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없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최근 한 취업사이트 설문 조사의 질문이다. 결과는 놀랍게도 흔히 2030이라 불리는 세대의 70%가 넘는 비중이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젊은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회사 내에서 본인의 확고한 위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그 기사를 접하면서, 최근에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한 정신분석 전문의가 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서른 살이라는 나이는 심리학에서 특별한 이름이 없는 무명의 나이라고 한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발달을 설명할 때 인생의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를 중심으로 아동기, 사춘기, 20-40세까지의 초기 성인기, 40대의 중년기, 50대의 갱년기, 그리고 60대 이상의 노년기로 나누어 설명하지만, 30대에 대한 다른 언급은 없다고 한다. 30대는 그저 성인기에 접어 들어서 잘 적응해 나가야만 하는 중간의 어느 쯤이라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30대란 어떤 의미를, 혹은 어떤 위치를 말하는가. 우리 부모님 세대만 보더라도 그 즈음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여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 결혼과 출산의 모든 과정을 다 거치고, 그 과정에서 갖추게 된 자신의 영역들을 잘 이어나갈 준비를 하면 되는 연령대였다. 하지만 지금 2000년대는 어떠한가. “사오정”, “오륙도”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취업 대란이 언제부터인가 당연시되었고, 자연스럽게 결혼 시기 또한 점차 늦어지고 있다. 모든 부분에서 “적령기”라는 평균잣대가 그 의미의 중요성이 퇴색될 정도로 30대가 더 이상 예전처럼 안정적인 나이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요즘의 2030의 젊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고만 있는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과 관련한 도서들이 대형 서점에서 따로 코너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셀러던트라고 불리우는 공부하는 직장인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전에서의 용어대로 말하는 “사람이 실재로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이라고 정의되어 있는 “존재감”, 즉 자기의 제자리를 찾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목할 점이 있다면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은 날이 갈수록 증가추세에 있다는 사실인데, 특히 최근에는 대리 과장급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헤드헌팅 사업이 국내 처음 도입 되었을 때 CEO나 이사와 같은 고위직 위주였던 점에 비하면, 현재는 3년∼5년 차 미만 경력의 채용이 4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심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회사에서는 핵심인재가 되어 줄 것으로서 “젊은 수혈”을 가장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필요한 건 단순한 명사형의 “젊음”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업무에서 보여주고 나타낼 수 있는 “젊은 생각”, “젊은 패기”, “젊은“ 등 많은 부분에서 함께 어울려 활용될 수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바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방향을 앞서 나가서 제시하고, 때로는 먼저 그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는 기성세대와는 차별적인 역동성을 환영하고 있는 시기라고까지 감히 말할 수 있는 것 이다.
이력서는 “신발을 끌고 온 역사의 기록”이라고 했던가.
지금 당신의 신발을 한번 내려다보라.
느슨하게 풀어져 있지는 않은가.
혹은 신발끈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서로 얽혀 있는 채 내버려져 있지는 않은가.
당신의 젊은 끈을 팽팽하게 묶어라.