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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수면의 9가지 오해와 진실
잠은 활동을 위한 재충전이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더라도 방전된 상태로 두면 쓸모가 없어진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직장인이라면 잠재적 능력이 출중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불면증에서 벗어나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수면에 관한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면에 관한 지식 중에는 의외로 잘못된 것이 많다.

1. 하루 3시간 수면법을 제안하는 책도 있다

3시간만 자도 충분할까? 충분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8시간 자는 것이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8시간 수면을 지키기는 힘들 것이다. 적절한 수면시간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지만, 생활습관병 등의 위험이 가장 적은 수면시간은 6~7시간 정도라고 보는 시각이 주류다.

중년 남성이 매일 8시간 이상 잔다면 수면 시 무호흡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3시간 수면은 몸에 무리가 간다. 수면은 생명을 유지하는 소중한 기능이기 때문에 3시간 수면만으로는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2. 야근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려고 한다

미리 잠을 자두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수면은 저축이 불가능하다. 필요한 수면 양이 채워지고 나면 얕은 잠만 지속되기 때문이다. 반면 수면 부족이라는 부채가 늘어나면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주말에 낮잠을 오래 자면 일시적으로 수면 부채를 갚을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면 다시 수면 부족의 부채를 늘리게 된다.


3. 점심시간 후 배가 불러서 졸리다?

식사를 하지 않아도 잠은 온다. 인간에게는 하루 두 번의 수면 욕구가 발생한다. 한 번은 밤에 자는 긴 잠이고, 다른 한 번은 아침에 깨어난 후 약 여덟 시간 후에 생기는 ‘졸림’ 현상이다.

생체시계의 각성작용은 하루 중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강약을 반복하는데 가장 약한 각성작용을 보이는 시간이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다. 대개 점심식사 후 밥을 많이 먹어 졸리는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는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졸릴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4. 낮잠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적당한 낮잠은 건강에 유익하지만 수면 시간을 20~30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수면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적당한 낮잠은 작업능률을 향상시켜 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혈압을 낮추고 감정적으로도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30분 이상 낮잠을 자면 깊은 수면단계로 들어서게 되어 잠에서 깨어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생체시계의 리듬이 흐트러져 야간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낮잠은 생체시계의 리듬에 맞춰 각성작용이 최저로 떨어지는 오후 1~3시에 취하는 것이 좋고, 20~30분 정도의 가수면이 이상적이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30분 이내의 짧은 낮잠은 밤새 자는 잠만큼이나 인간의 정신활동에 유익하다고 한다.

즉, 낮잠을 자는 사람이 낮잠을 자지 않는 사람에 비해 학습과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나폴레옹, 케네디, 클린턴 등 유명인사들 중에서도 일상적으로 낮잠을 즐긴 사람이 많다. 또한 일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점심 휴식시간의 짧은 낮잠으로 학생들의 집중력이 늘고 학습효과가 향상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노인의 경우 30분 이하의 낮잠이 치매의 위험성을 5분의 1 이하로 경감시키는 반면, 1시간 이상의 낮잠은 오히려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5. 꿈을 많이 꿔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렇지 않다. 흔히 꿈을 많이 꾸면 잠을 잘 못 잔 것으로 아는데, 꿈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일 뿐 얕은 잠을 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꿈을 꾸는 동안의 잠은 뇌의 휴식에 매우 중요하다. 꿈을 꾸는 동안 현실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분류하고 저장하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의 습득이 많았을 경우 충분히 자야 더욱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6.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잠 자는 데 도움이 된다던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끔 술을 먹으면 정신 없이 잠드는 사람들이 있다.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어지고 몸이 이완되어 쉽게 잠이 드는 것 같지만 대부분 깊은 숙면이 아닌 1,2단계의 얕은 수면에 그친다. 잠이 들고 난 뒤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어 작용하기 시작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은 더욱 빨리 돌기 때문에 깊은 잠에 들 수 없다.

시간이 흘러 알코올의 농도가 저하되면 이번에는 각성 주기가 찾아와 잠에서 깨는 횟수가 증가한다. 또한 알코올의 이뇨작용으로 화장실에 가는 횟수도 늘어나 수면에 방해를 받게 된다. 더구나 평소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이완된 기도로 인해 숨 쉬는 통로가 좁아져 수면 중 무호흡증후군으로 이어지게 된다.


7. 침실은 약간 따뜻해야 잠이 잘 온다?

실내 온도를 약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숙면을 취할 때 도움이 된다. 잠을 자면 사람의 체온은 활동할 때보다 조금 떨어지게 되므로, 실내 온도도 그에 맞춰주는 것이 좋다.

사람의 체온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주위 온도가 높을 때에는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내거나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해서 열을 발산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숙면을 위한 편안한 환경이 되지 못한다. 실내 온도를 선선한 정도로 낮게 유지하고, 이불은 꼭 손·발까지 덮어 따뜻하게 해야 혈액순환이 원활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


8. 담배는 수면과 별로 상관없다?

담배도 수면을 방해한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담배도 수면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커피와 담배에 든 카페인과 니코틴은 우리 뇌를 자극해 각성 상태를 유지하므로 수면과는 ‘악연’이다. 특히 니코틴은 우리 뇌를 각성시킬 뿐 아니라 호흡기 계통에도 자극을 준다. 흡연자가 갑자기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생겨 숙면을 취할 수 없다.


9.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불면증 환자인가?

그렇지 않다. 숙면은 오래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을 자는 것이다. 사람들은 잠자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불면증이 있다고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아주 심한 불면증 환자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도 하루에 잠깐씩은 잠을 잔다. 이들은 잠을 자기는 하지만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양질의 잠에 빠져들지 못해 고통받는 것이다. 술은 몸 기운을 흩트리고 精을 소진
한의학적으로 본 술과 잠 술은 습(濕)과 열(熱)이다. 습하다 함은 말 그대로 끈적거리면서 질퍽거리는 느낌의 기운이다. 이런 기운들이 계속 체내에 쌓이게 되면 우리 몸은 질병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몸이 무겁고 피곤한 전신무력감이다. 전신무력감에 빠지면 우리 근육은 마치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지고 긴장이 풀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면 전신 근육이 이완되면서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과음과 지속적인 음주는 기도의 근육을 지나치게 이완시켜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술은 습할 뿐 아니라 매우 뜨거운 성질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호흡도 가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뜨거운 성질을 인체가 감당하기 힘들어지면 화산이 폭발하듯이 입을 통해 그 열을 음식물과 함께 뿜어내기도 한다. 술의 뜨거운 성질은 심장을 계속 고동치게 하므로 편안한 상태로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수면을 취하는 동안 호흡과 심박동수는 느려지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되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과음하게 되면 중추신경은 알코올에 의해 마비되지만 우리 몸은 술이 뿜어내는 열기를 어찌할 줄 몰라 계속 달리기를 한다. 술은 장정(藏精)하는 기운을 흩트리고 정(精)을 소진한다.

정(精)은 우리 몸 가장 깊숙한 곳에 저장해 놓고 정말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 쓰도록 만들어진 고농축 에너지 덩어리다. 그 속에 우리의 신(神:정신)도 함께 깃들게 된다. 우리의 정신은 낮 시간의 지친 몸을 이끌고 정(精)이라고 불리는 수면 캡슐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과음하게 되면 그런 물질들을 자꾸 꺼내 쓰게 된다. 꺼내 쓰는 것도 모자라 술의 뜨거운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타버리게 되면서 내 몸의 정기는 계속 약해지는 것이다.

도움말 : 한방수면클리닉 ‘자미원’ 허정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