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국내 최대 A 그룹사의 임원 인사를 보면 퇴임 임원 수가 신규 선임 임원 수의 2배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계열 15개사의 임원 퇴임 공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개 계열사에서 총 97명의 퇴임 임원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선임 임원 신고 수는 총 42명으로, 퇴임 임원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자 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는 비율은 0.74%, 대기업의 경우 0.47%이다. 사원이 대기업 부장까지 승진하는 사람이 100명 중 5명이라고 하고, 임원이 되기 까지는 평균 22.4년이 걸린다. 대기업에서는 보통 4-5명 중의 1명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고, 이후 부사장 사장으로 발탁될 확률은 너무나도 적다. 어쨌든 어려운 관문을 거쳐 임원이 된 이상 오래 버티고, 인정받고, 승진해 가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해야 어렵사리 오른 임원직을 잘 유지하고,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임원의 어려움
뛰어난 실적이나 다양한 이유로 임원이 되지만, 어느 누구의 조언이나 충고 없이도, 스스로 새로 맡은 역할을 잘 해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임원이 될 경우 적응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함께 양질의 임원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이를 완벽히 운영하는 기업은 사실상 그리 많지 않다. 유수의 메이저 그룹사가 아니면 여러 사정으로 그러한 기회와 의미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힘들기도 하다. 우선 안 해 보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못한다. 임원이 되었으면 알아서 잘해야지 식이다. 모호한 책임감을 요구하기도 한다. 스스로도 그리 인식하기 쉽다. 외부 스카우트를 통한 외부 영입 임원의 경우도 그렇다. 본인이 알아서 잘 적응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승진의 경우뿐 아니라 전문분야가 아닌 경우, 새로운 신규 사업을 맡은 임원, 경험이 없는 사업부를 책임지게 된 임원, 책임의 범위가 넓어진 리더, 크고 작은 경영 환경 변화에 직면한 경영자를 포함해 과거의 경험으로는 풀 수 없는 여러 난관에 직면하게 되곤 한다.
실무자였을 때는 상사가 시키는 일을 잘 해내는 성실성이 중요했지만, 임원이 되면 본인이 알아서 주도하고 이끌고 나가야 한다. 실무자로 일했던 때처럼, 소단위 부서 책임자처럼 행동하거나, 개별 전문가처럼 업무를 처리한다면 곤란하다.
그 밖의 어려움도 많다. 대기업들이 임원 평가 방식을 다면 평가, 360도 평가로 바꾸며 임원들은 상급자와 하급자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되는 상황이다. 상급자에게선 실적 평가를 받고, 부하직원에겐 상향 평가를 받아야 하니 괴롭다. 임원은 자신의 상급 임원에 대해서 평가 권한이 없다. 위아래 눈치 보는 구조에서는 좋은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의 인사 적체는 승진을 위한 내부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든다. 인사철이 되면 기업 인사팀과 감사팀에는 투서도 들어오고 그럴듯한 루머가 횡횡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러한 부분들이 인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인터넷과 SNS 등의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평판이 보다 중요해졌다.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 활동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나쁜 소문이 퍼질 경우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
*강한 책임감-임원으로 성장하려면 본인의 능력과 실적으로 자질을 입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강한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임원들은 각기 자기 내면에 엄청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경영목표 달성과 조직관리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
*적응 능력-임원이라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업무와 미션과 새로운 조직을 맡을 수 있는 개연성이 항상 존재한다. 적응력이 부족하고 자기만의 고집스러운 스타일은 변화된 환경하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임원으로서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팀플레이-임원으로서의 역할에 따르는 넓은 기대에 부응하려면 모든 일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된다. 개인적 책임보다는 전체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책임 범위가 넓어진 상황에서는 부하직원들이 각기 당면한 모든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게 되면, 임원 차원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여유가 없어진다. 또한 직원들과 팀장들의 발전을 가로막게 되어 ‘인재 육성’이라는 임원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도덕성-일반직원들이었을 경우에는 사람들의 관심도가 적지만, 임원이 된 이후에는 생활 하나하나가 입에 오르내린다. 누구와 술을 마셨고,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거래업체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등,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높은 직위일수록 더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큰 액수가 투자된 사업이 실패해도 조직을 위한 일이면 괜찮지만, 소액이라도 부적절하게 사용되면 구설수에 오른다.
