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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상대방의 관심사로 대화하면 풀리지 않을 문제란 없다
경영자들의 고민 중에 하나가 배우자나 자녀들, 그리고 젊은 사원들과 깊은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로 돌린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마음을 열지 않거나, 아니면 애써 대화하고자 하는 자기 맘을 몰라준다는 것이다.
 
자녀들과 대화를 할 때 주로 어떤 내용을 주고받느냐고 물었더니, 경영인들의 거의 100%가 자신의 관심사거나, 소위 '아랫 사람'에게 한 수 가르쳐 주고 싶은 얘기로 화제를 삼는다는 것이다.
 
"공부는 잘 하고 있느냐?" "친구들과는 잘 지내느냐?" "선생님을 좋아하느냐?" 등의 얘기들이다. 이런 질문을 초등학생이 아닌 중 고등학생에게 물었다면 더도 덜도 말고 "네"라는 짧은 답을 유도한 거나 다름이 없다. 대답을 한 자녀들은 형식적이고 의도적인 질문에 그저 건성으로 답을 했을 뿐이다.
 
배우자에게도 "여보, 오늘 축구 스코어 어떻게 되었소?" "XX당 당 의장이 누가 되었습디까?" "오늘 환율이 좀 오른 것 같던가?"라고 자기가 궁금한 것을 묻는다면 답은 "몰라요" 일 수밖에 없다. 소위 대화로 이어지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복도에서 만난 젊은 사원에게 "잘 되어가느냐?" "애로사항은 없느냐?" "하는 일을 좋아하느냐?" 라고 묻는 것도 "네"라는 답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자 의도적으로 물어 본 게 뻔하기 때문이다.
 
중고등 학생에게 가수 '비'에 대해서 묻고, 아내에게 '장모님의 건강'에 대해서 물으며 복도를 지나가는 사원에게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더니 지금은 괜찮으신가' 고 묻는다면 짧지 않는 대화가 계속될 것이고, '아, 이 분이 직원들에게 이렇게 관심이 많으시구나.' 라고 생각하며 윗 분에 대한 신뢰감이 아주 높아질 것이다.

초면인 사람과도 가까워질 수 있어
 
이처럼 상대방의 관심사로 대화를 하는 것은 초면인 사람과 가까워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자기가 잘 알거나 잘 하는 것을 물어 보면 신이 나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대화가 트이면서 나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 해외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그가 포도주 수입을 한다기에 포도주에 관한 것을 물었더니 그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몇 시간 동안 소상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 대한 호감은 물론 귀국 후에는 자주 포도주 파티에 초대까지 해 주었다.
 
나는 좀 멀어도 음식이 맛있는 집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데 맛이 있으면 주인에게 "음식을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했느냐"고 하면 바쁜 중에도 굳이 주문하지도 않는 생선을 덤으로 가져다 주는 경우도 보았다.
 
회사의 어떤 팀장이 중요한 업무를 하는 부하 직원 한 사람과 속내를 터놓을 정도로 가까워지기 위하여 1년 동안 여러 가지 시도를 했는데도 잘 안 된다고 하소연하였다.

팀장에게 그 직원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마라톤이라고 하였다. 나는 팀장에게 그 직원으로부터 마라톤을 배우면 몇 달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는데, 마라톤을 함께 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너무나 가까워졌다며 기뻐했다.
 
회사 직원 중에 한 친구가 스포츠댄스를 취미로 갖고 매일 저녁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그에게 스포츠 댄스에 관한 것을 물었더니 너무나 좋아하면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고 우리 부부에게 교습까지 시켜 주면서 또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엊그제는 고등학생 조카에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쉬운 게임을 하나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삼촌은 잘 못하실 텐데요" 하면서도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는 나를 위하여 심부름까지 해 주었다. 동생이 "형님은 어떻게 평소에 말이 별로 없고 바쁘다는 녀석의 도움을 받았느냐"고 하면서 부러워한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친다는 말도 있다. 상대방의 관심사로 대화의 물꼬를 터 보자.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