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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Plus 2005년 12월호] 업종별 이직 성공 케이스 - 첫번째 '게임'
   전문 헤드헌터 17人이 전하는
배현정
엔터웨이 컨설턴트

필자는 게임 산업에 있는 많은 회사들에 우수한 경력 인재를 추천하는 일을 자주 하고 있다. 어느 헤드헌터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후보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강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헤드헌터에게 "아, 이런 분이면 내가 사장이라도 뽑고 싶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야말로 이직 시장에서의 블루칩인 그런 사람들 말이다.

몇 년 전 한 유명 게임회사에 기획 담당 경력자를 추천하기 위해 만난 A씨는 첫 인상부터 독특했다. 모 게임회사를 다니다가 퇴사를 한 분이었다. 퇴사 이후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조바심을 내거나 불안해지는 게 다반사인데 너무나도 여유 있고 자신 만만한 태도와 반응이 인터뷰를 마친 이후에는 그에 대한 확신감을 갖게 했다.

그는 일본 교포이며, 일본 명문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일본에서 충분히 job을 구할

 

수 있는 이력과 경력을 갖고 있었는데, 어려서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일본에서 성장한 그는 나이가 들수록 고국에 대한 관심이 커나가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한국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지만 짙은 향수 같은 것이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특히나 그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꼭 성공하고 싶었던 분야가 게임 산업이었는데 한국에서 게임산업의 향후 비전을 보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얼마 안 되는 돈을 갖고 무조건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그는 일본보다는 한국의 게임산업 발전 잠재력이 한발 앞선다는 판단 하에 일단 한국에서 게임분야의 경력을 쌓은 후에 나중에 일본으로 돌아가 자신의 경험과 실력으로 본인의 꿈을 펼치고자 했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로서 그는 게임의 상업적 비전을 바라보는 안목과 통찰력이 있었다. 또한 대인관계에 있어서 공격적이면서도 감각 있는 면모를 한껏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추천했고 모 게임회사 임원의 말씀을 빌자면 현재 그가 갖고 있는 부분보다도 향후 발전된 그의 모습을 그려봤고 그렇게 키우고자 그를 채용했다고 했다.
그는 그 회사에서 본인의 career를 더 쌓고 몇 년 후 타 게임회사의 동남아 지사의 기획담당 팀장급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아마 그곳에서 경험을 더 쌓은 후 일본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가 세워둔 계획대로 모든 게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이직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건 그의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과 그에 대한 확신을 갖는 순간부터 과감하게 실행했던 그의 자신감과 도전의식 때문이었다고 본다.
그가 한국에서 게임에 대한 커리어를 갖고자 부모형제가 있는 일본을 홀홀 단신으로 떠나서 많은 고생을 자초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위치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가 느끼는 현재의 만족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2005년 하반기에 게임회사들이 후속 게임들을 내놓고 있으며 내년에는 많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안다. 그러면 개발된 게임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마케팅 해야 할 전문 기획자와 마케팅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게임시장이 좁기 때문에 이,전직이 제한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쟁사로의 이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 스스로도 뭔가 예전 직장을 배신하는 느낌에서 오는 부담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몇몇 게임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인 회사가 있는데 이,전직을 준비 중이고 외국어 실력이 탄탄한 분들이라면 이런 기회를 잡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혹시 현재 타 산업 분야에서 근무 중이며 향후 게임분야로 이,전직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필자는 게임에 대한 이해나 흥미가 어느 정도인지 항상 질문을 한다. 분야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지만 게임업계를 떠나려는 분들 중에 게임을 모르고 흥미도 없어 그냥 유행처럼 게임 업계에 왔다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아 계속 근무하고 싶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분들을 만난다.

이직 시 근무환경이나 조건 등 고려할 부분이 많겠지만 게임회사로의 이직을 희망하는 분들에게는 게임을 좋아하고 산업의 발전을 지켜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보기를 희망한다. 한 게임을 기획해서 상품화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며 상품화한다고 해도 실패할 가능성도 높은 곳이 게임 업계인 만큼 위험도가 높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인생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그런 분들이 게임업계로 이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