*넓은 시야-나를 평가하는 상사들을 올려다보는 동시에 업무적으로 관리하는 하부조직들을 내려다 보아야 한다. 여러 각도에서 폭넓게 봐야 한다. 똑같지 않은 정서, 그때그때 현안에 대한 사고와 관점의 차이 등을 상사나 휘하 조직원들에게 전달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여 각 팀이나 개별 직원들의 업무활동이 회사 전체에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동료 임원들이나 상사의 결정이 최상의 합리적 선택이 되게끔 해야 한다.
*협력관계 구축-상사나 동료 임원들과의 협력 관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 임원은 상사나 동료 임원들과 협력관계가 효율적으로 잘 구동되도록 해야 한다. 직속 상사와 휘하 부하직원만 염두에 두어서는 안된다. 회사 전체에서 자기 부서가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고 공식. 비공식적으로 효율적인 협력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나보다는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컨센서스’가 이뤄진 상황에서 다방면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행해야 한다. 임원에게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은 ‘필요하다’의 정도가 아니다. 회사는 대화가 모든 것이라고 봐도 된다. 리포트, 회의, 협의, 조정, 액션, 리액션 모두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다. 또한 ‘PT’, ’전체 회의’와 같이 여러 사람과 동시에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임원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긴 시야와 통찰력-임원이 되면 관리자에서 경영자가 된 셈인데, 사업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필수적이다. 자기가 하는 업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어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좋은 평판-내가 몸담고 일해온 회사에서 임원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다른 회사의 임원으로 스카우트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헤드헌팅 업계에서 임원 시장에는 언제나 평판 좋은, 능력 있는 임원들을 찾아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적어도 ‘능력 있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없는 사람을 스카웃할 회사는 없다.
장수 임원이 되려면?
기업 임원들은 리더십•열정•추진력, 뛰어난 전문지식, 원만한 대인관계, 성실성•글로벌 감각, 폭넓은 네트워크,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판,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언변, 뛰어난 외국어 실력 등등, 각자의 강점들을 기반으로 각기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여 그 자리에 오른다. 그런데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임기가 3~4년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오랜 기간 승승장구하고 자리를 지키는 장수 임원들은 자원을 배분하는 대주주 오너와의 관계도 좋아야 하겠지만 어떤 요건들을 가지고 있을까?
*대인 지능-사내외의 원만한 인간관계와 상하로부터의 신망은 매우 중요하다. 한 고위 임원 설문 조사 결과, 사장이 될 수 있는 최고 덕목으로 ‘대인 지능’이 꼽혔다. 사내 외에서 상하좌우 좋은 평가를 받아야 직장 내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장수 임원들은 회사 내에 특별한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경영실적은 팀워크가 기반이며, 팀워크는 조직원들의 신망에서 나온다.
*눈에 띄는 실적, 좋은 성과-성공 비즈니스를 창출할 경우, 장수 임원이 될 확률이 높다. 해당 사업부의 경영실적은 임원 평가의 절대적인 기준이다. 자신이 맡은 사업의 실적이 얼마나 좋고 나쁘냐에 따라 장수할 수도 있고, 단명할 수도 있다. 실적이 최우선이며 실적 부진은 임원 해임의 가장 큰 이유이다.
*자기 계발과 솔선수범-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자기 계발은 장수 임원들의 기본 조건이다. 리더는 조직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솔선수범’은 강력히 조직원들이 따라오게 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리더십’의 베이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