 "5~10년 안에 발생할 수 있는 인재 부족 현상에 기업들이 최대한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생산성에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국내 유수 기업에게도 핵심인재 확보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이슈로 떠올랐다.

 

상기한 바와 같이, 2000년대 들어 국내 대기업에게 미래 경영전략을 위한 주요 쟁점중 하나로 핵심인재 확보가 대두됨과 동시에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핵심인재 유치 문제는 기업은 물론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강조되는 미래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됐다. 따라서 각 기업마다 인재확보를 위한 막대한 유무형의 노력과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잡은 물고기가 항상 식탁에 올라가진 않는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의 결과로 확보한 인재들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시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일례로 몇 년 전 30대 그룹 대기업 오너 3세가 미국 등 해외를 돌면서 우수 인재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노력으로 20여 명의 인재를 발굴해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미래를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됐던 그들은 2년 후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와 같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이들을 회사의 조직문화에 흡수시키면서 기업이 목표로 하는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 시키는 일 또한 어려운 과제다. 왜냐하면 찾는 곳이 많은 우수한 인재일수록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재를 관리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앞에서 본 사례처럼 퇴사율이 100%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잡은 물고기에 먹이까지 더 주었는데 왜?
핵심인재 확보 문제를 중시하고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확보한 인재를 어떻게 유지시키느냐가 기업의 고민일 것이다. 기사를 접해보면 단순하게 연봉 조정이나 직급상향조정으로 인재를 붙잡아 두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러한 단기적이고 사후적 처방보다 중장기적으로 인재가 로열티를 갖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방법은 없는 걸까? 필자는 서치펌에 종사하면서 경험했던 사례와 두 회사의 우수 운영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구직자나 이직 희망자의 경우,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재무상태가 양호한 기업을 선호한다.
이후 보상 및 복리후생 수준, 산정직급 등을 고려하여 입사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입사한 후 실제 1~2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회사 마다 2~3차에 걸친 인터뷰, 레퍼런스 체크, 인/적성검사 등 철저한 채용 절차를 통해 소위 말하는 'Right Person'을 채용했을 텐데, 왜 이런 결과가 발생됐을까? 단지, 결과론적으로 채용이 잘못됐다고 치부해 버릴 것인가?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회사에 따라 질과 양에서 수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질과 양에 우선해야 할 것은 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조직 내부의 핵심인재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문화적 수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핵심인재가 무엇이며, 왜 필요한 지 그리고 왜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영입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서 공유가 필요하며, 외부 인재 영입 시 기업문화에 조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리텐션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조직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핵심 인재를 견제하는 조직문화
작년 여름 A기업으로부터 제품디자인 포지션을 의뢰받았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핵심인재로 인정받는 유학파 출신 과장급 후보자 H를 추천했고, H는 몇 차례에 걸친 전형절차를 거쳐 약 25% 상향된 연봉조건으로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H는 1개월 만에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정하고, 필자에게 면담 요청을 해왔다. 사유를 들어보니 입사 후 일주일만에 팀장으로부터 "네가 알면 얼마나 아느냐? 현재 네 수준은 사원급만도 못하다. 그러니 나한테 잘 배워야 한다" 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들은 것은 물론, 구성원들이 보는 상황에서 업무와 상관없이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구성원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하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퇴사율이 낮고 조직문화도 우수한 기업이라 의구심이 들어 채용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사실이었고, 회사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향후 자기자리를 위협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능한 인재를 밀어낸 해당 팀장은 연말에 회사를 그만 두게 됐다.
A기업은 2년 전만 해도 신입공채로만 인력을 채용해 내부 육성을 통한 관리자와 경영자를 양성하는 인사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다가 작년 초부터 경력사원 채용을 병행한 회사다. 우수인재만 채용하면 성과를 내 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조직 내 외부 인력에 대한 편견과 부서장의 단편적 판단이 외부에서 어렵게 영입된인재가 적응 못하고 떠나는 사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여기서 외부 인력을 영입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 점검이나 외부 인재관리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못한 인사 기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물고기를 어떻게 살찌울 것인가?
핵심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인재를 발굴하고 채용 후에도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인재는 입사를 전후해서는 재정적인 예우(연봉)를 중시한다.
둘째, 막상 입사한 후에는 자신을 얼마나 대우해주고 있느냐(인격적 예우)에 관심을 기울인다.
셋째,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회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발전적 예우)로 관심사항이 옮겨간다.
인사담당자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여타 일반 직원의 상실감 때문에 핵심인재를 대놓고 우대해 줄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인재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 국내 글로벌 대기업 S사와 외국계 기업인 D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1: 심성 관리 측면
S사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인재풀은 전체 인력의 3% 규모로, 크게 3등급으로 나눠진다. 슈퍼인재라 불리며 최소 임원 대우를 받는 S급 인재, 일단 부장이나 차장급으로 발탁해 임원 승진 여부로 결정하는 A급 인재,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큰 H급 인재이다. H급은 해외 우수 대학의 박사급 출신들로 채용되어 성과와 실적에 따라 위 단계로 옮겨지는 것이 결정된다.
S사의 핵심인재 퇴사율은 2%대에 불과하다. 이렇게 까지 퇴사율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핵심인재 유지를 위한 전담조직을 운영한 덕분이다. S사의 전담조직은 전업 23명을 포함한 겸직까지 총 90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S사에서 본격적인 인재 유출 관리 제도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충분한 보상에도 회사를 떠나는 핵심인재를 분석해보니 퇴직자의 70%가 3년 미만이었다. 초기에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자체 진단 하에 인재 유지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먼저 정기 면담을 실시했다. 해외 여러 곳을 뛰어다니며, 해외 인재 발굴에 힘써 오다가 정작 채용이 되면 인재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었다. 핵심인재들은 자존심이 강해 경영진이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줘야 하는데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사업부장 이상 최고 경영진까지 새로 영입한 인재를 6개월에 한 번씩 공식ㆍ비공식적으로 만나 그들의 애로 사항 및 모든 것을 듣도록 하고 있다. 또한 멘토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멘토를 지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멘티가 가진 역량을 공유할 수 있다는 설득으로 자리를 잡게 됐으며, 특히 영입된 임원에 대해서는 실적이 좋은 하급 간부를 멘토로 설정하여 내부 조직과의 상견례를 주선하게 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통로 역할을 하게 했다. 아울러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기밀 유출 에 대응하는 기능도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임플로이 가이드북을 발간해 외국 인력들이 회사 조직 및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전담인력인 23명의 글로벌 헬프 데스크 요원들은 핵심인재들과 24시간 핫라인 전화를 휴대하고 필요하면 공항 픽업, 심지어는 시장 보는 데까지 동행하며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있다.
핵심인재의 경우, 차별성 있는 대우를 원하고 조직에서 내가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떠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나 부서장보다는 경영진이 직접 관심을 갖고 회사 문화 적응과 다른 구성원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핵심인재는 조직 내에서 질투와 적대적 타깃이 될 가능성도 크다. 물론, 내부 인력에서 핵심인재를 양성하겠지만, 실로 외부에서 영입된 인력에 비해 연봉 수준이나 관심도 측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 인사팀장 경험이 있는 필자도 이런 사유로 인해 이직을 원하는 면담을 진행해 본 경험이 다수 있다. 따라서 내부 인재에게도 적절한 보상과 처우 조정이 필요 하며, 내부 시스템 개선을 통해 내부 인재와 외부 인재가 보유한 지식을 토대로 상호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 직원들도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HR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함 은 물론이다.

