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회사를 불문하고 면접에 곁들이거나 면접에 앞서 (직무) 인성 검사를 실시해 왔는데 그러지 않던 회사들도 이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름의 지표를 만들어 시행하는 회사들도 있고 외부 기관에서 만든 지표를 통해 검증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를 참고만 하는 회사도 있고 결정적인 자료로 활용하는 회사도 있다.
후보자든, 채용 담당자든 이는 번거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를 채택하는 이유가 뭘까? 새롭게 이를 채택하게 된 어떤 회사의 채용 담당자는 한 사람을 채용하는 일 자체에 많은 비용을 들이게 되는데, 면접을 통해서 업무 역량은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으나 인성까지 파악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비용을 더해야 함에도 인성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가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인성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채용하면 (기존) 조직원들과 잘 융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강점을 찾는) Strengh Finder, OPQ(Occupational Personality Questionnaires), MBTI, People Style 등 각종 지표가 있지만 접해 보면 표현이 조금씩 다를 뿐 수렴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쪽 저 쪽에서 쳐다보았을 뿐 결국 한 사람을 본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지표 중에서 이사벨 마이어스와 캐서린 브릭스가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카를 융의 심리유형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 지표인 MBTI(The Myers-Briggs Type-Indicator)를 통해 함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MBTI에서는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쓰는지에 따라 내향(Introversion)성과 외향(Extraversion)성으로,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감각(Sensing)형과 직관(iNtuition)형으로,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사고(Thinking)형과 감정(Feeling)형으로, 어떤 생활양식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판단(Judging)형과 인식(Perceiving)형으로 타고난 기질을 각각 나누고 이 여덟 가지 기질의 머리글자를 조합해 성격유형을 16가지-ISTJ, ISFJ, ESTJ, ESFJ, ISTP, ISFP, ESTP, ESFP, INTJ, INTP, ENTP, ENTJ, INFJ, INFP, ENFJ, ENFP-로 나눈다. 사람의 성격유형은 이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한다.
이 16가지 성격유형을 다시 네 가지 유형-SJ(전통주의자), SP(경험주의자), NT(관념주의자), NF(이상주의자)-이나, 여덟 가지 유형-ISJ(참모형), ENP(발명가), ESP(활동가), ETJ(지도자), EFJ(교육자), INJ(예언자), ITP(학자), IFP(이상주의자)-으로 각각 묶기도 한다.
내향(Introversion)성과 외향(Extraversion)성 사람은 각각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쓰는가?
내향성은 본인 내부로 에너지를 집중하는 반면 외향성은 사람과 사물로 법석대는 외부 세계로 에너지를 쓸 뿐만 아니라 그러한 활동 속에서 활력을 얻는다. 내향성은 깊이 있는 대인관계를 선호하고 생각한 후에 행동하는 반면 외향성은 폭넓은 대인관계를 선호하고 행동한 다음 생각한다.
감각(Sensing)형과 직관(iNtuition)형은 각각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감각형은 오감에 의존-경험-해 정보를 인식하는 반면 직관형은 육감에 의존해 정보를 인식한다.
감각형이 (미래의) 숲보다는 (현재의) 나무를 본다면 직관형은 (현재의) 나무보다는 (미래의) 숲을 본다.
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물으면 감각형은 경찰력을 보강하고, 엄중히 판결하며, 교도소를 확충해야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답하는 반면 직관형은 불우한 청소년을 위한 보육 등 복지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답한다고 한다.
사고(Thinking)형과 감정(Feeling)형은 각각 어떻게 의사를 결정하는가?
사고형은 사실에 초점을 두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판단해 의사 결정을 하는 반면 감정형은 다른 사람들과 조화로운 관계에 초점을 두고 의사 결정을 한다.
사고형은 냉정한 것을 선호하기에 상대에게 상처를 줄 말도 스스럼없이 하지만 감정형은 다정한 것을 선호하기에 선의의 거짓말로 얼버무린다고 한다.
판단(Judging)형과 인식(Perceiving)형은 각각 어떤 생활양식을 선택하는가?
판단형은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대로 예측할 수 있는 생활양식을 선택하는 반면 인식형은 상황과 기분에 따라 목표와 방향을 변경하는 생활양식을 선택한다.
판단형은 신속히 결정을 내리고 조직적인 것을 선호하며 새로운 정보에 대해 폐쇄적-보수적-이지만 인식형은 의사 결정을 미루고 조직적인 생활에 종종 불편해 하며 새로운 정보에 대해 개방적-진보적-이다.
똑같은 과제가 주어지면 판단형은 과제를 끝내고 쉬지만 인식형은 흥미로운 일만 생긴다면 과제를 뒤로 미루고 흥미로운 일부터 한다고 한다.
이처럼 타고난 기질은 학습이나 환경의 변화로 바뀌기도 할까?
지난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교육방송(EBS)에서 방영한 다큐프라임 <당신의 성격>에서는 사람의 기질은 유전되는 것이어서 학습으로 바뀌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경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그야말로 타고난 기질임을 오랜 시절 진행한 연구 사례들로 증명하였다.
이 같은 연구 사례들에 비춰 본다면 어떤 특정 기질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타고난 기질을 스스로 애써 바꾸기 위해 노력하거나 다른 기질을 지닌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기질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은, 같지 않고, 같아서도 안 되며, 같을 수도 없는 것을 어떤 하나로 같게 하려는 것이므로 모두 부질없고 어리석은 행위-同而不和-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어휘를 잘못 쓰는 경우가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잘못 쓰는 게 “다르다(異, different)”와 “틀리다(誤, wrong)”를 구분해 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몰라서 쓰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 마음 깊은 곳에 正答은 하나든지 지극히 소수일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誤答이라고 생각하기에 잘 알면서도 굳이 이 같은 언행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MBTI만 적용한다 해도 사람들을 16 가지 성격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조직원들끼리는 나와 다른 기질을 지닌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이처럼 서로 다른 기질을 지닌 조직원들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잘 조율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和而不同의 리더십을 지닌 리더의 역량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 참고자료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마커스 버깅엄 & 도널드 클리프턴 지음 박정숙 옮김 청림
<채용과 선발의 심리학> 로버트 우드 & 팀 페인 지음 오인수 & 임대열 옮김 시그마 2003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폴 티저 & 바버라 베런 티저 지음 강주헌 옮김 더난출판 2006
<내게 맞는 직업은 뭘까?> 도나 더닝 지음 임정재 옮김 재승출판 2008
<피플 스타일> 로버트 볼튼 & 도로시 그로버 볼튼 지음 김은경 옮김 길벗 2008
<당신의 성격> 교육방송(EBS) 2010.04.12~14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