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는 자기는 정작 아무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그는 얼마나 다른 이들로 하여금 소리를 잘 내게 하는가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습니다. 다른 이들 속에 잠자고 있는 가능성을 깨워서 꽃피게 해주는 것이 바로 리더십 아니겠습니까?"
백발이 성성한 보스턴 필하모닉의 지휘자 벤 젠더. 그의 리더십 강의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7살짜리가 피아노를 처음 배워서 어떤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보통 이렇게 칩니다." 그러고는 '띵,띵,띵…'하면서 한음씩 끊어서 쳐보였다. "이 아이가 몇 년 지나 같은 곡을 치면 이렇게 치죠." 그리고 그는 '띵띵띵, 띵띵띵…'하면서 한 소절씩 끊어서 쳤다. "자, 그런데 몇 년이 더 흘러 이 아이가 같은 곡을 또 치면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 그는 '뚜르르르르…'하며 부드럽게 연주해 보였다. 그리고 물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정답은 흐름(flow)이었다. 초보자 때는 교본대로 한음, 한음 틀리지 않고 치는데 혼신을 다한다. 본인은 심각하게 땀흘리며 끝까지 쳐내는 자신이 장하지만, 듣는 사람들에게는 극히 어색하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좀 원숙해지면 한 소절씩 묶어서 치고, 나중엔 전체 곡을 한 흐름으로 엮어서 부드럽게 조화를 이끌어 낸다.
인생의 어느 분야든 처음 시작할 땐 자기 분야만 보고 다른 이들과의 조화나 연결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차츰 성숙해지면서 다른 이들과 연결하는 법을 배우고, 분야가 다른 것을 조화시켜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 줄 알게 된다. 리더십이란 조화요, 흐름이요, 종합예술이다.
그가 지휘하는 보스턴 필하모닉엔 전세계의 젊은 음악 천재들이 모인다. 그런데 동양권에서 온 친구들은 등수에 굉장히 민감했다. 그래서 젠더는 수업 첫 시간에 일단 모든 학생들에게 A학점을 주고 시작한다고 했다. 그리고 매주 자신이 왜 A학점 학생인지를 이야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탁월한 천재들이 모인 자리에서 또 등수를 매긴다는 것은 무의미하지요. 차라리 거기에 쓸 정열을 예술을 연마하고 즐기는데 붓게 하는 게 좋습니다." 교수가 나를 이미 A급 학생으로 전제하고 대해준다는 사실이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서로를 경쟁 상대가 아닌 팀 메이트로 보게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기업체 리더라면 어떠한가. 당신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어떤 음악을 이끌어내는 지휘자인가. 물 흐르듯 부드러운 음악 같은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능력을 100% 이상 이끌어내는가, 아니면 자기 목소리에만 집착해 조직에 잡음만 일어나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