사례 2: 비전 제시 측면
핵심인재에 대한 금전적 보상보다는 개인의 경력개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는 전략으로 핵심인재 이직률 0%를 달성 중이라 주장하는 외국계 기업 D사의사례를 들어보자.
D사의 경우, 핵심인재를 글로벌 조직 기준 사업부별 7%대를 유지하나, 국내 조직의 경우 17개 사업부 기준 10%로 글로벌 조직보다 오히려 많다. D사의 경우 국내 대기업의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영입을 하고 있다.
D사의 경영진은 1년에 4번씩 각 사업부별로 선발된 핵심인재와 면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핵심인재가 어떠한 프로세스를 거쳐 양성될 것인지 계획이 나온다. 또한 경력개발과 보직 이동의 필요성에 따라 인재를 4개 그룹으로 나눈다. 핵심인재들은 3년 이내 다른 부서로 옮겨져서 새로운 업무를 맡아야 하며, 3년 이상 직무에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회사도 그 기간 동안 핵심인재들이 새로운 일을 맡을 수 있도록 경력개발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D사에서는 핵심인재들이 향후 글로벌 조직 팀원과 같이 양성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게 되며, 이를 통해 국내의 전략과 커뮤니케이션이 진전됨은 물론, 핵심인재에게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핵심인재는 비전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요즘 각 기업마다 트렌드처럼 시행하고 있는 해외 MBA 석/박사 핵심인재 채용에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연구자료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몇몇 기업의 경우, 정확한 직무분석 및 요구 사항도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급인력의 유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한편, 학력은 낮더라도 한 분야에 특성화된 인 재에게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하이 스펙 보유자에 포커싱 된 핵심인재 채용 방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핵심인재의 직무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일반 인력과 동일 업무를 부여한다면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고 조직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회사의 미래 수종사업 발굴 또는 시장 개척 및 점유율 확대, 핵심적 업무 프로세스, 연구개발 등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업무에 핵심인재가 투입되어야 한다. 또한 입사 후에는 경력개발 프로그램(CDP)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본인이 어떻게 양성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S사의 경우, 인재의 3단계 분류를 통해 H인재가 A인재를 경유해, 최종적으로 S인재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음을 명확히 했고, D사는 직무 전환 및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글로벌 조직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 부여를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음을 인재들과 공유했다.
비교적 성공한 두 회사의 인사제도라고 할지라도 모든기업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정답은 아니다. 기업마다 경영 이념이나 사업 방향,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핵심인재를 유지하는 전략은 일관되고 오픈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단발성이 아닌 평소 심성관리를 통해 인재에게 비전을 줄 수 있는 측면에서 검토되고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출처: HR Insight 2013년 11월호
본 자료는 HR Insight에 기고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