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길을 혼자 걷고 있는데, 난데없이 덩치가 산만한 곰 한 마리가 나타나 몸을 껴안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곰의 모습 자체도 위협적일 텐데, 이 녀석이 두 팔을 벌리고 껴안았으니 그 공포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언제 가슴뼈를 으스러트릴지 모르는 자세로 포옹을 당한 사람은 그야말로 엄청난 압박과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경제 용어 중에 이런 현상을 그대로 옮겨 표현한 말로 곰의 포옹(bear hug)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사전에 아무런 경고가 없이 무방비 상태로 있는 기업에 '기업 사냥꾼'이 갑작스럽게 회사를 사버리겠다고 편지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편지에는 회사의 구체적인 매수가격과 조건 등이 들어있으며, 회사를 통째로 사버려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협박성 압박이 포함되어 있다. 제시한 가격 자체가 이사회에서 거절하기 힘들 정도로 높기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예전에, 국제적인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이 KT&G 경영진에 정식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서한을 전달한 적이 있었다. 이것이 전형적인 '곰의 포옹' 방식이다.
곰의 포옹은 대표적인 적대적 기업인수의 방법으로, 회사 경영진이 대처할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주말과 같은 시간에 공개적으로 매수 의사를 밝혀 버린다는 특징이 있다. 높은 가격과 좋은 조건에 회사가 매각되어 주가가 올라가므로,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진 대부분의 주주들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결국, 회사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모든 자산을 쏟아 부어 자사 주식의 지분을 늘리거나, 기업 사냥꾼이 제안한 가격에 회사를 내 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비슷한 적대적 M&A 방법으로 새벽의 기습(dawn raid)이라는 것도 있다. 아침에 증시가 문을 열자마자 목표로 삼은 회사의 주식을 대량 구입한 다음, 기업인수 의사를 회사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이미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바로 행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