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개월 차인 김모씨 부부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옆자리의 신부가 밤새도록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코를 고는 증상 때문에 이제는 각방을 써야 할 처지. 새벽에 몇 번이고 잠에서 깨 김씨의 코를
틀어막고 베개도 흔들어보지만, 금세 드르렁 드르렁 거리는 소음에 잠을 설치게 된다. 피곤한건 신부
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매일 아침 머리가 무겁고 몸이 가뿐하지가 않아 무기력감을 느낀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아 부쩍 예민해지기까지 했다. 신혼생활의 훼방꾼이 된 코골이,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현재 김모씨와 같이 코골이를 앓고 있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성인 중
20∼50% 정도가 코골이를 하며, 성별로는 성인 남자의 50%, 성인 여자의 30%가 코골이를 겪고 있다.
또 이 중 5∼10%는 수면 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숙면의 적으로 불리는 코골이는 수면 중 숨쉬기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좁아진 기도를 통과하면서 나타
나는 현상이다. 이미 들어온 공기가 좁아진 기도를 쉽게 통과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데, 코와 목이 만나는
부위와 목구멍 안의 점막이 문풍지처럼 떨리면서 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코 질환이 있을 경우 더욱 심해
지기도 한다.
특히 비염, 축농증과 같은 콧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콧속의 점막에 염증이 있어 코 점막이 늘 부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코로 숨을 쉬기가 어려워 공기의 유입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더욱 심각한 코골이
환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수면 중 나타나는 코골이는 몸의 불균형에 대한 신호탄이다. 코골이가 위험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수면
무호흡증 때문이다. 수면 무호흡증이란 자다가 간간이 숨이 막히는 증상으로 코골이와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하다. 수면 1시간당 5번 이상 무호흡 상태가 나타나면 심각한 상태로 간주된다.
이런 수면 무호흡 상태가 계속되면 폐와 심장이 과부하를 받게 되어 전신에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으며
당뇨, 심혈관 질환과 같은 다양한 성인병 증상까지도 나타나게 된다.
이밖에도 어린 아이들이 코를 고는 경우가 많은데,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의 코골이는 성장과 학습 능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참 자라는 어린이의 경우 코골이로 인한 뇌의 산소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뇌세포가 손상돼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정상 아이들보다 높다. 또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낮 시간에 조는 일이 많아지며 집중력 또한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코 질환을 앓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코 질환 증상이 호전되었을 때 코골이가 줄었다는 얘기를 한다.
콧물, 부종 등에 의해 콧속이 구조적으로 막히던 것이 호전되어 코골이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감기 이외에 알레르기성 비염, 양쪽 콧살이 붓는 비후성 비염, 콧물이 가득 차는 축농증, 콧속이 휘어
생기는 비중격 만곡증 등을 앓는 경우가 많으니 증상에 따라 원인 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과로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면 그 스트레스를 풀어가는 생활을 하면 차츰 줄어들게 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충분한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에 사용될 에너지가 몸속에 쌓여 뇌가 과열
되어 생기는, 일종의 어린이 화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를 골며 자는 것이 잠을 푹 자는 것이다'고 생각하는 시절은 지났다. 만성 피로와 불면증을 유발하는
건강의 위협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숙면을 방해하는 콧병, 스트레스 등의 요소들을 살펴보고 하나씩
해결해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